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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자료/국방일보

‘보이지 않는 힘’…해양수호 임무 100% 완수

‘보이지 않는 힘’…해양수호 임무 100% 완수

해군, 잠수함 운용 현주소

 

미 해군 역사상 가장 탁월한 전략가로 꼽히는 체스터 니미츠 제독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과거 해전은 전함이 주도했고, 현재는 항공모함이 주도하며, 미래에는 잠수함이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 역시 “전쟁기간에 나를 두렵게 한 유일한 것은 독일의 U-보트였다”고 고백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잠수함의 전략·전술적 가치는 날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해양패권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이를 견제할 잠수함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1992년 잠수함을 도입한 우리 해군은 수중환경이 복잡한 한반도 해역에서 20여 년 동안 무사고 경비임무를 수행하는 등 ‘보이지 않는 힘’으로서의 역할을 100% 완수하고 있다. 214급 잠수함 안중근함 공개를 계기로 해군의 잠수함 운용 현주소를 알아본다.

 

 작전·정비·교육훈련체계 등 모든 분야에서 탁월  잠수함 운용 5년 태평양 단독 횡단 …세계 ‘깜짝’

 

<해군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214급 잠수함 안중근함이 경남 창원시 진해 군항 부두에 정박해 있다. 안중근함은 공기가 없어도 축전지를 충전할수 있는 ‘공기불요 추진체계’를 탑재, 2주 동안 물속에서 작전수행이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잠수함이다. 국방일보 박흥배 기자>

 

 ▲시뮬레이터 훈련 ‘실전 방불’

 “적 항공기 출현! 긴급 잠항!”

 지난달 31일 해군9잠수함전단 214급 잠수함 시뮬레이터 조종훈련장에서 비상상황 긴급조치 훈련이 열렸다.

 축전지 충전을 위해 스노클 항해 중이던 잠수함에 가상의 적 항공기 출현 상황이 부여되자 승조원들이 분주해졌다.

 요란한 디젤엔진 구동 소음이 들리고 공기로 채워져 있던 발라스트(Ballast) 탱크에 물을 채우는 잠항(潛航 : 잠수함이 수중 항해하는 것) 절차가 이뤄지면서 시뮬레이터가 왼쪽으로 급격히 쏠렸다. 손잡이를 잡지 않고는 몸을 제대로 가눌 수도 없었다.

 “심도 50m 도달! 미식별 접촉물 접촉! 전투배치!”

 잠시 후 목표 수심에 도달한 잠수함이 미식별 접촉물을 탐지했고, 확인 절차를 통해 적 함정으로 식별했다. 곧이어 적 함정이 잠수함을 향해 어뢰를 발사한 상황이 주어졌다.

 “어뢰접촉 방위 ○○○도! 전속 회피기동!”

 시뮬레이터가 좌우로 심하게 요동쳤고 둔탁한 충격음이 전해졌다. 적 어뢰 직접 타격 범위에서 벗어났지만 잠수함 부근에서 폭발해 파공(破空)에 의한 침수, 추진모터 고장 등 상황이 연속해서 부여됐다.

 “선체 파공! 긴급 부상!”

 승조원들은 신속하되 침착함을 유지한 채 발라스트 탱크에 채운 물을 빼고 압축공기를 주입하는 부상((浮上) 절차에 돌입했다. 잠수함 함수가 40도로 상승하자 몸이 넘어질듯 뒤로 젖혀졌다.

 “부상절차 완료! 스노클 항해!”

 잠수함 시뮬레이터 조종훈련 체험은 10여 분 만에 막을 내렸지만 현장감을 최대한 살린 훈련 덕분에 손에는 땀이 흥건히 배었다.

 시뮬레이터는 214급 잠수함 내부와 동일한 구조다. 조종술 숙달훈련, 잠항 및 심도유지 훈련, 장비고장 및 긴급상황 대처훈련 등이 가능하다.

모사(模寫) 능력은 파고 10m, 조류 6노트, 횡경사 30도, 종경사 45도에 달한다. 디젤엔진·공기압축기·추진모터 등 구동소음 12종을 표현할 수 있다.

 ▲재래식 잠수함 모범 운용국 등극

 잠수함은 전쟁 억지력은 물론 유사시 적을 기습 타격할 수 있는 국가 핵심 전략무기체계다. 더불어 해전의 승패를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자 그 나라 해군력을 평가하는 척도다.

잠수함의 효용성은 크게 6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전쟁억제 및 보복 수단, 해상봉쇄 등 전쟁 지속능력 저하 수단, 심리적 압박 수단, 공세적 공격 수단, 전략적 기만 수단, 입체작전 수행 수단이 그것이다.

 잠수함이 전략적 가치가 뛰어난 것은 탐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음파는 물속에서 굴절돼 전달하지 못하는 구역이 생기고, 수중 생물·파도 등의 소음으로 인해 잠수함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수상함이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거리보다 잠수함이 수상함에서 나오는 소음을 약 5배 정도 멀리서 들을 수 있다.

 특히 수중환경이 변화무쌍한 한반도 주변은 잠수함 탐지 자체가 어렵다. 동해는 ‘잠수함 천국’으로 불릴 정도다. 연중 수온전선(Water Temperature Line)이 형성돼 반사현상과 방위오차가 발생하는 등 음탐 조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또 수심이 깊고 해안에서부터 급경사를 이뤄 수괴(水塊·해수 덩어리)가 빈번히 발생한다. 이 같은 현상은 능동형 소나에 잠수함으로 비쳐 혼란을 가중시킨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세계 각국은 오래 전부터 잠수함 개발·도입에 박차를 가해 왔다. 북한 역시 일찍부터 수중전력을 키워 70여 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매년 1~2척을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해군은 1992년 10월 독일에서 209급(수중 배수량 1200톤) 잠수함 ‘장보고함’을 인수함으로써 역사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세계 제일의 잠수함 부대를 만들기 위해 ‘꿈·도전·창조’라는 슬로건 아래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잠수함 운용 5년 만에 태평양을 단독 횡단,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환태평양훈련(림팩·RIMPAC) 등 각종 해외훈련에서도 우수한 작전능력을 입증, 훈련에 꼭 참가해 달라고 요청받는 대상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2008년 100만 마일 무사고 작전운용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렸으며, 2011년 장보고함이 20만 마일 무사고 작전운용을 기록하는 등 20년 동안 단 한 건의 인명 손실이나 장비 손상 없이 누적 160만 마일을 달성했다. 이는 지구 둘레를 74바퀴를 돈 것과 같은 거리다.

 2006년과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 해군을 대상으로 잠수함 운용 관련 수탁교육을 하는 등 우리 잠수함 운용능력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교육훈련체계 지원을 통해 방산수출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우리 해군은 이렇듯 작전·정비·교육훈련체계 등 모든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입증, 재래식 잠수함 모범 운용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했다. 해군은 앞으로도 3000톤급 잠수함 도입 추진, 잠수함사령부 창설 등 적정 수준의 잠수함 전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정우성(준장) 9잠수함전단장은 “우리 전단은 국익을 수호하고 국가정책을 힘으로 뒷받침하는 강한 해군력 건설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끊임없는 전술훈련과 항재전장 정신무장을 바탕으로 어떠한 적의 도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병노 기자 < trylover@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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