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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자료

서울의 아름다운 길 - 인왕산길


걷다

1.다리움직여 바닥에서 번갈아 떼어 옮기다. 2.어떤 다리번갈아 움직여
옮기다.
3.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다. 4.전문직에 종사하다.


걷는 행위는 사람이 가장 사람다울 수 있는 행동입니다
.

몸통으로부터 뻗은
4개의 길다란 것이 다른 동물들과 같지만 그 중 2개로 걷고 2개는 자유로울 수 있는 축복이 내려진, 그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동물이 영장류 밖에 더 있을까요. 사람다움이 그리운 요즘, 그래서 사람들이 걷기 운동에 동참하나 봅니다.

서울 시민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
제주도 올레길이라는 조용한 돌풍에 연이어 여러 둘레길 들이 가세했으며, 지금도 그 열풍은 진행 중이고, 서울 사람들도 그 열풍을 동경하고 열망하지요.
서울에 살면서 서울의 참모습을 바라봤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한 번 의심해 봅니다. 혹자는 회색 콘크리트 더미의 상가 건물들과 판상형 아파트 일색인 재미 없는 서울을 상기하는 사람일 것이고, 또 다른 이는 그 중 24시간 깨어 있는 어마어마한 활력소가 넘치는 서울을, 누군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추구하며 미래 지향적인 개발과 건설의 서울을 참모습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이 모든 생각들은 옳으며, 그것이 서울이라는 도시의 매력이고 성격이라는 것을 인정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연이라는 단어에 많이 노출된 우리들은 그것이 과연 무엇이고 진정한 그것은 무엇일지 궁금해 하기 때문에 서울에서도 자연을 찾고, 살아가는 터전에서 자연을 느끼려 합니다. 혹시 여러분은 이 사실을 아시나요? 전세계 인구 천만이 넘는 대도시 가운데 산과 강, 복잡한 지형을 갖는 곳은 서울 단 하나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서울 시민들이 태생적으로 가진 환경의 축복은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겠지요.


서울 제일의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을 누군가에게 질문 받는다면 저는 인왕산을 대답할 것입니다
. 서울을 내다볼 수 있는 훌륭한 장소들은 많습니다.
남산의 서울N타워를 비롯해 서울의 내산이 모두 훌륭하지만 개인적으로 인왕산을 대답한 이유는 그 곳을 오르는 과정 또한 다른 높은 곳을 오를 때 볼 수 없는 일품의 광경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예로부터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이 참으로 귀했는지 여러 문인들과 지식인들은 그 모습에 대한 표현과 묘사를 아낌없이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할 곳은 인왕산 뿐만 아니라 그 언저리에 있는 홍제
3동 산9-81번지, 개미마을도 함께합니다. 홍제역 2번출구에서 마을버스 7번을 타면 종점역이 개미마을인데 이 곳에서 내려서 시작하면 됩니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한다 하여
1983년 주민들 스스로 붙인 이름인데, 2011년 오늘날에도 주민 상당수가 기초생활수급자나 일용직노동자들이라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산 언저리에 위치한 달동네를 연상하는 우리네 머리속엔 그저그런 낡은 집들과 좁은 골목, 낙후된 환경이 스쳐지나 가지만 이 곳 종점에 내린 방문객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형형색색의 버스종점안내 그림입니다. [그림1]


                                                 [그림1] 버스종점 그림

개미마을은 빛그린어울림마을 1호라는 수식어를 달고 벽화마을로 거듭 태어난 인왕산 초입부 마을입니다. 벽화 그리기 작업이 행해지기 전까지의 사회 소외층이 살던 회색의 달동네였을 뿐 어느 누구도 그 곳을 눈여겨 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저 그런 허름한 달동네였을 뿐이고, 그것이 우리가 적응해 온 사고였으니 말입니다.

금호건설의 후원으로 건국대, 상명대, 성균관대, 추계예술대, 한성대 미대 학생들 124명의 협력 작업을 통해 2009 9월 익숙한 모습 위에 한 꺼풀을 덮게 되었습니다. 그 한 꺼풀이란 담장 위의 벽화입니다.

회색의 달동네에 색색의 미술작업을 통해 그저그랬던 동네 풍경에 소소한 재미거리를 부여하게 된 것입니다. 그 당시 학생들의 재치와 열정은 지금도 고스란히 벽에 남아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합니다.

그것이 인왕산을 가기 위한 산행객이든 이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든 신선함을 느끼는 장치적 요소가 도입되었고, 지금은 그들에게 익숙해진 이 모습이 흐릿한 회색의 동네가 아니라 소중하고 지켜야 할 곳으로 인지되고, 눈찌푸림보다 친근함을 불러일으켰다면 여태 재개발이 당연했던 우리의 생각을 반성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곳 또한 서울에서 가장 예쁘고 의미 있는 공간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림2] 마을 곳곳에 그려진 벽화들


이 곳을 다 둘러보았다면 인왕산 기차바위로 향하는 산길을 유유히 올라 가야 하는데, 이 곳으로 향하는 시작점은 개미마을 노인정이며, 홍삼약수터를 지나 기차바위에 오르면 이 곳에 온 절반의 목표는 이루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림3] 인왕산 기차바위로 오르는 길에서 바라본 모습1

                                 [그림4] 인왕산 정상에 올라 바라본 남산과 시내 모습2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바쁜 일상에 익숙한 사람들은 한 번씩 이런 높은 곳에 올라 아래를 내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왕산이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서울을 넓게 조망할 수 있는 곳임은 확실하고, 가장 서울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기에 이 곳을 추천하는 것입니다. 사각의 박스형 건물들의 집합소, 빽빽한 건물들 사이로 솟은 산들과 저 멀리 보이는 한강, 발 아래로 디딛고 있는 회색의 바위와 진녹의 소나무들과 높은 곳에서 맞는 바람. 아무리 여러 번 와서 봐도 질리지 않을 분위기라는 것은 보장합니다.

기차바위 정상을 오르고, 서울성곽 초소를 거쳐 자하문 쪽으로 주욱 내려오다 보면 자하문 너머 백사골로 이어지는 성곽[그림5]이 다시 보이고,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다다르게 됩니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을 타박타박 걸어 내려오며 바라보는 경치도 좋고 누군가 함께 왔다면 이야기를 나누다 스트레스와 정신적 피로를 해소할 수 있으며, 몸은 약간 힘들지언정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나들이 길이 되는 것입니다. 성곽을 따라 나란히 내려오다 또는 외곽으로 잠시 빠졌다가 다시 내부로 들어오는 길 끝에는 개방되지 않은 산책로가 가로 막아 인공으로 조성된 다른 길로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지나 자하문 터널에 이르러 2시에 시작했던 걸음은 잠시 멈추고 6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그림5] 기차바위에서 보이는 자하문 너머 백사골로 이어지는 서울성곽길

개미마을로부터 인왕산을 거쳐 자하문까지 오는 이 길은 앉지 않고 서서 쉴 수 있는 길입니다. 그만큼 서서 보는 그 무엇이라도 내게 휴식을 제공하는 길이라는 의미입니다. 힘들면 서서 벽에 그려진 그림을 바라보고, 소나무 숲 사이를 바라보고, 걸으며 아래로 펼쳐지는 원경을 바라보고, 동행한 사람을 바라보며 쉬는 것입니다.

개미마을이라는 2009 9월 이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허름한 동네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는 동네로 변했듯, 서울 거리에서 바라본 고층 건물과 회색 콘크리트 더미의 인상이 인왕산 꼭대기에서는 산과 강이라는 자연과 인간의 피조물이 만들어낸 광경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듯,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자세가 우리의 일상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p.s. 인왕산의 자연을 좀 더 적극적으로 체험하고 싶은 이들은 인왕산 100배 즐기기 ‘숲속여행프로그램’이라는 걷기 행사에 참여해 보기 바랍니다. 매년 4~11월 말까지 첫째, 셋째 주 일요일과 둘째, 넷째 주 토요일에 인왕산 숲속여행프로그램이 열리며, 숲해설가의 안내로 사직공원에서 출발해 단군성전, 황학정을 거쳐 삼림욕길을 탐방합니다. 인왕산의 역사와 문화, 야생생태 등의 설명도 곁들여 알찬 생태탐방을 즐길 수 있습니다. 종로구 공원녹지과에서 예약 신청을 받으며 서울 시민은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