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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인들과 소통 “말하지 않아도 말해요”

<우리부대 명품전우를 소개합니다>

농아인들과 소통 “말하지 않아도 말해요”
<72>해군1함대사령부 장성호 상사

 

함정 기관 관리 名匠이자 축구동아리 우승 이끈 名將
가족과 함께 수화 배워 봉사 앞장 / 전역 후 ‘농아인 풋살팀’ 감독 꿈

 

해군1함대사령부 장성호 상사는 사령부에서 명장으로 불린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세 가지 의미에서다. 21년의 군 생활 중 최전방 북방한계선(NLL)에서 15년 이상 함정근무를 하며 함정 기관을 관리해 온 베테랑으로서의 名匠이며, 함대 장병들이 매년 체력검정, 태권도검정, 수영검정 등 각종 평가에서 합격할 수 있도록 지도함은 물론 1함대 영외장병 축구동아리팀의 감독을 맡아 ‘동해시 직장인배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이끌어 낸 名將이다. 또 지역 농아인(청각장애인과 언어장애인)들을 위한 봉사와 희생에도 열심인 名張(베풀 장)이기 때문이다.

 

▶ 해군1함대 장성호 상사가 부대를 찾은 청각장애인과 수화로 이야기하고 있다. 名匠이자 名將이며 名張인 그는 앞으로 전역한 뒤 ‘농아인 풋살팀’ 감독이 될 꿈을 갖고 있다.  부대제공

 

 

▶ 두 손을 모은 모습은 배, 곧 함정이라는 의미. 다음은 (총을 든) 군인이다. 합쳐서 수화로 해군이 된다.

 

“농아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 중 하나가 일반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입니다. 운동하고 싶어 하는 농아인이 있으면 운동을 지도하고 함께하며 더불어 군 장병, 일반인들과 함께 운동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장 상사는 하루하루가 분주하다. 지역 농아인들을 위한 봉사와 희생에 열심이기 때문이다. 바쁜 군 생활 가운데도 틈틈이 시간을 내서 동해시 농아인협회에서 주관하는 각종 봉사활동 및 행사에 참가할 뿐만 아니라, 본인의 특기를 살려 농아인들에게 축구·볼링 등을 지도하고 있다. 이러한 다채로운 봉사활동으로 지역사회에 본보기가 돼 지난해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는 동해시의회의장 표창을, 올해에는 강원도의회의장 표창을 받았다.

 

장 상사가 농아인들을 위한 봉사의 길에 들어선 된 것은 2010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데 한 농아인 어린이가 다른 어린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구경만 하는 모습을 본 것이 계기였다. 운명처럼 그 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고, 내가 ‘농아인들과 일반인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줘야겠다는 사명감을 느꼈다고.

 

그날 이후 그는 농아인에 대한 봉사를 결심하고 부인과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수화를 배웠다. 열정 덕분일까. 성과는 금방 나타났다. 수화를 배운 지 채 1년도 안 돼 강원도 수화협회가 주관하는 수화경연대회에서 가족이 함께 참가해 수화노래 공연으로 은상을 차지했다. 2011·2012년 대회에서는 가족이 연거푸 금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13년에는 대회에 특별 초청돼 이벤트 공연을 했다. 받은 상금은 모두 어려운 이웃을 위한 연탄배달 봉사활동에 사용했다.

 

“가족도 꾸준히 수화를 배우고 함께 봉사활동하는 것에 대해 큰 즐거움을 느낍니다. 사실 봉사활동이라는 표현보다는 ‘어울림’이란 말이 더 맞는 것 같네요. 농아인들에게 수화공연을 하고, 그들과 함께 극장에 가서 영화관람권을 구매해 주고, 카페에서 주문을 해주며 함께 어울리는 것. ‘어울림’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역 내 농아인 부부 자녀의 진로상담을 해주며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농아인 부모와 일반인 자녀가 수화로 의사소통을 하다 보니 자녀가 부모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또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시절 마음에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직접 만남은 물론 SNS 등으로 지속적인 소통을 하며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고 있다.

 

장 상사에게는 꿈이 있다. 군 복무를 명예롭게 마치고 전역 후 ‘농아인 풋살팀’ 감독이 되는 것. 다수의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이를 위해 틈날 때마다 공부하며 ‘수화통역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1년간의 군 생활에서 배운 소통의 리더십과 상대에 대한 배려가 대화하지 못하는 농아인들에게도 통함을 느꼈습니다. 비록 부족한 능력과 작은 실천이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것입니다.”

 

이주형 기자 < jataka@dema.mil.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