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의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 회관 앞에서 태극기와 에티오피아 국기를 보며 엄숙하게 거수경례 하는 강뉴부대 1진 벨라이 옹. 불패 신화의 주인공 벨라이 옹은 “죽기 전에 60여 년 전 돌봤던 전쟁고아 ‘슨타요’를 꼭 보고 싶다”고 밝혔다.
치열한 전투 있던 날 우연히 만난 소년 고국 두고온 아들이라 생각하고 정성 다해
슨타요 계기 강뉴부대 동두천에 고아원 설립 수많은 6.25전쟁 고아들의 안식처로
벨라이 옹이 소속된 미7사단의 강뉴부대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을 ‘창끝 전투력’을 책임지고 있었다. 포성이 멎지 않는 전장에서 8개월이 지날 무렵 고국에서 두 번째 파병부대가 한국에 도착했다. 그동안 보살폈던 슨타요와 아쉬운 작별을 준비했다. 강뉴전사들은 2진에게 슨타요를 맡기고 한국전쟁 1년을 마무리했다.
“당시 6ㆍ25전쟁으로 전국토의 80% 이상이 파괴됐고, 사망자도 수백 만을 헤아렸죠. 특히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전쟁고아가 10만여 명이 넘었죠. 길거리에는 부모 잃은 전쟁고아로 넘쳐났어요.”
강뉴부대는 슨타요를 돌본 것이 계기가 돼 6ㆍ25전쟁이 한창이던 1953년 경기도 동두천에 보화고아원을 설립, 1956년까지 수많은 한국인 전쟁고아들을 보살폈다. 부모나 가족을 잃어 굶주리고 갈 곳 없는 어린이들에게 보화고아원은 한 줄기 희망의 빛이었다.
강뉴부대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UN 16개 전투병 파병국은 전투 수행과 함께 전쟁고아를 돌보는 고아원과 교육, 의료봉사 등 우리 국민의 상흔을 치유하는 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제2, 제3의 슨타요가 전선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참전국 군인들의 인도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현재 대한민국을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닌가 싶어요. 60여 년 전 당시 우리가 돌봤던 ‘슨타요’를 생전에 꼭 한 번 보고 싶어요. 대한민국은 나의 60년지기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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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촬영한 옛날 사진을 보여주는 벨리이 옹 벨라이 옹의 한방켠에 마련된 한국전쟁 관련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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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 근위대 소속 23세의 열혈 청년 벨라이 옹은 아디스아바바(해발 2500m) 기차역에서 가족과 헤어질 때의 기억을 영원히 잊지 못한다.
발 디딜 틈 없는 구름인파 속에서 벨라이 옹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는 어머니와 아내에게 아쉬운 작별 인사를 건넸다. 첫 돌 갓 지난 어린 아들을 꼭 안아주고 뒤돌아 섰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가슴 안주머니 깊숙이 넣어 놓은 아들 사진을 확인하고 기차에 올랐다. 가족과의 헤어짐에 마음이 아팠지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가족과 헤어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용맹한 에티오피아 군인이었기 때문이다. 또 반드시 고국에 돌아와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만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플랫폼을 미끄러지듯 빠져나오자 더 넓은 역 광장은 눈물바다를 이뤘다. 통곡 소리가 은또또산(해발 3000m)에 메아리쳤다. 하루를 꼬박 달려 지부티에 도착했고, 이곳에서 미 해군 수송선 제너럴 매크리아호로 승함해 20일간의 항해 끝에 부산항에 입항했다.
에티오피아의 꽃다운 청춘들은 그렇게 한국전쟁에 투입됐다. 부산에서 미군과 함께 강도 높은 현지 적응 훈련을 받고 중동부전선 산악지대로 배치됐다.
“첫 전투는 1000고지를 적으로부터 빼앗는 임무였죠. 26일간의 치열한 전투 끝에 고지 정상에 자랑스러운 에티오피아 국기를 꽂을 수 있었죠. 이 전투로 사기가 오른 강뉴부대는 다른 전투에서도 ‘백전백승’했습니다. 그래서 ‘에티오피아군은 전투 현장에서 전사할지언정 포로는 없다’라는 전설을 남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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