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4일, 터키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의 Su-24 전폭기가 터키공군소속 F-16전투기에 의해 격추되었다. 두 명의 러시아군 조종사는 탈출에 성공했으나, 그 중 한명은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다에시(IS)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에 찬 물을 끼얹은 이 사건으로 러시아와 터키는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운 상태이다. 우선 터키 공군의 입장을 정리하면 이전부터 러시아 공군이 계속해서 자국 영공을 침범했고, 이에 터키는 자국 내의 방공체계가 약화된 상황이라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으며, 이 상황에서 러시아의 Su-24 전폭기가 영공을 침범했다. 터기는 이를 무단 침범으로 간주하고 10번 이상 경고를 했으나, Su-24는 오히려 5분간 10여 회 이상 터키와 시리아 영공을 넘나들었고, 결국 터키공군의 F-16 전투기 2기가 공대공 미사일로 Su-24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 측의 공식 입장은 먼저 러시아공군의 Su-24는 터키 영공을 침범 하지 않았고, 통상적인 초계 및 정찰 임무 도중에 터키군의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격추당했다는 것이다. 사실 전투기끼리의 교전에서 격추당했다는 것은 매우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 때문에 러시아는 지대공 미사일을 주장하고 있으나, 정황상 터키공군의 F-16에 의해 격추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면 지금부터 양국의 전투기를 살펴보고, 이 사건을 재구성해 보겠다.
터키공군소속 F-16의 공격을 받은 러시아의 Su-24 전폭기가 화염에 휩싸여 추락하고 있다. 이 사고로 1명의 조종사가 탈출과정에서 사망했다. 사진제공 : EPA(European Pressphoto Agency)
➀ Su-24 전폭기
러시아의 수호이 설계국에서 개발한 장거리 전투폭격기로 NATO 코드네임은 검객을 뜻하는 팬서(Fencer)이다. 기존의 Su-7이 구식화 되어 더 이상 운용이 어려워지자 새롭게 디자인한 기종이다. 이 때가 60년대 중반 무렵 이었는데, 당시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대공 미사일(SAM)은 전투기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었다. 따라서 당시 소련 공군은 SAM 방공망을 피해 저공 고속 침투가 가능한 기종을 원하고 있었는데, 이미 미국은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F-111 전폭기를 개발해놓은 상태였다. 소련은 즉시 F-111의 개념과 디자인을 강하게 참고해 1967년 Su-24를 초도비행 시킨다. Su-24의 기체 디자인도 F-111과 똑같은 가변익[비행 중, 주익(主翼)의 넓이나 각도를 변경할 수 있는 항공기]에 사이드 바이 사이드(Side By Side)식[조종사가 옆으로 나란히 앉는 방식, 참고로 앞뒤로 앉는 방식을 텐덤식(Tendem)이라 한다.] 조종석 배치를 했지만 터보팬이 아니라 터보제트 엔진을 사용하며 연료탑재량이 F-111의 60% 정도에 그치는 등 항속성능은 F-111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사실 양국 사이에 서로의 전투기 디자인을 베끼는 행위는 만연해 있었다. 예를 들어 미국의 F-15 디자인은 소련의 MIG-25 디자인을 노골적으로 벤치마킹 한 사례이다.
아무튼 Su-24는 원래 최고속도 마하 2.35를 갖도록 설계되었으나, 양산라인에 들어가면서 "저공 침투기가 고공에서 높은 속도를 낼 필요가 있는가?" 하는 지적이 제기되어 가변식 인테이크(공기흡입구)를 고정식으로 바꾸고 최고속도도 마하 1.35로 낮추었다. 다만 저공에서의 최고속도는 마하 1.1정도로 우수한 편이고, 가장 큰 특징이라면 소련 전투기 중 처음으로 통합 무장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이다. 현재 가장 후기형인 D형이 장비한 것은 PSN-24M 항법폭격 시스템으로, 오리온-A 공격용 레이더, 렐리예프 지형추적 레이더, MIS-P 관성항법 시스템, TsVU-10-058K 디지털 컴퓨터, 카이라 24 레이저/TV 시스템으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주력무장 스펙을 보면 공대지 미사일이 주를 이루고 있어 본격적인 공대공 전투는 단거리 열 추적 미사일이 방어용으로 사용되는 듯하다.
Su-24는 총 1,000대 정도가 생산되어 러시아(해군 포함) 및 우크라이나 공군의 전술공격의 핵심을 구성하고 있다. 또한 알제리, 리비아, 시리아, 이라크(걸프전 당시 사용 기체가 이란으로 도피) 등 여러 친러시아 국가에도 수출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우방국에 Su(수호이) 계열보다는 MIG(미그)기 계열의 전투기를 주로 공여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한편 제2차 체첸 전쟁에서 정찰 및 폭격임무에 투입되었으며, 2011년 리비아 내전에서는 정부군 기체가 임무 중에 추락하기도 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Su-24는 꽤 쓸 만한 전폭기이다. 실전 경험도 무시 못 할 정도로 갖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통합무장시스템을 갖췄다 해도 본격적인 공대공 임무는 상당히 제한적이므로, 아무래도 전술폭격기로써의 임무가 훨씬 더 어울리는 기체라 할 수 있다.
➁ 터키의 F-16 전투기
터키공군은 미국,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F-16 운용국 이다. 240여기의 F-16계열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고, F-16 Block 52+ 100대를 추가로 도입하고 있는 중 이다. 우리 공군이 F-16 전투기를 170여대 보유한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숫자이다. 터키의 오래된 라이벌 그리스는 140여대의 F-16을 운용 중에 있다. 현재 터키가 운용중인 F-16C/D 240대는 Block 50 사양으로 업그레이드 중이다. 이 기체사양만 하더라도 AIM-120 암람(AIM-120 Advanced Medium-Range Air-to-Air Missile, AMRAAM)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파일럿들 사이에서 "슬래머"로 알려져 있는 암람 공대공 미사일은 전천후(all-weather)와 비가시거리(BVR) 공격능력을 가지고 있고 공대공 전투 시 사정거리도 100Km나 된다. 추가로 도입되는 Block 52+는 Block 50에 비해 탐지거리가 30%정도 향상된 AGP-68(V)9 레이더와 각종 신형 무장을 운용할 수 있다. 2010년 전후로 발주된 기체들의 경우 컨포멀 연료 탱크를 장착할 수 있어서 F-16 시리즈의 최후시형인 F-16 Block 60과 비슷한 외관을 가진다.
애초에 F-16은 경쾌한 기동성을 살린 만능전투기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단순 공대공 상황이라면 대부분의 4세대 전투기와 대등한 전투를 벌일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한 전투기 이다. 총 4천대 이상 생산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전투기로 현재 운용국만 25개국이 넘으며, 실전기록 또한 화려하다. 특히 이스라엘군은 F-16 시리즈를 정말 알차게 써먹고 있으며, F-16의 최후기형 모델인 Block 60은 4.5세대 전투기로 분류되어질 만큼 우수하다. 따라서 전투기 시장에서 F-16의 위치는 향 후 상당기간 변함없이 공고할 것 이다.
➂ Su-24 vs. F-16, 대결의 재구성
아무튼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터키 영공 침입으로 시작되었다. 사실 터키 입장에서는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우선 터키에서 NATO의 방공망이 많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의 국경지대에서 독일군의 PAC-3 포대가 전부 철수한 이후, 남아있는 방공망이라고는 미군의 PAC-3 포대뿐이다. 이 정도로는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터키가 두려움을 떨치기 어렵다. 게다가 러시아가 그동안 터키 공군에게 도발하고 영공을 수차례 침범한 것도 있는 대로 터키의 신경을 긁어놨을 것 이다. 실제로 러시아 공군기들이 스크램블 출격한 터키 공군기들을 4~5분가량 락온(Lock On : 미사일 조준완료 상태)을 걸고 농락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고, 우발적인 교전까지 갈 뻔 한 상황은 셀 수도 없을 정도이다. 마지막으로 전혀 우방국으로 생각할 수조차 없는 국가의 군대가 전략폭격기에 지상군까지 데리고 인접국가인 시리아에서 작전을 하는데, 이 정도면 터키 입장에서는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터키는 오래전부터 앙숙이라면 앙숙이라고 볼 수 있는 국가들인지라...
이런 상황에서 사건은 발생했고, ‘설마 터키 애들이 쏘겠어?’ 라는 안이한 생각을 러시아군은 했었으리라.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터키공군의 F-16에게 Su-24는 사실 상대가 되지 못 한다. F-16이 4세대 전투기인데 반해 Su-24는 한세대 뒤떨어진 3세대, 그것도 전투기가 아닌 전폭기였기 때문이다. 속도, 레이더 성능, 공대공 능력, 운동성 등등 모든 면에서 Su-24는 열세였고, 정상적인 교전상황이라면 Su-24는 뒤도 안 돌아보고 꽁무니를 뺏어야 했다.
어찌 되었든 현재 양국은 날카롭게 대립해 있고, 한마음으로 다에시(IS)를 박살내자는 국제사회의 의지는 시험받고 있는 형국이다. 숨진 러시아 조종사는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일단 눈앞의 불부터 끄고 볼 일이다.
다에시는 IS의 전신인 ISIS의 전체 명칭을 아랍어로 옮긴 말에서 다시 앞글자만 따 순서대로 배열한 뒤 발음한 것입니다.
파리 테러 이후 서방 정상들이 IS를 지칭하면서 '다에시'라는 호칭을 쓰고 있습니다.
'군사동향 > 국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세환 기자의 밀친] 벨기에 브뤼셀 연쇄 폭탄테러로 본 EOD와 EHCT (0) | 2016.03.24 |
---|---|
혼돈의 유럽, 하이브리드전 늪에… (5) | 2016.01.21 |
국군 최장기 해외파병부대 동명부대를 가다 (0) | 2015.12.07 |
[유엔창설 70주년] 광복 70년, 유엔 창설 70년 (0) | 2015.10.23 |
[국방일보] 빗장 푼 이란 … 美 중동정책 ‘지각 변동’ 가능성 (0) | 2015.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