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 2.0 전문가 릴레이 기고 <2> “국방개혁 통해 병영관리 선진화’ 되길”
“국방개혁 통해 병영관리 선진화’ 되길”
국방은 군인의 희생과 봉사의 정신에만 의존해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군 복무의 기반을 이루는 것은 맞다. 그러나 군인들 역시 인간으로서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욕구의 충족이 군인으로서 맡은 자신의 임무를 온전히 수행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 군이 이러한 점에서 균형 있는 모습을 갖추고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국방부가 제시한 ‘국방개혁2.0’이 그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군인들이 수행하는 역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사적인 이득 추구나 욕구 충족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우리 사회는 군인으로서 국가를 지키는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때, 다른 사람들이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공적인 역할이 우리 사회가 존립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지만, 이러한 역할을 자발적으로 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처럼 사회적 요구와 개인적 선호 사이의 불일치가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우리 군이 징병제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징병제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가 우리만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의 사회문화적 특수성에 비춰 볼 때 대부분의 사람에게 군 복무는 피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인 것이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군 복무가 개인적 이득이나 목표의 달성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심지어 그것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군 복무 감축은 복무 기피 완화에 기여 인구절벽 시대 대규모 군대 유지는 전투력 높이기보다 떨어뜨리기 ‘십상’
이러한 상황에서 군 복무의 기간을 단계적으로 단축하는 것은 그 자체로 군 복무를 기피하는 태도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 군의 역사를 보면, 시대에 따라 군 복무 기간이 달라져 왔다. 이러한 변화는 그 시대의 여러 사회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피상적으로 볼 때, 군 복무 기간을 줄임으로써 생길 수 있는 병력 규모의 축소는 전투력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첨단 과학에 기초한 무기체계를 갖춘다면, 병력의 축소에 따른 전투력 약화를 어렵지 않게 보완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출산율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큰 규모의 군대를 유지하는 것은 자칫 군의 질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절벽의 시대에 군을 현재의 규모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 복무에 부적합한 사람들까지도 징집할 필요가 생긴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군의 전투력을 높이기보다는 떨어뜨릴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따라서 군의 전투력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 규모를 적절하게 줄여 조정하는 것은 효율적인 병영관리와 전투력의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비전투 분야의 역할을 민간인에게 맡기고 모든 군인은 전투와 직접 관련이 있는 임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도 건설적인 아이디어다.
많은 젊은이들 훈련 센 해병대 등 지원 안락 대신 자신의 가치와 의무 부여 때문
군인들이 군 복무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는 역할이 군 본연의 임무와 관련성이 커야 한다. 만약 군대에 와서 자신이 맡은 일이 군인이라는 정체성과 거의 상관이 없다면 그 일에 가치와 중요성을 부여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민간인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그들에게 맡김으로써, 군인들이 군 복무 때문에 자신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인식을 해소할 수 있다.
병사들이 힘든 훈련이나 근무 없이 편안하게 생활하면 군 복무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사실인 것은 아니다.
가령, 해병대원들은 매우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으며 수행해야 하는 역할도 전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이가 해병대에 지원하고 있다. 군 복무에 대한 특전사 요원과 수색대원, 해병대원의 자부심이 결코 편안하고 안락한 병영생활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자신의 역할과 임무에 대한 가치와 의미 부여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군인에게는 전투와 직접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군 복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한편으로 군인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존경이나 대우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신의 개인적 욕구나 이득을 희생하면서 군 복무를 하는데 그에 대한 사회적 처우가 열악하다면, 기꺼이 군 복무를 하려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예를 들어 군인들을 치료하는 의료체계를 선진화해서 국가를 위해서 애쓴 사람들에게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병사들 헌신에 대한 국가 예우로 봉급 인상 경력 단절 메우는 병력 배치 ‘모두에 윈윈’ 국민들 사랑받는 ‘군 투명성 확보’ 중요
같은 맥락에서 병사들의 봉급을 지금보다 크게 인상하는 것도 군인에 대한 복지 수준을 높인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조치다. 물론 그 액수가 절대적으로 보면 같은 연령대의 직장인들이 받는 보수와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인상은 최소한 군대생활에서 직면하는 개인적인 재정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가족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도 군 복무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가가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실적 의미 이외에도 병사들의 봉급 인상은 상징적으로 우리 사회가 그들의 헌신에 좀 더 큰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군 복무가 사회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경력개발에 도움이 되도록 함으로써 그것이 단지 개인적 희생이나 봉사에 국한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국가가 주도하는 채용에서 군 복무를 한 사람에게 가산점을 줄 것인지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가산점이라는 구체적인 방법은 차치하더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정 기간 헌신한 사람들이 그에 따른 사회적 인정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군 복무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혜택이 없다면 누구도 이 공적인 업무에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군 복무가 군인들의 개인적 경력에 단절을 가져오지 않게 하는 것도 효과적으로 병영을 관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실제 많은 사람이 군 복무를 기피하는 주된 이유가 그것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군 복무가 가지는 그 본질적인 특성 때문에, 그것이 어느 정도는 경력의 단절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적성이나 자질 등을 고려한 선발, 배치 그리고 교육과 훈련이 이뤄진다면,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군을 좀 더 개방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그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군에 대한 이미지 중 하나가 폐쇄성이다.
이러한 폐쇄성 속에서 군 인권 문제, 비리 문제가 생겨난 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군이라는 조직을 가능한 한 투명하게 노출함으로써,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병영을 관리할 수 있다. 또한 군이 투명할수록 군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더욱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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