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살에 6·25전쟁 참전
화천지구에서 어깨·다리 부상
반신불수로 귀국 가난과 전쟁
˝손자들은 제대로 된 교육 받아 빈곤 탈출했으면…”
컴컴한 쪽방에 누워 있는 6.25전쟁 영웅 테레다씨. 그는 6.25때 화천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어 평생 불구로 살고 있다.
“제 육체적 삶은 60여 년 전 한국의 전쟁터에서 멎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지금도 풍요롭습니다.”
열여덟 살, 두 발로 고국을 떠나 6.25전쟁 파병을 마치고 귀국할 때 불구로 돌아온 참전 영웅 테레다(Tereda Marsh.84) 씨가 그동안 마음속 고이 간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온몸에 총탄을 맞고 천신만고 끝에 고국에 돌아왔지만 한국을 원망하지 않아요. 그것은 내 의지로 한국으로 갔고, 또 나의 희생이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죠.”
그는 참전 당시 의협심이 매우 강한 열혈 청년이었다. 그가 첫발을 내디딘 한국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무엇 하나 멀쩡한 것이 없는 황폐한 땅,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스러져 갔다. 하지만 숨 막히는 6ㆍ25전투 현장에서도 그의 자유수호 의지는 꺾일 줄 몰랐다. 빗발치는 총탄 앞에서도 절대 후퇴하는 법이 없는 용감무쌍함 그 자체였다. 그러던 중 강원도 화천지구전투에서 오른쪽 어깨와 다리에 큰 부상을 입고 이듬해 9월 귀국해 지금까지 장애를 숙명으로 안고 살아왔다.
“미 군함에 승함해 태평양 높은 파도를 뚫고 한국전에 투입됐을 때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어요.
오직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 명을 받고 동방의 작은 나라의 공산화를 막겠다는 일념으로 적과 싸웠죠.”
당시 고국으로 돌아온 참전용사들은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의 배려로 수도 아디스아바바 외곽 ‘코리안 빌리지(한국전쟁 참전용사촌)’에 둥지를 틀었다. 황제는 금의환향한 장병들에게 매월 생활비를 지원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좋은 직업도, 농사지을 땅도 1ha씩 하사했다. 그러나 테레다 씨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런 혜택은 건강한 장병과 경미한 부상자에게만 돌아갔기 때문이다.
2009년 육군1군수지원사령부 602수송대대 장병들이 에티오피아 전쟁 영웅에게 선물한 휠체어. 반세기 넘게 악취로 숨쉬기조차 힘든 컴컴한 방에서 살아 온 테레다 씨의 소원은 소박하다. 손자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단다.
초라한 6ㆍ25전쟁 영웅의 집
과거 그의 소원은 “죽기 전에 햇볕 한번 마음껏 쬐는 것”이었다. 이 소원에 2009년 대한민국 국군이 수호천사로 나섰다. 당시 육군1군수지원사령부 602수송대대 장병들이 정성 어린 성금 210달러를 전달했고, 이 성금으로 테레다 씨는 휠체어를 구입해 컴컴한 방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한국 군인들로부터 받은 휠체어를 타고 처음 외출하던 날 온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했죠. 오른쪽 가슴에서 등 뒤로 총알이 관통한 흔적도, 수류탄 파편상이 난무한 다리도 모두 치유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날의 소중한 추억은 영원히 잊지 못해요. 한국전은 나를 평생 불구로 만들었지만 대한민국 국군 장병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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