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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항공무기

[불운의 명작, 항공무기] 5부. 날지 못한 스텔스 헬기 RAH-66 코만치

1980년대 미 육군은 차세대 공격헬기를 다목적 헬기로 개발해 무장·정찰·기동 헬기까지 하나의 기종으로 대체하고자 LHX(Light Helicopter Experimental)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신형 헬기 개발을 통한 구체적인 대체 계획은 AH-1 공격헬기와 UH-1C 건십을 AH-64 아파치로 대체하고, 최종적으로는 LHX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OH-58A/C 카이오와, OH-6 카이유즈 정찰헬기도 OH-58D 카이오와 워리어 AHIP로 대체한 후 최종적으로 LHX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놀라운 사실은 다용도 수송헬기로 사용되는 UH-1과 UH-60까지도 LHX 다용도형으로 통일한다는 것이었다. 대형 수송헬기를 제외한 모든 미 육군항공대 헬기를 LHX 계열 하나로 대체하겠다는 이 야심찬 계획은 결국 냉전시대의 꿈을 안고 84년 확정돼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했다.

LHX 개발에는 보잉·시콜스키팀과 벨·맥도널 더글라스팀이 경합을 벌였고, 91년 4월 5일 보잉·시콜스키팀이 경쟁에서 승리해 개발이 본격화됐다. RAH-66 코만치로 명명된 이 신형 헬기는 시제기가 95년에 출고됐고, 96년 1월 4일에 초도비행이 성공적으로 실시됐다. 



<보잉·시콜스키팀의 RAH-66 코만치.  출처 : 보잉>


 RAH-66의 가장 큰 특징은 스텔스 성능이다. 적의 종심 깊숙이 침투하는 전투 정찰임무에서 높은 생존성을 얻기 위해 코만치는 높은 스텔스 성능이 요구됐다. 이를 위해 코만치에는 F-117 스텔스기와 같은 다면체 방식의 설계가 적용됐고, 전파 반사와 소음이 큰 테일로터를 없애기 위해 패네스트론 방식이 적용됐다. 또 인입식 착륙장치와 대규모로 복합소재를 사용하는 등 전반적인 스텔스 설계가 이뤄졌다. 


그 결과 코만치는 AH-64 아파치보다 레이더 반사를 663분의 1이나 줄일 수 있었고, 적외선은 2.75분의 1, 소음은 1.6분의 1 수준으로 낮춰 생존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스텔스 성과와 더불어 코만치를 미 육군항공의 혁신적인 무기체계로 만든 것은 네트워크중심전 개념을 적용시킨 항전체계 덕분이었다. 코만치는 미 육군의 플랫폼 중 공중과 지상무기체계를 통틀어 처음으로 완전 디지털화된 시스템을 갖춘다는 목표로 개발됐다.

이를 위해 고성능 컴퓨터를 내장하고 보안 디지털통신체제를 갖춰 육군의 항공 및 지상부대가 원하는 공통작전정보 및 영상을 정확히 전송하도록 개발됐다. 신속한 전장 정보 공유능력으로 다른 플랫폼들보다 더 많은 목표물을 인식하고 교전할 수 있는 능력과 스텔스 성능까지 갖춘 코만치는 지상의 전장을 압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냉전 말기에 구소련의 신형 공격헬기와의 교전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공대공 전투 성능은 물론 대규모 기갑전을 수행할 만큼 충분한 공격능력과 생존성을 갖춘 헬기를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전투형은 물론 병력수송이 가능한 다용도형까지 감안해 초기에 설계가 이뤄졌기 때문에 코만치 프로그램의 기술적인 위험도는 대단히 큰 것이었다.

96년 배치를 목표로 84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코만치는 결국 전력화가 2011년으로 연기됐다. 생산대수도 85년 당시 5023대에서 2002년에는 650대 수준으로 급감했다.개발일정의 반복적인 지연으로 프로그램 코스트는 급증하게 됐고, 긴 개발기간 동안 변화된 전장 환경과 운용개념은 다시 기술적 요구수준과 코스트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들었다.
 
무리한 기술적 요구수준과 프로그램 관리, 일정의 문제로 의회의 집중공격을 받아온 코만치는 양산대수 축소에 따른 단가의 급등으로 무기체계로서의 효율성을 의심받아 결국 2004년 2월 27일 개발이 전면 취소됐다.

<임상민 국방기술품질원 기술기획본부>



'RAH-66 코만치' 당시 홍보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