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잇, 나일론, 다이너마이트, 페니실린, 콘푸레이크, 감자칩. 이 발명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세렌디피티(Serendipity). 즉,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진 경우를 말한다. 무기로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화약(火藥)의 발명 또한 의외의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850년 이전 어느 시기에 중국 연금술사들이 불로장생의 영약을 제조하는 비법을 찾고 있었다. 이들은 초석, 황, 탄소를 꿀과 섞은 다음 불 위에서 끓여 조심스럽게 성분들을 섞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대의 연금술서 사본에는 "연기와 불꽃으로 손과 얼굴에 화상을 입고 집 전체가 불타 버렸다."라고 적혀있다.
사진 : William Fettes Douglas - The Alchemist
그렇다면 중국 연금술사의 우연한 발견이 강력한 무기의 탄생으로 이어지기까지 각 나라에서는 화약을 어떻게 이용했을까? 우선 중국에서는 초석의 함량을 조절하는 실험으로 로켓탄을 고안했다. 뒤이어 아랍에서는 철로 강화된 대나무 관으로 만든 총을 생산하는 등, 13세기에 얻은 화약 관련 지식을 군사적 용도로 사용했다. 이러한 정보가 확산되자 유럽에서는 연소 속도를 통제하기 위해 좀 더 큰 결정체가 제작되었고, 야금학의 발달로 손에 들고 사용하는 화기와 대포도 만들어진다. 19세기 말에 이르면 '흑색 화약'이 니트로셀룰로오스로 대체되며, 그 결과 화기로부터 보다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 연기 침전물도 줄어든다. 연기가 나지 않는 화약은 보통 단일성분 화약이나 이중성분 화약의 형태로 오늘날 생산되는 화약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도 화약의 아버지 '최무선'이 있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화포 최무선'을 한 번 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구를 막는 데는 화약만한 것이 없으나, 국내에는 아는 사람이 없다." ([태조실록] 1395년 4월 19일) 이 말은 그가 중국에 이어 고려인으로서 최초로 화약제조를 발명하게 된 원동력이었다. 그는 항상 중국 강남에서 오는 상인이 있으면 곧장 달려가 만나보고 화약 만드는 법을 물었다고 한다. 최무선이 화약을 만드는 일에 당시 사람들은 매우 부정적이었고 단순한 놀이용으로만 여길 뿐, 화약을 무기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무선은 일찍이 화약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결국 화약 및 화기의 제조를 담당하는 화통도감의 설치에 성공한다.
전라북도 군산시에 위치한 진포대첩지비 (출처 : 한국학중앙연구원)
참고 : 네이버캐스트 인물 한국사 - 최무선
흥미로운 유래와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했던 '화약'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인천에 있는 '한화기념관'에 방문에 보는 건 어떨까? 한화기념관은 한화 인천공장이 2006년 공장 이전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까지 그 역사적 의미와 발자취를 기리는 공간이다.
(왼쪽부터 본관, 화약 제조공실)
한화기념관의 전시는 크게 본관과 화약 제조공실에서 이루어진다. 본관에서는 인류문명 발달에 기여해 온 국내의 화약사를 비롯해 한화 인천공장의 환경과 화약인들의 삶을 소개한다. 또한 가상의 불꽃놀이를 실제처럼 체험해 볼 수 있는 '연화체험'프로그램과 함께 화약 관련 정보검색 서비스도 제공한다. 화약 제조공실에서는 화약이 제조되는 공정을 한눈에 관람할 수 있다. 옛 인천공장의 제조공실을 실제와 최대한 유사하게 재현하여 당시의 현장감을 살리고 있으며, 책이나 텔레비전으로만 보았던 초안폭약, 도화선, 뇌관 및 다이너마이트 같은 화약의 제조시설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한화기념관의 위치 및 관람안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http://www.hanwhahistoricalmuseum.co.kr/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미지, 글 : http://www.hanwhahistoricalmuseum.co.kr
불로장생을 위한 약을 만들려던 연금술사의 시도가 도리어 생명에 위협적인 무기를 발명했다는 점은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흥미로운 일화이다. 이처럼, 가벼운 일화를 통해 '화약'이라는 역사적인 무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상 '군사 무기'라고 하면 어려운 용어와 딱딱한 이미지 때문에 크게 관심을 갖는 경우가 드물다. 그렇다면 이번 주말에는 무기의 발명이나 사용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고 박물관에서 직접 체험해 보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무기에 대해 알아보는 건 어떨까?
국방홍보원 블로그 '어울림' 기자단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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