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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항공무기

[이세환 기자의 밀친] 스텔스 전투기 탄생비화 (1)

 우여곡절 끝에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가 F-35로 결정 되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 된 3차 F-X 사업은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사업인 KFX와 맞물리면서 복잡한 상황이 되어갔지만, 스텔스 성능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F-35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전투기 부족에 직면한 우리 공군을 위해서라도 F-X 3차 사업이 순행 될 필요가 있다.
3차 F-X와 KFX 모두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은 전투기의 ‘스텔스’ 성능이다. 즉 5세대 전투기의 대표적 특징인 ‘스텔스’ 능력의 유무는 기종 선정이나 개발에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스텔스’에 대해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을까? 또, 스텔스 전투기는 어떤 필요성과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되었을까? 전 국민의 관심사인 F-X 3차 사업과 KFX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의 ‘스텔스’를 좀 알고 가야 할 것 같다.

 

 레이더(Radar)란 신통한 물건의 등장》

 

2차 세계대전은 이른바 현대전의 혁신적 무기의 시발점이다. 최초의 탄도 미사일, 최초의 제트기, 최초의 돌격소총 등 향후 전쟁의 양상을 바꿔놓을 최초의 무기들이 대전 기간 중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서 영국을 구한 물건이 하나 있다. 바로 레이더다.
전파를 발신해 적의 위치를 파악하는 레이더는 영국이 처음 개발 했고, 영국과 독일의 항공전에서 독일공군의 전투기 편대를 사전에 포착한 영국공군은 궁극적인 항공전의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독일 역시 레이더의 신통함을 실감하고 이를 전투기에 직접 탑재하는 등 레이더 기술의 발전에 총력을 기울인 바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영국군 레이더.

이 녀석의 등장으로 해서 항공기들은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Me-110G 야간전투기.

야간폭격기 요격용으로 개발된 전투기로써 기수부분에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다.

 

2차 대전 후, 제트기의 시대가 되자, 레이더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 되었다. 특히 지상의 레이더 기지는 적기의 접근을 파악해 요격기를 출격시킴으로써 국가 방공망의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더욱이 지대공미사일의 발전은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악몽의 시작이었다. 레이더와 지대공 미사일은 마치 악마의 콤비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이제까지 지상군에 대해 일방적이던 항공기의 전술적 우위에 커다란 일격을 가하게 된다. 예를 들어, 3차 중동전 당시, 이스라엘 공군은 이집트군의 레이더를 회피하기 위해 초 저공으로 날아가 이집트군의 방공망을 격파 한 바 있다. 하지만 4차 중동전에서는 이집트군이 멋지게 복수에 성공했다. 소련으로부터 야전방공 시스템을 도입해 집중훈련 한 이집트군은 지대공 미사일로 100여대에 달하는 이스라엘군 공군기를 격추 하는 대 전과를 올린다. 더군다나 지상 20Km의 높이에서 초 고공비행하던 미국의 U-2 정찰기를 쿠바에서 소련의 지대공 미사일로 가뿐하게 격추해 버리자 최첨단을 자랑하던 미국도 크게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소련의 SA-2 지대공 미사일.

이집트는 소련의 야전방공망 시스템을 이용해 이스라엘군에게 호된 교훈을 준 바 있다.

 

 

절대 격추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U-2 정찰기. 하지만 대공미사일에 맞아

보기 좋게 격추된다. 이 U-2 정찰기는 개량을 거듭하여 현재에도 쓰이고 있다.

 

문제는 이 때 부터다. U-2기의 격추와 4차 중동전 등을 지켜봤던 항공기 선진국들(그래봤자 4~5개 국가)은 레이더와 지대공 미사일 콤비에 대한 대비책을 급하게 찾아야만 했다. 특히 적진 깊숙이 침투해 들어가 적의 심장부를 폭격해야 하는 폭격기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지만 뾰족한 수 가 없었다.

 

레이더를 극복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

 

  그 당시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뿐이었다. 레이더에게 탐지되지 않게 초 저공으로 지면에 빠짝 붙어서 날아가던 가, 아니면 아예 지대공 미사일이 도달 할 수 없는 높은 곳에서 미사일이 쫒아오지 못 할 정도로 아주 빨리 날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60~70년대에 개발된 전투기나 폭격기 등은 이 개념에 충실 한 것들이 많았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B-52 폭격기는 애초에 초 저공 침투 폭격기로 개발 된 기체이며, 죽음의 백조로 잘 알려진 B-1 폭격기는 실제 초 저공으로 음속을 돌파하는 괴물 같은 녀석이다. 소련은 B-1에 대항한답시고 Tu-22(일명 Backfire)초음속 폭격기를 개발했다. 하지만 실제로 성능은 B-1에 비해 형편없어 지금은 대부분 퇴역한 상태이다. 이와는 반대로 초 고공 ․ 고속 침투의 개념을 가진 XB-70 발키리라는 녀석이 있었는데, 고도 7만 피트에서 마하 3으로 20톤의 폭탄을 싣고 미국 알래스카를 통해 소련으로 왕복 할 수 있는 기체였다. 유럽에서는 토네이도가 대표적인 항공기인데, 역시 레이더를 피해 저공침투를 전문으로 하는 이 녀석은 1991년 걸프전에서 나름 활약 하였다.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조종할 만큼 오래된 폭격기 B-52.

하지만 어마어마한 폭장량으로 아직도 현역에서 100대 가까이 배치되어있다.

 

죽음의 백조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을 갖고 있는 B-1.

별명만큼이나 가공할만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B-1에 대항하기 위해 소련에서 제작한 Tu-22 Backfire 폭격기.

이 폭격기가 주는 교훈은 뱁새가 황새를 따라하면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

 

토네이도 전폭기. 멀티롤 전투기로써 영국, 독일, 이탈리아 공군이 사용 중 이다.

걸프전에서 나름 활약도 펼쳤지만 꼴사나운 모습 또한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