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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빨간마후라의 모든 것

우리 공군만의 신념·결의의 표상 조종사에게도 딱 하나뿐인 희귀템

 

고등비행교육과정 수료 때 수여

1인 1개 한정…5년간 재지원 불가

2008년 앙드레 김 선생이 디자인

6·25 전쟁 중 강릉에서 첫 도입

고유명사로 ‘빨간마후라’ 정착

 

 

대한민국 공군조종사의 상징인 ‘빨간마후라.’ 빨간마후라는 공군조종사들에게 있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신념과 결의를 담은 소중한 표상입니다. 빨간마후라를 모든 공군조종사가 사용하는 경우는 전 세계에서도 우리 공군이 유일합니다. 이번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빨간 마후라의 모든 것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지난 2008년 7월 3일 거행된 ‘조종사의 날’ 선포식에서 직접 디자인한 빨간마후라를 공군 조종사들에게 걸어주고 있다. 빨간마후라는 공군 조종사들의 조국을 위한 신념과 결의를 담은 표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앙드레 김의 디자인
우리 공군은 학생조종사들이 고등비행교육과정을 마치고 수료할 때 공군참모총장이 직접 빨간마후라를 목에 걸어주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급되는 빨간마후라는 이때 목에 거는 하나뿐이며 분실 또는 노후됐을 때 신청이 가능합니다만 이 역시 1인 1개로 한정되고 초도·보충 지원일로부터 5년간 재지원도 불가능합니다. 신청자격도 현역 조종사와 동승조종사로 엄격히 제한돼 있으며, 보충되는 빨간마후라 구매 가격은 약 4만 원으로 비행피복비에서 지출됩니다. 또 연간 신규·보충 지급되는 빨간마후라의 숫자는 300여 개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조종사가 아니면 구할 수 없는, 조종사에게도 단 하나뿐인 귀한 물건이 바로 빨간마후라인 것입니다. 이 때문에 공군은 조종사들이 평소 빨간마후라를 대신해 착용할 수 있도록 고등비행교육과정 수료 시 반팔과 긴팔 빨간 목티도 1매씩 지급하고 있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빨간마후라 디자인이 확립된 것은 2008년 7월 3일입니다. 공군이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3일 조종사 10명이 F-51 무스탕 전폭기를 타고 첫 출격한 날을 기념하는 ‘조종사의 날’을 선포하면서 패션계의 거성 앙드레 김 선생님이 디자인한 빨간마후라를 선보인 것이죠.

이전까지는 50㎝ 길이의 목에 감는 줄과 세로 30㎝, 가로 20㎝의 앞판으로 이뤄진 T형 머플러가 사용됐습니다.

100% 비단 소재인 빨간마후라는 가로 35㎝, 세로 146㎝ 크기이며 앞면은 진한 빨간색, 뒷면은 진한 주황색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또 앙드레 김 특유의 문양과 ‘대한민국 공군’이라는 문구가 새겨 있습니다.


대한민국 영공 수호 책임질 빨간 마후라 29명 탄생


빨간마후라의 탄생
빨간마후라의 탄생 역사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만, 분명한 한 가지의 사실은 ‘6·25전쟁 중 강릉에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잘 알려진 것은 6·25전쟁 중이던 1951년 11월, 강릉기지에 주둔했던 10전대장 김영환 대령(당시 계급)이 최초로 착용한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입니다.

6·25전쟁 공군 영웅이자 오늘날 흔히 이야기하는 ‘패셔니스타’였던 김 대령은 1차 세계대전 독일 공군 에이스였던 ‘붉은 남작’ 만프레트 폰 리히트호펜 남작을 흠모해 평소에도 그와 같은 스타일의 모자와 장화를 착용하고 다녀 ‘멋쟁이 바론’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고 합니다.

도미교육을 위해 공군본부로 출장을 가는 길에 당시 공군총참모장이자 친형인 김정렬 소장 댁에 잠시 들른 김 대령은 형수인 이희재 여사가 입고 있던 붉은 기운이 도는 자주색 치마를 보고 그가 좋아하던 리히트호펜이 생각나 그 원단으로 머플러를 만들어 달라고 했답니다. 이후 김 대령은 항상 그 빨간마후라를 목에 두르고 다니며 작전을 수행했고, 인기 만점의 에이스 조종사가 빨간마후라를 애용하는 모습을 본 10전대 조종사들이 빨간마후라를 따라 착용하면서 공군 전체의 유행으로 확산됐다고 하네요.

또 다른 탄생설화에도 김영환 대령이 등장합니다. 6·25전쟁 당시 강릉에서 그와 함께 근무했던 장지량 전 공군참모총장은 본인이 빨간마후라의 공식 도입을 김 대령에게 제안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아군 조종사가 적진에 떨어졌을 경우 아군 수색대원에게 소재를 알릴 수 있는 휴대하기 쉬운 물건으로 원색의 빨간마후라가 제격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죠.

어쨌든 강릉이 빨간마후라의 고향인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고등비행교육 수료식에서 62명의 빨간 마후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국방일보DB

 

빨간마후라? 빨간 머플러?
‘빨간마후라’라는 용어는 맞춤법이나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빨간 목도리’ 또는 ‘빨간 머플러’로 쓰는 것이 맞을까요?

정답은 ‘빨간마후라’는 고유명사로 볼 수 있으므로 그대로 써도 무방합니다.

공군은 빨간마후라 명품화 작업을 진행하던 2008년 당시 일부 지식층과 네티즌의 ‘마후라’ 용어순화 요구가 들어옴에 따라 용어사용의 적절성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단어 마후라(マフラ)는 추위를 막거나 멋을 내기 위해 목에 두르는 영어단어 머플러(Muffler)의 일본어투 용어입니다. 이에 따라 ‘목도리’ 또는 영단어의 외래어표기법에 맞춰 ‘머플러’로 순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죠.

먼저 공군 내부에서는 관용적 표현으로 인정될 경우 외래어 표기법상 문제가 없으며, 공군조종사를 일컫는 고유명사로 사용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당시 검토를 진행한 공군사관학교 교수부 관계관은 “Rocket의 표기가 ‘로케트’에서 ‘로켓’으로 바뀌었지만, 로케트 건전지 등의 상표는 고유명사화 되었기에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허용된다”면서 “빨간마후라 역시 머플러라는 사물보다는 공군조종사를 일컫는 고유명사이자 국민적 애칭이 됐으므로 현행대로 사용을 추천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공군은 또 국어어문규정을 제정하고 국어순화를 관장하는 국가 국어정책 주관 기관인 국립국어원에도 ‘빨간마후라’의 검토를 요청했습니다.

국립국어원도 ‘공군조종사 또는 공군조종사가 착용하는 머플러’의 의미를 띤 ‘빨간마후라’는 공군이 창설된 이래 사용해온 전통과 관용에 따라 지속 사용할 수 있으며, 공군의 ‘빨간마후라’는 공군조종사‘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내는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표현이므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답변했습니다. 한마디로 그냥 써도 된다고 공인이 된 것입니다.

단 ’빨간마후라‘가 고유명사이며 관용적 표현임을 강조하기 위해 반드시 띄어쓰기 없이 붙여서 표기해야 합니다.

 

김철환 기자 < droid001@dema.mil.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