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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자료

어울림은 사랑을 싣고 - 제 1편


여군사관 54기 참모총장상을 받고 우수한 성적으로 정보장교가 된 백소라 중위. 남들이 가지 않는 특별한 길을 걷고있는 그녀를 만나 특별한 인터뷰를 해보았다. 늦게까지 훈련을 받았음에도 그녀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으며 온 몸에는 선함과 따뜻함이 묻어있었다. 편안하고 유쾌한 인터뷰를 위해 카페에서 카라멜 마끼아또와 아메리카노를 시킨 후, 인터뷰를 시작해보았다.



Q)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
A) 저는 여군 54기로 09년도에 육군 소위로 임관해서 강원도 홍천에서 첫 소대장 보직을 마치고 현재는 정보학교에서 OBC교육 중에 있는 중위 백소라라고 합니다.


Q) 언제부터 군인이 되고 싶으셨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중학교 3학년 때 교감 선생님께서 커서 군인이 되어보는게 어떠냐고 권유해주셨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과 친구들도 추천을 해주었고요. 저 또한 평소 체육시간을 가장 즐겨하고 일단 체격이나 목소리도 커서 적성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군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강인함에 이끌렸다고 할까요. ^^

Q)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특별한 가치관이 있으신지요?
A)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누군가를 내가 '다 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더 이상 발전은 없는 것 같아서 '난 부족하다'라는 느낌보다는 하물며 갓난아이를 마주하더라도 배울게 있다는 마음으로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강원도에서 첫 소대장 근무를 하셨다고 하셨는데요. 병력을 관리할 때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으신가요? 자신만의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
A) 아직도 제게 많이 부족한 부분인데,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특히 저는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들의 소대장으로서 임무수행을 했는데, 군대라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훈련병들에게는 무엇보다 따뜻한 카리스마가 가장 필요하다는 걸 참 많이 느꼈습니다. 그냥 이름 한 번 불러줘도 다 압니다. 정말 자기들을 생각하는 사람인지, 그냥 부르는 건지.
매번 말로만 '다 너희를 위한거다'라고 하는 것 보다 생활관 한 번 돌아보며 이름 한 번 부르고 어떤 목적없는 대화를 한 번이 더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Q)  여군시험을 치룬 뒤 임관하기 전 훈련이 있다고 들었어요. 훈련받을 때 힘들지 않으셨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훈련이 있다면요.
A) 군인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훈련인 만큼 즐겁게 임했어요~라고 말한다면. 정말 형식적인 대답이겠죠?ㅎㅎ(웃음^^) 힘들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훈련은 2주간의 유격훈련을 마치고 하게 되는 60km 복귀행군이었는데요. 12시에 출발해서 그 다음날 아침 7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2주 동안 유격훈련으로 몸에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하려니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어요. 발 한 번 땅에 대는 게 고통 그 자체였습니다. 중간에 군장을 내려놓고 주저앉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함께 끝까지 가자며 손 잡아준 동기가 있었기에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복귀하고 생활관에 들어가 군장을 내려놓는 순간, 정말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Q) 그럼 임관 후에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셨나요.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제 선택이 옳지 않았다고 회의감이 드는 순간들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이 길이 내 길이구나'라는 생각에서 더 나아가 확신을 갖고 들어선 곳인데, 군대라서가 아니라 첫 사회생활에서 오는 낯선 외로움이 제 꿈을 흔들었습니다. 그럴 때 마다 함께 신앙 생활하는 군인교회 청년부에서 많은 채움을 받았고, 단골로 이용하는 카페에서 혼자 생각정리를 하고 책을 보는 것으로 흔들림을 극복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소대원이 있다면요.
A) 수료식 때면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에 가끔 눈물을 흘리곤 해서인지 모두가 기억에 남습니다. 지나가다 우연히 소대원들을 마주칠 때면 이름을 모두 알지는 못해도 반가움과 미안함이 한 번에 몰려오곤 합니다.
훈련병들은 5주간의 생활을 마치면 자대로 가지만, 제가 있었던 신병교육대에 제 소대원인 조교들. 이 글을 볼지는 모르지만 최고라고 자타가 공인했던 은식이, 신욱이, 우석이, 광래, 지훈이, 현영이. 기억에 남고 가장 보고싶은 아이들입니다.

Q) 휴가에는 보통 무엇을 하시나요? 강원도에서 근무하셨다면 이동도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A) 휴가 때는 가족들과 지인을 만나곤 합니다. 쌓였던 피곤함도 풀고. 성격이 활동적이기는 하지만,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을 즐기는 편은 아니라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합니다.


Q) 군대에는 남자가 대부분인데요~ 여자로 군생활을 하면서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어느 조직이든 '소수'로서 가지는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점은 여군이라는 이유만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 속에서 가지는 존재감이 상당합니다. 제가 모르더라도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어요. 생각하기 나름인데, 그 점이 또한 단점이 될 수도 있겠죠. 가장 큰 단점은 외로움인데요. 가끔 힘들 때 찾아오는 혼자라는 느낌. 지금도 익숙하지 않고,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Q) 병사들은 여군 소대장이 처음 왔을 때 어떻게 생각하던가요?
A) 여군을 처음보는 병사들은 신기해하죠. 그래도 남군들에 비해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고 섬세하게 챙겨준다고 좋아해주는 병사들도 있습니다. 모든 부하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지금도 가끔 연락오는 부하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Q) 친구들은 군생활을 하고있는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던가요? 주변인들의 시선이 궁금합니다.
A) 남자친구들은 고생한다고 생각하고, 여자친구들은 멋있고 자랑스럽다고 말합니다. 특히 여자친구들은 본인들이 경험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다보니 신기해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서서히 여자들보다 남자들과의 대화거리가 늘어가고 있는 게 가끔 서럽기도 합니다..^^;; 제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여자친구들은 전혀 모르거든요.

A) 장교가 되기위해 학창시절 특별히 준비하신 것이 있다면요.
Q) 체력에 가장 신경을 썼습니다. 제가 근력이 많이 약해서 윗몸일으키기를 하나도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특급을 받을 정도로 체력단련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긜고 안보에 대한 관심이 있어 안보토론대회, 안보동아리 활동을 했었습니다. 지금도 그 때 함께 활동하던 인원들과 연락하며 지내는데, 잊지 못할 추억들이죠. ^^

Q) 백소라 중위님의 최종 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군인으로서 최종 꿈은 군 생활을 언제까지 하게 될 지 모르지만 제가 머물렀던 이 곳에 '선한 영향'을 남기고 떠나는 겁니다. 그 선물이 꼭 나를 믿고 따라주었던 부하들, 함께 일했던 소중한 분들, 그리고 여군이 되고 싶어하는 미래의 후배들에게 꼭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군인이 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A) 많은 꿈을 꾸며 커오잖아요. 그 중 간절해진 꿈 중 하나가 군인일겁니다. 그럼 꼭 군인이 되어보세요. 꿈을 이뤄가는 도중에 밀려드는 막연한 두려움은 잠시 머물다 떠나는 마음이니까 훗날 뒤돌아보았을 때 남을 미련이 없도록 꼭 한 번 도전해보십시오. 군 생활의 성공을 생각하며 도전을 한다면 부담이 가득할겁니다. 그것보다 '내가 군인이 되어보는구나'라는 사실에 집중하면 나름 즐거운 과정들이 될겁니다.


한마디, 한마디에 자신감이 꽉 차있고 따뜻함이 느껴졌던 백소라 중위.


때론 힘들지라도,
동기가 있기에. 소대원이 있기에. 크게 미소짓는 그녀를 보며 덩달아 인터뷰를 하는 저마저 선한 기운을 받게 되었습니다 :^)


앞으로 그녀가 나아가게 될 군인의 길. 지금처럼 선한 에너지를 어디든, 누구에게든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소중한 시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