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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동향/국내

[북한 4차 핵 실험 전문가 긴급진단①] 남북 당분간 경색국면 전망 한·미·중 긴밀한 공조 절실

“남북 당분간 경색국면 전망 한·미·중 긴밀한 공조 절실“

북한 4차 핵 실험 전문가 긴급진단

 

핵 실험 목적 달성한 북한유화적 태도 가능성 불구한미, 수용 명분 없어져김정은 체제 안정은 ‘착시’공포정치 효력 오래 못 가핵 개발은 경제 악화 초래주민·군부 불만 증폭될 듯우리 입장에서 북핵 대응은선제타격과 요격이 최선정보·감시장비 확충해야 

새해 벽두부터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진원지는 북한발 '핵풍'이다. 지난 4일 북한의 기습적 핵 실험은 전 세계를 격앙시켰다. 남북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었고 군사적 긴장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솟고 있다. 변하지 않는 북의 핵에 대한 집착은 이제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전체를 흔드는 진앙이 됐고 지역 균형과 안정은 급속히 중심을 잃고 있다. 이에 국방일보는 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중심의 긴급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를 실시, 4회에 걸쳐 급변하는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를 진단해 본다.  

 

국방대학교 이석수 안보문제연구소장이 북핵 실험에 따른 남북관계 및 동북아 정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국방대 제공

 

"핵 실험으로 내부 결속과 김정은 업적 과시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기대되던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더 큰 이득을 잃었다."

국방대학교 이석수 안보문제연구소장은 이번 북한의 핵 실험을 '소탐대실'로 정의했다. 이 소장은 이번 핵실험으로 적어도 올해 안에 남북관계 개선은 더 이상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1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소장은 "북이 핵 실험의 목적을 달성한 만큼 유화책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이미 기본적 신뢰를 잃은 만큼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 그러한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연초부터 허를 찌르는 핵 도발을 감행했다.

"외부의 시각으로 북한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알려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새해 북한 전망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오는 5월 7차 당 대회와 남북관계 및 북·중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올해 핵 실험을 할 근거가 없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북은 허를 찌르는 핵실험을 감행했다. 결과론적이지만 핵 실험의 이유를 세 가지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북한의 핵 능력 강화다. 북한은 지금까지 거의 3년을 주기로 모두 4차례에 걸쳐 핵 실험을 했다. 이때마다 핵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실험을 시행했다. 둘째는 핵과 경제의 병진정책이라는 국가전략을 이행했다는 측면이다. 마지막으로 핵 강국으로서 과시를 통해 대내적으로 주민들 결속력을 높이고 대외적으로는 국제적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자위권 차원의 핵 개발 이외에 핵 보유를 통해 자원 배분을 경제에 집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북의 핵 카드는 경제보다는 체제 생존에 의미를 두고 있다. 핵 개발로 재래식 무기에 들어가는 군비를 줄인다는 얘기는 얼핏 들으면 예산 배분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쟁점은 결국 핵이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에 달려 있다. 핵 개발로 인한 국제적 고립과 경제제재를 생각하면 이 주장이 얼마나 비합리적인지 알 수 있다. 또한 핵 개발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결국 핵 개발로 인한 기회비용 상실을 고려하면 북의 논리는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북은 이번 핵 실험을 수소탄으로 주장하며 김정은의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약 90개에서 120개의 핵을 보유한 핵 강국이다. 이들의 실험 횟수가 얼마나 될 것 같나? 각각 6회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하면 북한은 벌써 4번이나 (핵 실험을) 했다. 이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상당히 진척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은 이번 핵 실험을 수소탄으로 주장하고 있다. 물론 가능성은 적다. 비록 수소탄 요소가 부분적으로 적용됐을지 모르지만 그보다는 정치적 의도가 더 크다고 본다. 실험 때마다 뭔가 내용이 진척됐다는 것을 보여주고 김정은의 치적으로 삼기 위한 주장으로 보인다."

올해로 김정은이 집권 5년 차를 맞았다. 김정은 정권이 안정화에 접어든 것으로 봐야 하나?

"김정은은 장성택, 현영철 등 권력 엘리트들을 처형함으로써 극도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최근엔 권력서열 1위인 황병서가 꿇어앉아 보고하는 모습이 공개됐는데 김정은의 절대 권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정은은 이러한 공포정치를 통해 체제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포정치는 단기적으로 최고권력 이하 차원에서는 책임 회피를 위한 권력투쟁이 격화될 가능성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그 폐해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현재 북의 분위기에선 김정은의 예측 불가능한 결정에 대한 제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이번 핵 실험과 같은 핵 개발이 결국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단기적으론 권력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핵 보유는 군사 강국의 상징으로서 권력 엘리트들의 충성을 유도하고 주민 단결과 자부심을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핵 개발은 중장기적으로 경제 상황을 악화시켜 주민의 불만을 심화시키고 핵에 대한 군사예산 집중은 군부의 대우 악화로 이어져 결국 군부의 불만이 증가할 가능성도 높다."

지난달 29일 온건파로 분류되는 김양건이 사망했다. 북의 폭주 저지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고 봐야 하나?

"북한을 온건파와 강경파로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김양건이 김정은의 측근이었다는 점과 그동안 남북대화를 끌어왔기 때문에 대남 관계에 노하우가 있다는 점에서 향후 대남 유화 전략의 추진력이 제한될 것은 분명하다."

어렵겠지만 향후 남북 관계에 대한 전망을 한다면?

"북은 예측 불가성을 전제로 핵 실험을 해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대내적으로 수소탄 실험이 성공했다고 선전하고 국제적 관심의 중심에 서게 됐다. 핵과 경제 병진노선 추진 등 모든 효과를 다 얻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은은 또 다시 유화적 자세로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와 미국으로선 이제 북의 태도와 관계없이 유화적 관계 개선 명분이 없어졌다. 당분간 강력한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경색국면이 이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과 미국, 중국의 긴밀한 공조가 어떠한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이 이렇게 도발을 계속하면 미국은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하게 되고 중국과 러시아는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오면 협력의 계기가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미 공조의 수위가 높아지고 북한 핵으로 인한 갈등의 범위가 커지게 된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재래식 전력에서 북핵에 대한 대응 방법은 선제타격과 요격능력밖에 없다. 한미 간 정보자산 협조 수준을 높이는 한편 우리 자체도 정찰위성 등 정보자산과 감시장비에 대한 확충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