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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가을의 병영, 책에 빠지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1. 5. 14:12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가을의 병영, 책에 빠지다
장병 독서열풍 불러온 공군1전비 도서관 ‘오거서’-현장취재

25평 규모에 가족열람실 함께 있어 마음의 양식 ‘쑥~’ 스트레스는 ‘싹~’ 

 

<민간 커피전문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1전비 도서관 ‘오거서’ 내 북 카페에서 1전비 장병들이 차를 마시며 독서와 담화를 하고 있다.>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書 :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

 지난 1일 오후 3시. 두보의 시 제백학사모옥 중의 한 구절이 벽면 유리창에 붙어있는 공군1전투비행단 도서관 ‘오거서’ 내 북 카페.

 20여 명의 병사들과 간부·군무원들이 독서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날 토론은 어린이들이 즐겨읽는 동화 ‘개구리 왕자’였다.

 다 큰 성인들이 동화책을 읽고 토론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토론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며 생각을 고쳐먹어야 했다.

 왕의 권위적인 교육방식에 대한 토론, 사춘기 소녀의 반항심과 이성에 대한 호기심, 개구리에서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공주와 결혼한 왕자의 결혼관 등 다양한 주제를 두고 독특한 자기만의 시각을 드러내는 토론이 1시간가량 이어졌다.

 특히 왕이 딸에게 시키는 강압적인 교육방식에 대해서는 20대 초반의 젊은 병사들과 30~40대 간부와 군무원들의 생각이 극명하게 갈리기도 했고 왕이 되기 위해 공주와 결혼한 왕자의 물질만능주의 결혼관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비판하기도 했다.

 토론을 한참 듣고 있으니 가벼운 동화책 한권을 읽고도 참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들었다.

 이날 오거서 한편에 자리를 잡고 독서토론을 펼친 이들은 독서토론동아리 ‘나무아래’ 회원들.

 회원들은 매주 한 권씩 주어진 책을 읽고 발제자를 정해 발제를 하고 그 발제에 대한 토론을 벌인다.

 이런 독서토론회가 가능했던 것은 최근 개장한 1전비 도서관 ‘오거서’ 덕분이다.

 홍재기(준장) 비행단장은 “시인 두보는 남자로 태어나서 꼭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책 다섯 수레를 꼭 읽어야 한다고 했다”며 “안타깝게도 부대 독서 여건은 이를 충족시킬 만큼 충분하지 못해 ‘오거서’를 개관했다”고 말했다.

 이에 1전비는 장병들의 독서습관 형성과 문화활동 장려를 위해 기지의 노후건물을 리모델링해 기지 도서관을 확장 이전하고 북카페를 조성해 쾌적한 독서환경을 마련했다.

 또 이 건물의 이름을 두보의 시를 따라 ‘오거서’로 명명하고 개장 기념으로 축하 연주·북 콘서트·도서 기증식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마련해 1전비 문화중심의 개장을 알렸다.

 세련된 디자인과 쾌적한 독서환경을 자랑하는 북카페는 25평 정도의 규모에 아동도서가 비치된 가족열람실이 함께 있어 장병뿐만 아니라 군가족들의 쉼터로써의 기능도 하고 있다.

 마치 커피전문점을 벤치마킹한 듯한 인테리어와 가구들을 자랑하는 북카페는 365일 휴일 없이 운영하고 있으며 커피머신이 비치돼 있어 양질의 아메리카노를 실비에 마실 수 있게 했다.

 홍 비행단장은 “군대는 사회에서와 달리 규칙적인 일과운영을 통해 여유시간이 다소 보장돼 독서 습관을 들이기 안성맞춤”이라며 “‘오거서’ 개장을 계기로 독서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일과 중 쌓인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풀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거서’ 운영을 담당하는 도서관리담당 유난희 주무관은 “기존 도서관은 협소하고 장서가 부족해 이용이 저조했지만, 건물 이전과 북카페 조성으로 장병과 군가족들의 방문이 크게 늘었다”며 “앞으로도 쾌적한 독서환경을 유지하고 장서확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열린 개장식에는 평소 1전비와 도서기증, 기관대출, 독서코칭 등의 프로그램을 등을 통해 교류를 맺어온 사랑의 책 나누기 운동본부 민승현 본부장, 김삼철 광주시립도서관장, 광주교육대학교 최원오 교수 등의 외빈과 지휘관 참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김명진 씨를 초청해 격조 높은 연주를 선보였다.

 민 본부장과 김 도서관장은 개장 기념으로 각각 아동도서 200권을 기증하고, 도서 100여 권의 기관대출 도서를 전달했다.

 이와 함께 ‘오거서’ 개장기념으로 기지 강당에서는 사랑의 책나누기 운동 본부의 지원으로 예술공연과 인문학강좌를 함께 묶은 북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글·사진=  이석종 기자 < seokjo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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