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에 대한 환상
1990년대 초반, F-117이 걸프전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노출되고 난 후, 당연히 허리우드에서 F-117을 다룬 영화가 몇 편 쏟아졌다. 그 중 한 영화를 보고 필자는 실신하고 말았다. 제목조차 생각이 안 나는 그 영화에서 조종사가 대낮에 F-117을 조종하며 빨간색 버튼을 누르자 F-117이 마치 투명인간처럼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윽고 관제탑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레이더에서 항공기가 사라졌습니다.’
그 조종사는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절대반지라도 끼고 있었던 것일까? 심지어 EXECUTIVE DECISION이라는 영화에서는 F-117을 특수부대 수송용으로 쓰인다. 이렇듯 허리우드 영화 제작자마저 오해 할 정도로 F-117의 능력은 과대포장 되었다.
여객기 턱 밑에 달라붙은 F-117이 보이시는가? Executive Decision이란 영화에서는 심지어 특수부대 침투용으로 F-117이 쓰인다.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허리우드엔 바보 같은 제작자들이 의외로 많다. 사실 스텔스기의 진짜 능력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보다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
EA-6 프라울러. 지금은 모든 임무를 EF-18 그라울러에게 넘기고 퇴역 한 상태이다.
EF-18 그라울러. F/A-18 호넷을 전자전기로 개조한 그라울러는 과거 EA-6 프라울러가 수행하던 임무를 그대로 계승한 항공기 이다. 또한 F-117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비행성능이 좋지 못했다. 그 기괴한 형태('날으는 다리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조종은 컴퓨터로 통제되어야만 했고, 이런 상황에서 초음속 비행은 불가능 했다. 무장 역시 1~2발의 폭탄만 적제 할 수 있을 뿐, 기관포조차 설치되어있지 않아 공중전은 꿈도 꾸지 못하는 지경이었다. 기체 전체를 시커멓게 칠한 이유도 오로지 야간 작전만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주간에 투입되었다가 적의 초계기에 발견되기라도 하면, F-117은 어떻게 손 써볼 도리조차 없는 기체였다.
레이저 유도폭탄을 투하하고 있는 F-117. 스텔스 능력을 위해 불가피하게 내부 폭탄창을 가지고 있는 F-117은 빈약한 폭장량으로 비용 대 효과 면에서 매우 불리하다. 1999년 3월 27일, 유고에서 작전 중이던 미 공군의 F-117이 유고군의 대공미사일에 맞아 격추되었다. 유고연방측은 자기네의 ‘뛰어난 방공시스템’으로 이 ‘비싼’ 놈을 격추시켰다고 기고만장도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서방측 언론은 ‘미국의 자존심이 무참히 짓밟혔다’고 연일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유고연방군의 방공망시스템이 뛰어난 결과로 생긴 사건이 아니었다. 미 공군의 게으름과 안일함이 나은 결과였다.
격추된 F-117의 잔해를 살펴보고 있는 유고군. 미군의 나태함이 재앙을 불러왔다. 여기까지 읽으신 독자들께서는 아마 이렇게 반문하실 지도 모른다. ‘언제적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벌써 15년이 넘은 일이다. F-117과 현재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들은 질적으로 다르다!’
맞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F-22나 F-35같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들은 과연 F-117에 비해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먼저 스텔스 항공기는 진짜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잡히긴 잡히는데 너무 작게 보이기 때문에 레이더가 포착 못 할 확률이 높고, 또 포착해 내더라도 정확히 조준해서 잡아내기가 힘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제대로 된 스텔스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자전기의 도움이 필요하다. 즉 과거의 EA-6B 프라울러나, 현재의 EF-18 그라울러등의 전자전기(쉽게 말해 방해전파를 발사 해 적 레이더를 교란하는)가 스텔스기 전방의 적 방공망을 이른바 ‘소독’ 해야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만약 소독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스텔스기는 매우 위험해 질 수 있다.
애초에 미국은 유고내전에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는 등 매우 소극적으로 작전에 임했고, 야간공습을 주로 실시했다. 특히 F-117이 자주 투입되었는데, 이 F-117이란 놈은 한번 작전을 갔다 오면 20시간이 넘는 정비시간이 필요 하다. 또한 비행경로도 매번 바꾸어야 더욱 완벽한 작전 수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날은 모든 것이 어긋났다. 충분한 정비도, 비행경로의 변경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날은 전자전기에 의한 ‘소독’이 실시되지 않았다. 유고군의 덫에 여지없이 걸려든 F-117은 대공미사일을 맞고 그대로 격추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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