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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자료/함께하는 이야기

여자, GOP를 직접 가보다.

어느 한 설문 조사에서 여자들이 남자가 하는 얘기 중, 제일 싫어하는 얘기가 1위가 군대얘기,  2위가 축구얘기, 3위가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라는 것을 듣고 재미있어서 웃었던 일이 있었다.

 

남자들은 왜 군대얘기를 좋아하는걸까?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여자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것이다. 여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군부대를 출입할 일이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남동생도 없고 군대 간 남자친구를 만나본적도 없는 나는, 군 부대에 가볼 일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번 신규 임용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방부대 안보 견학이 있었다. 군부대라, 처음 가보는 군부대,  그것도 GOP,,

 

TV 또는 영화에서만 보던 그 곳, 과연 어떤 곳일까?

 

<충성! 오른손 엄지가 보이면 안되고 눈썹 끝에 붙어야 한다는데 엉망..>

 


먼저, 제2땅굴을 견학하였다.

땅굴이란 북한이 기습작전을 목적으로 휴전선 비무장지대의 지하에 굴착한 남침용 군사통로라고 한다.
헬멧을 쓰고 들어가면서 꽤 길다고 느낀 거리를 몇번씩 머리를 부딪쳐가며 걸었고, 땅굴안에 더 이상 갈 수없는 곳에 이르러 멈춰서 땅굴 발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는 땅굴발견.

어떻게 이런 굴을 만들었을까..
또 누가, 어떻게 발견했는지 그 노력이 고마웠다. 땅굴안은 보안상 촬영은 할 수 없었다.



       <들어갈때 안전모는 필수!! 들어가기전에는 안전모의 흠집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면 그 흠집이 내 머리에 생길 수 있었을 것이다.>

 


땅굴에서 나와 부대의 GOP생활관으로 향했다.
생활관에 제일 처음 들어가서 마주한 것은 "오 와 열 그리고 각"
우리가 착용해야할 군복과 철모, 완장이 줄을 맞춰 서 있었다. 식사하러갈때에도 언제나 줄, 줄, 줄....

줄을 서는 이유는....길 잃을까봐? *^0^*



 처음 만져보는 철모가 생소하기만 했다.
소화기의 탄환이나 폭탄 또는 포탄의 파편, 암석 파편 등이 관통되지 않도록 상당한 강도를 가지고 있다는 철모,,
철모도 크기별로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머리에는 컸기에 끈을 잘 조여줘야 움직이지 않는다.



철모도 써보고, 군복도 입어보고 헌병 MP완장도 차보고,,
전방에서 나라를 지키는 군 장병들이 입는 옷이라 생각하니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군복을 입고 여기저기 둘러보던 중, 생각보다 너무나 깨끗했고 의심스러울(?) 만큼 좋은 향기가 나는 생활관에서 열심히 국군방송의 정훈교실을 시청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시없을 기회(?)인 군대 생활관 군인들 틈에서 나도 한 번 정훈교실을 시청 해보았다.*^^* 


드디어 가파른 최전방 철책선을 도보로 답사했다.
길이 좁기도 좁고(딱 한명만 걸을 수 있는 너비) 손잡이도 없이 가파른 계단이었다. 발 잘못딛으면 굴러떨어질것만 같은 길.. 우리는 잊고 있었지만 전쟁은 끝난것이 아니라 멈춰있는 것이라는, 유일한 정전국가라는것을..  길기도 길지만 가파른 철책선을 걸어가며 슬픈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도보답사를 마친 후의 저녁식사
군대 짬밥 뭐 어쩌구저쩌구 맛이 없네, 말들이 많다고 알지만 길다면 긴 여정을 마치고 난 뒤의 식사는 정말 꿀맛이었다.
좋아하는 반찬도 아니었고, 선호했던 음식도 아니었지만 그런 투정따위는 필요없이 말 한마디 안하고 밥만 열심히 먹은것 같다.


처음 경험한 최전방,,GOP
백분의 일 아니 백만분의 일도 경험해 보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모두의 남동생, 오빠, 친구가 그 추운 겨울 ,철책선을 지키고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편안히 평소와 다름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남자들이 하는 군대 이야기.. 뭐 들어줘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대부분의 여자들이 하지 못한 경험을 들려주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했던얘기 또하고 또 하는건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