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리어 리스펙트-‘존중언어, 밝은병영’ 캠페인

①아저씨는 없다

 

군 위계관계 무시한다는 측면서 문제 심각

꽤 오래전부터 병사 간 관행으로 대물림

위급 상황시 정상적 임무수행 걸림돌 불보듯

 

언어는 의식을 지배한다. 어떠한 언어를 구사하느냐에 따라 마음가짐과 행동이 달라진다. 이런 측면에서 상호존중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다. 존중과 배려의 말 한마디가 그 출발점이 된다. 정확한 호칭과 행동·언어예절이 존중과 배려의 시작이 된다. 이에 국방일보는 ‘존중언어, 밝은병영’ 캠페인을 연중 진행하며 병영언어의 다양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최근 군에서 복무하는 아들을 면회하고 온 황운영(49·여·서울) 씨는 병사들 간 호칭을 듣고 어색함을 지울 수 없었다. 서로 ‘아저씨’라 불렀기 때문이다. 황씨는 병사들이 왜 아저씨라 부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황씨는 “타 부대 병사들을 보면 계급에 상관없이 그냥 편하게 아저씨라 부른다”는 아들의 설명에도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병사들 간의 ‘아저씨’란 호칭은 꽤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 근원을 알기 힘들다. 각군은 타 부대 병사들의 계급이나 이름을 모를 경우 ‘전우(님)’로 부르도록 하고 있다. 사진은 모 부대 장병들이 행군하는 장면으로 기사와 관련 없음. 국방일보 DB

  

 

타 부대 병사 간 족보 없는 호칭 ‘아저씨’

‘아저씨’가 우리 군을 배회하고 있다. 원빈의 멋진 액션이 빛나던 영화 ‘아저씨’가 아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병사들 간 호칭이다.

언제부터 병사들이 ‘아저씨’란 용어를 사용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관련 자료도 남아 있지 않다. 다만 1990년대 군에서 복무한 40대들도 ‘아저씨’란 용어를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 그 역사는 꽤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90년대 초반 육군21사단에서 복무했던 이정훈(45·서울) 씨는 “지금까지 군에서 아저씨란 호칭이 사용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좀 놀랐다”고 말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아저씨’란 용어는 병사들에게 마치 당연한 호칭처럼 전수되고 있다. 주로 육군과 공군에서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계급과 이름을 모르면 일단 ‘아저씨’로 통용된다. 하지만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민하는 병사는 많지 않아 보인다. 국방부가 2015년에 발행한 장병 병영생활 언어순화 지침서인 ‘바른·고운·쉬운 병영언어’에 의하면 ‘아저씨’라는 호칭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은 27.5%에 불과했다.

자신이 계급이 낮은 부대 병사로부터 ‘아저씨’라고 불려도 상관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75.7%(그렇다 41.8%, 보통이다 33.9%)에 달했다.

모 부대 육군병장은 “이병 때부터 선임이 타 부대 병사를 아저씨라 부르는 것을 보고 배워서 나 자신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대의 병사는 “처음엔 군에서 아저씨란 호칭을 듣고 깜짝 놀랐지만 이젠 익숙해져 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저씨 호칭 병사들이 합동훈련을 하면?

‘아저씨’란 호칭이 내포하는 문제점은 다양하다.

우선 이 호칭은 위계관계를 철저히 무시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명령체계’에 혼선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타 부대 선임을 ‘아저씨’로 호칭하는 병사들이 합동훈련을 하거나 위급상황 시 부대가 재편될 경우 정상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아저씨’란 호칭은 나와 타자를 분리시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군인으로서 동질감을 저해한다. 많진 않지만 일부러 후임으로 하여금 선임급의 타 부대 병사에게 ‘아저씨’라 부르라고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부대원들 간 자체 소속감을 고취시킨다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군 차원의 단결력을 해칠 수 있다.

중앙대학교 정태연 심리서비스대학원장은 “아저씨란 용어의 사용은 소속은 다르지만 같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동질의식을 감소시킨다”며 “이는 군인으로서 정체성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사용하면 할수록 군의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아저씨’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존중의 의미보다는 불특정 다수에게 사용하는 무관심의 호칭이라는 측면에서 아무래도 긍정적 영향보다 부정적 요인이 클 수밖에 없다. 사전적 의미를 봐도 ‘남남끼리에서 성인 남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으며 높임의 의미는 없다.

실제 최근 전역한 예비역은 “전역이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갓 입대한 타 부대 이등병이 아저씨라 불렀을 때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방일보 이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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