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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슬픔은 여전”

‘천안함 용사 3주기 추모식’을 맞아 국립대전현충원 46용사 묘역을 찾은 한 유가족이 묘비를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용사 추모 물결˝

“3년이 지났지만 밀려오는 슬픔은 여전합니다.” 26일 천안함 용사 3주기 추모식이 열린 국립대전현충원에는 이른 아침부터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유족과 환담

 ○…오전 9시 20분쯤 현충원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은 유가족과의 환담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고(故) 이창기 준위의 아들 산 군과 고 차균석 중사의 어머니 오양선 씨, 고 한주호 준위의 아들 상기 씨 등이 참석했다. 유가족들과 15분 동안 환담한 박 대통령은 자리를 이동, 46용사 묘역에 참배했다.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의 안내를 받은 박 대통령은 묘역 안으로 들어가 묘비를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살폈다. 특히 “혼인신고를 하고 훈련 갔다 와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는데 돌아오지 못했다”는 고 강준 상사의 사연을 듣고 민 원장에게 “배우자는요? (어떻게 지냅니까)”하며 걱정스럽게 근황을 물어봤다.

 자리를 옮겨 고 해군중사 임재엽 묘역에서 다시 멈춰선 박 대통령은 민 원장이 “임 중사 부모님들이 눈이 오면 이 묘역 눈을 직접 치운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어 고 한주호 준위의 묘로 이동해 헌화하고 묵념한 뒤 유족인 아들 한상기 씨의 두 손을 꼭 잡으며 “항상 지켜보고 계실 텐데 하늘나라에서, 이번에 결혼하셨다고. 행복하게 잘 사는 게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다”라고 위로했다.

전국 각지서 참배객 모여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많은 참배객은 천안함 46용사가 안장된 사병 제3묘역을 찾아 헌화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3년 전 오늘의 아픔은 특히 유족에게 어제 일처럼 선명해 보였다. 이들은 아들의 묘비를 연방 어루만지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유족은 “아무리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 아들이 원망스럽다”면서 “사무치게 보고 싶어 가슴이 미어진다”며 오열했다. 애끊는 슬픔은 애써 누르려 해도 이내 비집고 나오는 듯했다.

 고 민평기 상사의 아버지 민병성 씨는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아들이 더 새록새록 떠오른다”며 “지금도 이따금 아들의 유품과 흔적을 만져 보며 마음을 달래고 있다”고 했다.

 고 최정환 상사의 매형 이정국 씨는 묘역을 찾은 참배객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는 생존장병 이은수 씨를 만나 끌어안으며 “살아줘서 고맙다. 건강해야 한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이은수 씨는 “시간이 지나도 유족의 슬픔은 커져만 가는 것 같다”며 “살아남은 우리가 모두 가족처럼 유족을 위로하며 먼저 간 장병을 위해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