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는 조선시대에 이름을 드날리던 유배지였다. 또한 임진왜란 당시엔 조선의 함대가 왜군의 함대를 맞아 싸운 호국의 현장이기도 한다. 연륙교가 이어진 요즘엔 사계절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눈이 시린 쪽빛 바다, 거센 바닷바람과 파도가 다듬은 기묘한 바위들, 핏빛 동백꽃으로 뒤덮인 지심도, 그리고 신이 빚고 인간이 다듬은 작품이라는 외도…. 무엇보다 진경산수화처럼 빼어난 절경이 펼쳐진 해금강은 거제도 미학의 화룡점정이다.


               <거제도 남단의 여차~홍포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6·25전쟁 당시의 상흔이 남아있는 거제포로수용소


거제도로 들어서려면 통영에서 거제대교를 건너야 한다. 통영과 거제도 사이의 좁은 해역인 견내량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 함대의 서진(西進)을 막는 주요 방어 길목이었다. 이순신 장군은 이곳에서 왜군의 함선들을 한산도 앞바다로 유인해 학익진으로 대파해 전쟁의 흐름을 바꿔놓았으니 우리 민족에겐 빼놓을 수 없는 호국의 현장인 셈이다.


     <6·25전쟁과 포로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관>


이렇게 견내량을 건너 14번 국도를 따라 20여 분 달리면 거제시내 한쪽에 자리한 전쟁포로수용소 터에 도착한다. 여기는 6·25전쟁 중 유엔군에 포로가 되었던 적군을 수용하던 곳이다.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났을 때 남한은 3일만에 서울을 빼앗기고 낙동강 근처까지 후퇴하였다. 하지만 그해 9월15일 맥아더 장군의 지휘 아래 펼쳐진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서울을 수복하게 되는데, 이때 수많은 포로들이 생겨났다.


처음엔 이들을 부산·경북 등에 분리해 수용하였으나 그해 11월 거제의 고현·상동·용산·양정·수월·해명·저산지구 등 360만 평에 포로수용소를 설치하여, 인민군 15만 명, 중공군 2만 명, 여자 포로와 의용군 3천 명 등 약 17만 명을 옮겨왔다. 당시 이곳에서는 반공포로와 친공포로 사이에 유혈참극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1952년 5월7일엔 수용소 소장인 돗드 준장이 납치되었다가 4일만에 풀려나는 불미스런 사건도 발생했다. 현재 이곳엔 경비중대 막사터 등 옛 수용소 건물의 잔재가 일부 남아 당시의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몇 년 전엔 수용소 부지에 포로생활관·체험관·디오라마관 등 6·25전쟁과 포로생활에 관해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들어섰다.


             


거제포로수용소 유적지를 빠져나와 다시 14번 국도를 타고 10분쯤 달리면 대우조선소가 위치한 옥포만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첫 승리를 한 이른바 옥포대첩으로 유명한 바다다. 1592년 5월7일 전라좌수사였던 이순신 장군은 경상우수사 원균과 함께 이곳에서 왜선 26척을 격침시켰다. 이는 임진왜란 첫 승전이었다. 저 유명한 ‘삼가 적을 무찌른 일로 아뢰나이다.’로 시작하는 이순신장군의 장계는 이 전투에 대한 보고서인 것이다. 옥포만이 내려다보이는 옥포대첩 기념공원엔 기념탑·참배단·옥포루·팔각정·전시관 등이 있어 이순신 장군의 우국충절을 생각하며 거닐기에 좋다.


그리고 이곳에서 승용차 5분 거리에 있는 장목면 외포리 대계마을엔 김영삼 전 대통령이 태어나 13세 때까지 성장한 생가가 있다. 팔작지붕의 본채와 사랑채·시주문과 돌담으로 이루어진 집안엔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통령 재직 당시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비롯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직접 쓴 현판과 액자들이 걸려 있다. 마당 한쪽엔 흉상도 자리하고 있다.

지심도와 외도는 거제도의 대표적인 새끼섬


 거제도엔 모두 60여 개의 새끼섬이 딸려 있는데, 이 중에서 지심도와 외도는 한번쯤 둘러봐야 할 곳으로 꼽힌다. 예전 거제도는 섬 전체가 동백 천지였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학동 동백림(천연기념물 제233호)과 지심도를 비롯한 몇몇 군락지 외엔 동백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 이유는 싱싱한 꽃봉오리 채로 뚝 하고 떨어지는 동백꽃이 마치 죄인의 목이 잘리는 형상이라 귀양 온 선비들이 꺼려해 주변의 동백나무를 마구 베어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 학동몽돌해안 풍경/폐교된 초등학교 운동장에 붉은 동백꽃이 가득 떨어져 있다 >


장승포항에서 뱃길로 10~20분 정도면 들어설 수 있는 지심도는 동백나무 원시림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섬이다. 지심도 안엔 희귀종인 풍란을 비롯해 후박나무·팔손이·해송 등 모두 3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는데, 그중 동백나무가 무려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다. 선혈 같은 동백꽃이 수북하게 떨어져 있는 어둑한 동백터널, 하늘 높이 솟아오른 아름드리 해송, 햇살도 파고들지 못할 정도로 빼곡한 상록수림, 동박새 지저귀는 소리에 문득 뒤돌아보면 붉은 동백꽃 너머로 몸을 뒤척이는 쪽빛 바다…. 지심도 상록수림 오솔길을 산책하며 누릴 수 있는 즐거움들이다.



지심도 동백꽃은 보통 11월부터 피기 시작해 한겨울에도 피고 지기를 거듭하는데, 3월에 절정을 이루고 4월 초순이 되면 대부분 스러진다. 관광객은 사시사철 꾸준히 찾아들지만, 특히 동백꽃이 만개하는 3월 주말엔 하루에도 1,000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든다. 2~3시간 정도 발품을 팔면 지심도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 지심도 전통 고기잡이 도구인 뜰채낚시. 요즘엔 학꽁치가 잘 잡힌다 >


한편, 지심도엔 독특한 어로 방법이 전해온다. 바로 대나무 끝에 매단 큼직한 그물로 뜰채를 만들어 물고기를 잡는 뜰채낚시다. 주민들은 이 재래식 낚시장비를 ‘반대(반두)’라고 부른다. 뜰채낚시를 바다에 던져놓고 크릴새우나 홍합부스러기 등의 밑밥을 던져 넣으면 이를 먹기 위해 물고기가 몰려드는데, 이때 그물을 들어 올리면 되는 것이다. 잡히는 어종은 학꽁치·놀래미·우럭·볼락·자리돔 등 매우 다양하다. 요즘엔 학꽁치가 주종을 이룬다. 지심도 선착장에서 뜰채낚시로 고기를 낚는 장면을 구경할 수 있다.


지심도보다 훨씬 일찍 알려진 섬, 조물주의 창작에 인간의 정성이 더해져 완성된 외도(外島)는 부둣가에서 들어가는 길부터 심상치 않다. 아름드리 동백나무와 하늘을 뒤덮은 후박나무, 남국의 내음 물씬 풍기는 야자수, 그리고 섬을 온통 울긋불긋 수놓은 많은 남국의 식물들이 이국적인 정취를 한껏 발산한다.


외도가 한려수도국립공원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한 것은 1995년. 젊은 시절 외도로 바다낚시를 하러왔던 이창호 씨가 섬을 사들이면서 수십 년간 부인과 함께 공들여 가꾼 결실이었다. 처음엔 이곳서 감귤농장도 해보았고 돼지를 키워봤지만 모두 실패했고, 결국 해금강을 찾는 사람들이 쉬어가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섬으로 꾸미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유리창을 통해 바다풍경이 보이는 ‘명상의 언덕’, 에게해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외도성’ 같은 풍광에 이끌려 다니다보면 1시간은 후딱 지나간다.



 

불로초 구하던 서불 일행이 다녀갔던 해금강


그리하여 뱃머리에서 해금강의 절경을 감상하던 여행객들은 탄성을 지르며 조물주의 작품을 눈과 가슴에 담기 바쁘다. 해금강 유람은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이 깎아낸 십자동굴에서 절정을 맞는다. 배가 해벽 틈새로 비집고 들어가면 해벽에 부딪치며 솟아오른 높은 파도가 선상까지 튀어 올라 오싹 소름까지 돋는다.

한편, 거제도는 어느 곳이나 해안풍광이 아름다운 섬이지만, 거제도 남단의 여차~홍포 간 해안도로 드라이브는 절대 빠뜨릴 수 없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쪽빛 바다에 둥실둥실 떠있는 대병대도·소병대도 같은 바위섬과 갯바위는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거제도 해안도로는 거의 전 구간이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지만, 이 여차~홍포 구간은 아직도 비포장이라 그런지 가슴 설레는 풍광이 더욱 운치 있게 다가온다. 물론 승용차도 운행이 가능하다.


                                    <청마 유치환 시인의 동상>


 거제도 여행의 마무리는 생명파 시인 가운데 한 명인 청마 유치환(柳致環, 1908~1967) 시인과의 만남으로 하자. 청마는 1908년 둔덕면 방하리 산방산 아래에서 태어나 3살까지 살다가 통영으로 이사 갔다. 현재 이곳엔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복원한 아담하고 포근한 청마생가가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청마기념관은 청마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8년 조성한 문화공간. 청마 묘소는 이곳에서 약 2km 정도 떨어진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청마생가 근처에 있는 산방산 비원은 산방산 자락의 농지에 꾸민 야생화 농원이다. 1170년 고려 의종이 정중부의 무신정변으로 폐왕이 된 뒤 추방되어 3년간 머물렀다는 폐왕성지(廢王城址)도 승용차로 5분 거리에 있다. 임도를 따라 산성 바로 아래까지 승용차로 올라갈 수 있다.


 


여행정보


●가는 길 =
경부고속도로→비룡분기점→중부고속도로(구 대전·통영간 고속도로)→통영 나들목→14번 국도→거제시 (수도권 기준 5시간 소요)


●맛집 =
거제의 별미는 계절마다 다양한데, 요즘 같은 봄철엔 도다리쑥국이 기다리고 있다. 맛과 영양 만점인 봄도다리와 봄철의 향긋한 쑥이 만났으니 식탁은 그야말로 봄 향기로 가득하다. 도다리쑥국은 거제도 사람들이 이른 봄날 자신의 고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꼭 권하는 별미. 사등면 성포리의 평화횟집(055-632-5124)을 비롯해 고현의 웅아횟집(055-632-7659), 장승포 지심도선착장 옆 원조자연산횟집(055-682-4808) 등에서 맛볼 수 있다. 1인분 10,000~12,000원.


멍게비빔밥도 거제도의 대표적인 별미로 꼽히는 메뉴다. 거제포로수용소 바로 옆에 있는 백만석식당(055-638-3300)이 멍게비빔밥으로 유명하다. 멍게비빔밥 1인분 11,000원.


●숙소 =
거제도 해안엔 펜션과 민박 등의 숙박시설이 아주 많다. 그중에서 거제 해금강 가는 길목의 도장포마을에 자리한 ‘거제훼밀리호텔’(055-632-6377, www.geojefamilyhotel.co.kr)이 괜찮다. 언덕에 들어선 지중해풍 테라코타 지붕의 호텔 객실 발코니에서는 신선대 너머로 다포도와 대·소병대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노을 지는 풍광이 아름답다. 4명 가족이 사용할 수 있는 15평형이 100,000원~210,000원. 조식 포함.


지심도엔 동백하우스(011-859-7576), 등나무민박(011-584-8758), 갈매기민박(011-9339-3802), 황토민박(011-835-2276), 해돋이민박(016-9664-7180), 전망좋은집(019-483-4811), 섬마을바다풍경(011-9592-7672), 피싱하우스(010-8513-4581), 샛끝민박(010-4871-7179) 등의 민박집이 있다.


거제도의 펜션형 숙소는 거제도펜션넷(www.dotto.kr), 거제도펜션협회(www.geojedopa.com), 거제도펜션민박114(www.geojedopension.net) 등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참조 =
거제시 관광과 055-639-3000, 거제관광안내소 055-639-3399


사진 & 글 : 여행작가 민병준 
sanmin@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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