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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환 기자의 밀친] 프랑스 파리 테러로 본 한국의 대테러부대

한국의 대테러부대

 

지난 1113, 911 사태 이후 최악의 테러가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했다. 폭탄과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8명의 IS소속 무장괴한들이 파리 중심가 식당, 콘서트장, 경기장 등지에서 민간인들을 상대로 극악무도한 테러를 자행한 것이다. 132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당한 이 사태는 프랑스에서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인명사상자를 낸 비극이 되고 말았다. 사태 직후, 프랑스는 대테러부대인 GIGN (Groupement D'Intervention De La Gendarmerie Nationale)과 프랑스 경찰특수부대등이 신속히 진압에 나서 용의자들을 사살했으며, IS의 테러행위 직후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은 이 사태를 "프랑스 내 공모와 함께 IS에 의해 외국에서 계획되고 조직된 전쟁 행위라고 규정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또한 프랑스에 가해진 테러행위에 대해 강력한 비판과 프랑스와 함께 테러행위에 대한 대응조치를 함께하겠다는 공식성명을 발표했다.

 

파리 테러당시 IS소속 무장테러범이 쓰러진 경찰을 향해 조준사격을 가하기 직전의 모습. 결국 이 경찰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반면 이번 테러를 자행한 IS는 테러 직후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히며, 앞으로 프랑스뿐만 아니라 이른바 서방세계의 60개 십자군 국가에 대해 파리에서와 같은 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하였다. 그리고 여기에는 우리 대한민국도 포함되어있다. 사실 IS의 우리나라에 대한 테러 위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9, IS 선전 잡지 '다비크''62개 십자군 동맹국'으로 한국을 명확히 한 바 있다. 다시 말해 경우에 따라서는 파리에서와 같은 참극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한국에 테러범들이 준동했을 경우, 이를 진압할 어떤 조직이 있는지 살펴보자.

 

IS4분짜리 공개한 동영상에서 지목한 60개국 중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공교롭게도 태극기가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707 특수임무대대

군사적 측면에 있어서 한국은 특수부대 강국이다. 북한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규모의 특수부대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특수부대 조직이 특수전 사령부이다. 일명 특전사로 불리는데, 7개의 특수전 여단이 여기에 소속되어있다. 이들의 주 임무는 유사시 북한 특수부대에 대한 대응과, 적 후방에서의 비정규전 수행이다. 하지만 1980년대, 한국에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이 유치되자 정부는 북한의 테러도발을 심각한 우려로 받아들였고, 5 특수전 여단 산하에 대테러 임무를 수행하는 ‘707 특수 임무대대를 창설하게 된다. 그 롤 모델은 미국 특수전 사령부(SOCOM : Special Operation Command) 예하 대테러 진압부대인 델타포스이다. 707 부대는 항공기 납치, 대테러-시가지 전투 등을 전문으로 하는데, 전 세계 대테러부대와 마찬가지로 영국 SAS 타입의 검은색 전투복을 주로 착용하며, 매우 우수한 개인 화기와 장비를 보유함과 동시에 다양한 작전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특수차량과 특수 장비도 매우 충실히 갖추고 있다. 특히 인원선발 초기단계에서부터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 훈련의 질과 양 모두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707부대는 미국의 델타포스, 영국의 SAS(Special Air Service), 독일의 GSG9 (Grenzschutzgruppe 9) 등과 같은 성격의 부대로 이들은 물론 서방세계 유수의 대테러전문부대들과 수십 차례 합동 훈련을 한 바 있다. 707부대에 대한 이들의 평가는 한마디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아시아에 이와 같은 능력의 부대가 있으리라곤 상상 못 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 서방의 대테러전문가들이 한국의 경기장 보안수준을 점검하러 잠실주경기장을 방문하였다. 이 자리에서 경기장의 규모를 본 해외관계자들은 보안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그 순간, 주경기장에서 일단의 대원들이 역레펠 자세로 이들 앞에 하강했다. 불과 2~3초 만의 일이었다. 그 후 해외관계자들은 침묵했다.

 

훈련 중인 707 대원들의 모습. 물론 실제 작전 시에는 등에 있는 707 로고는 당연히 없을 것이다. 대테러 작전 시 이들의 주 무장은 MP5계열의 SMG이지만 이 외에도 코너샷이나 5.56mm 자동소총 등 선택의 폭은 아주 넓다.

 

 

특수차량을 이용해 훈련 중인 707대원들의 모습. 이들은 다양한 작전환경에서 임무를 수행 할 준비가 되어있다.

 

수방사 SDT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대 특수임무부대 SDT(Special Duty Team)는 최초 특별경호대로 출발했다. 국내외 VIP에 대한 근접경호가 주 임무였던 이들에게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대테러진압이라는 새로운 임무가 부여되었고, 월드컵 개최당시 대테러 초동조치부대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수도서울에서 발생하는 대테러작전에 가장 먼저 투입될 가능성이 높은 부대로 24시간 항시 대기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부대이다. SDT의 모토는 ‘BEST OF THE BEST’이다. 최고중의 최고만으로 구성된 특수부대라는 뜻 이다. 대원들 전원이 유단자로 구성되어있고, 공수 및 대테러, 저격, 건물 침투훈련 등 강도 높은 훈련을 365일 상시로 실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원들을 전원 차출하는 방식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최고 중에 최고의 실력을 갖춘 부대로 평가 받고 있고, 여성대원들로만 구성된 독거미 부대를 함께 보유하고 있다. 또한 SDT는 수방사 소속 모터사이클 기동부대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며 서울 시내 어디든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다. 아울러 소방 긴급구조대, 8군 등 대테러작전을 위해 외부의 조직과도 매우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이미 SDT는 지난 G20 정상회의, 핵 안보정상회의 등 범국가적인 행사에서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낸 바 있다.

 

 

수방사 SDT 대원들의 모습. 전원이 K-1 으로 무장하고 있다. 현대 대테러특수부대의 무장은 이른바 MAR(Miniature Assault Rifle) 이라고 불리 우는 소형의 5.56mm 소총으로 바뀌고 있다. MP5 계열의 SMG는 우수한 대테러용 SMG 이지만 권총탄을 사용하는 만큼 그 위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수방사 헌병대의 모터사이클을 타고 이동 중인 SDT 대원들. 덕분에 이들은 30분 안에 서울 전 지역 그 어디에도 즉시 출동이 가능하다.

 

 

경찰특공대

경찰특공대 역시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등 국제 행사에 대비하기 위해 조직되었다. 미국에서 운영되고 있던 경찰 특수기동대(SWAT : Special Weapons and Tactics) 등이 특공대의 조직 모델이 됐다. 현재 특공대원 60여 명, 행정요원 20여 명 등 80여 명으로 구성되어있는데, 경찰청 산하에 대테러진압 최정예부대인 경찰특공대를 비롯하여 1997년 서울지방청 산하에 지방특공대 4개 부대가 창설, 전국 12개 지방청에 특수기동대와 경찰서의 5분 대기대가 경찰특공대와 별도로 운영된다. 2000년에는 여경특공대를 새로 만들었다.

경찰특공대의 주요 임무는 테러 사건 예방과 진압, 테러 사건과 관련한 폭발물의 탐색 및 처리, 인질이나 총기 사건 등 중요 범죄 예방 및 진압, 각종 재해와 재난 상황에서의 인명 구조 등이다. 4개의 전술제대와 경호지원제대, 폭발물처리제대, 교육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해병대나 특전사 등 특수부대 출신자들을 대상으로 체력과 필기시험을 거쳐 대원을 선발한다. 채용이 되면 경찰 기본교육(24)과 특공교육(4)을 받은 뒤 현장에서 근무를 시작하게 된다. 선발된 자는 2년 이상 근무가 가능해야 하고 사격술이 뛰어나야 한다. 이들은 자동소총, 기관단총, 가스총 등을 휴대하며 사격은 주·야간 특등 사수라야 한다. 시한폭탄 제거와 무전기 조작술을 갖추어야 한다. 미연방항공국(FAA:Federal Aviation Authority)과 합동으로 항공기 테러 진압 훈련을, 8군과는 폭발물 탐지, 전술 훈련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특히 2007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제 25회 경찰특공대 세계전술평가대회에서 고층건물 침투, 건물 내부 소탕, 장애물 경기 등 3개 종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S-5 장갑차에서 하차해 돌입 훈련 중인 경찰특공대. 경찰특공대 대원들은 대부분이 특수부대출신들로 그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다. 또한 이들의 장비 역시 서방세계 평균수준을 상회한다.

 

해군 UDT/SEAL

우리나라 해군도 규모는 작지만 육군과 마찬가지로 산하에 특수전 전단을 두고 여기에 UDT/SEAL(Underwater Demalition Team / SEa Air Land) 팀을 편성하고 있다. 미 해군의 시스템을 강력히 참고한 UDT/SEAL은 베트남전쟁 때부터 적 후방침투부대로 실력을 쌓았으며, 북한에 대한 잠수정이나 반잠수정, 고무보트를 이용한 침투작전도 이들이 담당하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이들은 대테러작전과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2011년 아덴만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삼호 쥬얼리호가 납치되자 UDT/SEAL팀이 인질구출작전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 해적 8명이 사살당하고 5명이 체포되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UDT/SEAL팀의 피해는 전무했으며, 인질 21명을 전원 구출하는 세계해상테러진압 역사상 전무후무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사실 선박에서의 대테러 작전은 선박 특유의 좁은 공간과 다수의 위험한 구조물로 인해 훨씬 난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우리 UDT/SEAL팀의 대테러작전 능력은 이미 최정상급이라 하겠다.

 

아덴만 여명작전 직후 삼호 쥬얼리호에서 대기 중인 UDT/SEAL 대원들의 모습. 선박에서의 대테러 작전은 일반적인 도심에서의 작전보다 그 난이도가 훨씬 높다. 최초의 작전에서 완벽한 작전수행능력을 보인 UDT/SEAL 대원들의 훈련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상으로 우리의 대테러 부대들에 대해 알아봤다. 소개한 부대들은 실전경험을 포함해 충분한 훈련이 되어있는 상태이고, 작전해결능력 또한 세계 정상급이라 판단된다. 더욱이 이들은 해외 선진국과의 지속적인 합동훈련을 통해 항상 그 날카로움을 유지하고 있다. 만약 한국에서 파리테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우리가 보유한 우수한 대테러 특수부대들은 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테러범들을 진압할 것이다. 다만, 가장 최상의 대테러전략은 예방이다. 일단 테러가 벌어지면 아무래도 희생이 뒤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의 정보당국과 대테러대응 팀은 긴밀한 협조를 통해 국내에서의 테러를 사전에 차단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