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자료

사랑의 노둣돌

방송통신위원회 '스마트폰 감동 Story 공모전'의

감동적인 수상작 - 우수상

 

최우상편에 이어 우수상편입니다. 즐겁게 감상하시길~~

 

[우수상]

 

사랑의 노둣돌

 

수상자 : 신정모

 

 

아들네 집으로 가는 길목, 가을이 지나간 중앙공원 길가에 쌓인 은행잎이 오후의 햇살을 퉁기며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였다.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발 등에 내려앉은 빨간 단풍잎을 몇 장 주워 비닐봉지에 담았다. 손녀 예련이와 손자 예민이가 이것을 보고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저절로 마음이 흐뭇해졌다.

 

예련아, 할머니 할아버지 오셨다.”

 

아들과 며느리가 큰 소리로 외치는데도 예련이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우리 내외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이미 다른 방으로 숨어버린 것이다. 외가 식구들에게는 스스럼없이 따르면서 우리 내외에게는 물에 기름 돌 듯 영 붙여주질 않아서 속이 상했다. 어느 정도 자라면 가족관계를 알게 되고 자연스레 해소될 것으로 믿고 있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것은 급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 내외가 전주로 직장을 옮겨서 며칠 전 이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 때부터 아들 내외가 오전 일찍 출근한 후 예련이와 예민이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가기 전과 유치원에서 퇴원한 후 아들내외가 퇴근할 때까지 나와 아내가 손주들을 돌봐야 할 상황이었다. 더욱이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원과 하원도 우리 내외가 할 몫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우리를 낯설어하고 기피하고 있으니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저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설명할 수도 없고, 달래고 타일러도 봤지만 모두 허사였다. 세월이 시속 70 킬로미터로 달린다는 70대의 귀중한 시간을 요리조리 조정하여 틈을 낸 본정도 없이 시간만 허투루 보낸 꼴이 되었다. 나에게는 시간이 사랑의 다른 이름일 뿐인데.

처음 한 달 정도는 그동안 손주를 돌보던 외할머니가 아들네 집에 와서 우리 내외와 함께 생활하기로 했다. 손주들이 우리 내외와 친밀하게 지내고 도시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어린 것들을 떼어놓고 출근하는 아들 내외의 마음을 헤아려서라도 손주들을 잘 보살펴 주어야겠다고 다짐을 했는데도. 하기야 낳아서부터 지금까지 키우고 돌봐준 외할머니와 외가 식구들에게 정을 주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다. 손주들 아빠인 우리 아들이 유아시절 저희 누나와 형들에게 내 엄마니까 엄마 소리도 하지 말라고 떼를 쓰던 생각을 떠올리며 손주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도 했다. 우리 내외에게 막무가내기로 붙여주지 않는 예련이와 예민이가 얄밉고 화도 났지만 한편으론 애시 당초 외가에서 자라도록 한 내 잘못이려니 하는 후회도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련이와 예민이가 스마트폰에 큰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옳지! 스마트폰을 친구로 하여 우리 내외와 손주와의 관계를 개선해볼 요량으로 꾀를 냈다. 손주들이 방안에서 놀고 있을 때 살짝 스마트폰으로 뽀로로 프로그램을 틀어주었다. 예련이가 하던 놀이를 멈추고 내 스마트폰 앞으로 다가왔다. 예민이도 나두하면서 함께 끼어들었다. 할아버지 옆에 이렇게 바싹 다가앉은 것은 처음이었다. 나도 이때다하고 손주들 손을 잡으며 뽀로로 프로를 설명해줬다. 단추만 끼워주려 해도 거부하던 손주들이 나와 대화까지 나누면서 너무나 재미있게 보냈다. 좋아하지 않으면 친해줄 수 없다는 것을 손주들은 증명해 줬다. 나는 잃어버린 일상의 행복을 되찾은 것처럼 고맙고 반가웠다. 그동안 쏟은 노력과 정성이 결실을 가져온다고 생각하니 마음의 응어리가 풀린 것 같았다.

 

나는 그날 이후부터 스마트폰 활용 계획을 세웠다. 하나는 어린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저장하거나 사이트를 메모해 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육 및 놀이활동 프로그램 관련 자료를 모으는 일이었다. 먼저 뽀로로’, ‘키즈 짱’, ‘키즈영어’, ‘한반도 공룡이야기‘, ’동요‘, ’크리스마스 캐롤등을 모두 다운 받아 저장해 놨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보여주는 TV프로그램, 놀이와 체험활동도 골라서 복제하여 저장했다.

 

건강사회탐구표현언어생활로 구성되어 있는 유치원 교육과정과 신체언어정서사회사회성 영역을 중심으로 생활경험놀이 활동을 지도하는 유아교육과정을 참고하여 동영상 촬영이나 인터넷 자료를 스크랩하여 모았다. 런 활동을 하다 보니 내가 어른이 되어서 배워야 할 것은 모두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한 로버트 폴컴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이 갔다. 교육과 조손관계 향상도 중요하지만 스마트폰 중독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가능한 한 정한 시간, 공통된 내용, 예련이 중심으로 스마트폰 활용 자료를 제공해 주었다. 발달의 차이가 있어서 예민이의 자료는 아내의 스마트폰에 저장했다. 블록 쌓기나 장난감 놀이를 하다가 싫증을 낼 때면 스마트폰 영상으로 위기를 바꿔주고 흥미를 북돋아 주었다. 그러나 유치원 학습 흥미와 의욕의 저하를 염려하여 선행학습은 피하고 복습 위주로 준비하여 보여줬다. 손주들의 학습준비물이나 놀이활동에 도움이 필요할 때는 엄마, 아빠를 화상 연결하여 대화도 나누게 했다.

 

외할머니가 군산옥구로 떠난 후에도 예련이와 예민이는 우리내외를 믿고 잘 따라 주었다. 두놈 다 그렇게 거부하던 대소변 돌보기는 물론 소꿉놀이와 간식먹기, 야외 놀이 등 모든 활동을 우리에게 요청하고 함께 활동하게 되었다. 예련이는 유치원에서 학습활동과 생활내용에 관한 자료를 보여 달라고 하기도 했다. 손주들은 복습한 내용이나 자기 유치원의 동영상이 나오면 더욱 적극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보았다.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다. 스마트폰은 우리 내외의 언어와 마음을 손주들에게 전해준 행복의 교량이면서 손주들의 교육과 생활을 도와주는 유비쿼터스 사랑의 노둣돌이었다.

 

하지(할아버지를 부르는 말), 곤룡(공룡) 보아.”

 

예련이와 예민이가 자기 수준과 흥미에 맞은 프로그램이나 자료를 보여 달라고 조를 때가 나는 가장 기쁘고 행복하다. 첫눈이 내리던 날 오후 아들 며느리 잘 두면 아기 봐 줄 일만 남는다더니 그게 우리를 두고 하는 얘기 같다고 웃으면서 우리 내외는 가까운 중앙공원에 나가 눈 구경을 했다. 자연이 꾸며 논 설경에 우리내외의 마음을 담아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었다.

 

예련이와 예민이와 우리 내외가 함께 이 동영상을 보면서 낯설움도 사랑함도 모두 녹여 또 한 페이지의 아름다운 그림이 창조될 것을 상상하면서.

 

이어서 또다른 우수상편이 연재됩니다.*^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