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안보정세 美·中 해양 분쟁'불씨'... 한반도에 불똥 예의주시
국방일보 - 국방연구원 공동 기획 '새해 안보정세 전망과 국방정책 과제'
극우정당·스트롱맨 리더십, 전 지구적 현상 확산 역내·외 갈등 초래
中·日·러시아 우발적 충돌 방지 노력… ISIS, 이라크서 여전히 기승
세계 분쟁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 커… 강대국 간 지정학적 경쟁 가열
지역질서 불안정성도 증대… 한국, 국제사회와 분쟁 해결 노력해야
세계분쟁 양상은 2019년에도 지속될 공산이 크다. 주요 강대국 간 지정학적 경쟁과 갈등이 가열될 것이며, 이에 따라 각 지역 질서의 불안정성도 증대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2018년 한 해 동안 세계 안보정세는 강대국 간 국력 변화에서 초래된 질서의 불안정성이 지구촌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를 보였다.
아시아에서는 미국과 중국, 중동에서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대립이 본격화하고 있다. 또한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세력과 비자유주의 세력 간 세력 균형이 뚜렷하게 형성되고 있다. 전 세계적 범위에서 ‘규칙기반의 질서’와 ‘현상유지’를 지지하는 미국·인도와 ‘기존 질서의 수정과 재수립’을 요구하는 중국·러시아 간 대립이 확연해졌다.
세계 각지에서 종전의 전망이 불확실한 장기전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국제화된 내전, 테러리즘, 국가 재건과정에서 과도정부를 부정하는 비국가행위자들의 저항 등이 결부된 결과다.
‘또 다른 전쟁’의 발발 위험은 상존하나 다수의 억제 요인 역시 실효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힘의 우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관련 국가 간 복합적 상호의존, 분쟁국들의 전쟁 피로감, 다중전선 관리의 어려움, 공동의 적(ISIS) 존재와 같은 요인들이 전쟁 억제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은 ‘제한적이고 선택적인 개입’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4대 범죄’ 개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보호책임(R2P)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반세계화 정서가 만연하면서 민족·인종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관용하는 시대사조가 퇴조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 나타났던 극우정당과 ‘스트롱맨’ 리더십은 전 지구적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역내·외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세계 안보정세의 특성은 근본적으로 국제체제 수준의 세력분포 변화, 비전통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국가별 역량 차이, 반세계화 사조의 확산 등 중장기적 현상으로부터 비롯된 바, 장기적 추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향 속에서 세계분쟁은 다음과 같은 양상을 보였다.
첫째, 아시아에서는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해양에서의 ‘회색지대 분쟁’이 늘고 있다. 분쟁이 더욱 심화될 경우 ‘해상 복합전’ 수준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중국·일본·러시아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른 위험 회피 차원에서 ‘관여’에 기초한 분쟁관리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한 해 동안 이들 국가는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갈등을 일정한 수준에서 관리하고자 하는 상호 접근의 노력을 보였다.
셋째, ISIS 세력은 약화됐지만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현지 불만세력과 결탁해 여전히 기승하고 있다. 또한, 중동에서 근거지를 빼앗긴 극단주의 무장 세력은 아프리카 동부와 서부 일대로 행동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넷째, 아프가니스탄·리비아·이라크 등에서 선거를 통한 국가재건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나 테러세력은 국가마비를 기도하고 있다. 안보 공백을 노린 외부세력의 침투가 이어지면서 국가재건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분쟁 중재자로서 유엔의 존재감이 미약한 가운데, 전장 공간 중 ‘육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행위자’가 분쟁 해결을 위한 회담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다국적 연합 세력은 공습에 의존하는 반면, 비자유주의 세력은 게릴라전과 시가전을 수행하며 육상 작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 시리아에서는 이란과 터키, 레바논에서는 헤즈볼라, 예멘에서는 후티 반군이 지형적 이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도와의 국경분쟁에서 중국은 도클람 지역 내 군사시설 건설, 티베트 자치구의 대대적인 자원개발 및 수송 인프라 건설 등을 통해 ‘점진적 잠식’ 방식으로 미래의 협상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여섯째,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난민 대탈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변국과 유럽 국가들의 반난민 정서 심화로 ‘인간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난민 규모의 증대와 반난민 정서 확산이 동시에 발생하며 전개되고 있는 현재의 양상은 국제사회의 결속력과 ‘인간 안보’ 대응 능력의 한계를 노정하면서 무력감을 자아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세계분쟁 양상은 2019년에도 지속될 공산이 크다. 주요 강대국 간 지정학적 경쟁과 갈등이 가열될 것이며, 이에 따라 각 지역 질서의 불안정성도 증대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하면서 한반도에 미칠 잠재적 영향과 파급효과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글 = 이수진 선임전문연구원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