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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동향/국외

[한빛부대 남수단에 희망의 빛을 비추다 ②] 한국군 지원은 신이 내린 축복

생활 터전 ‘백나일강’에 17㎞ 차수벽… 침수 피해·질병 사라져

경제활동 중심지를 연결하는 육상 교통로 ‘코리아 로드’ 성과도

 

 

재건지원 땀방울…지역주민 삶의 질 향상

남수단은 2011년 7월 수단에서 독립한 신생국이다. 독립 이전에는 수단과의 오랜 내전으로 고통을 겪었고, 독립 후에도 권력다툼이 또 다른 내전으로 번져 신생국가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특히 도로, 상·하수도, 공항 등 사회기반시설이 매우 열악했다. 2013년 3월 남수단 종글레이주(州)에 있는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 보르(Bor)기지에 첫발을 내디딘 한빛부대는 남수단의 조기 안정과 발전을 위해 재건지원작전에 전력투구했다. 그 결과 주둔지역 주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신이 내린 축복’이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올해 말 목표로 보르기지 방호벽 구축

이른 아침부터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보르공항 인근 토취(土取: 흙을 채취)장. 한빛부대 공병대 소속 굴착기 2대가 쉴 새 없이 흙을 퍼 올려 덤프트럭에 담았다. 덤프트럭은 이 흙을 보르기지 방호벽 보강공사 현장으로 운반했다.

한빛부대는 불특정 위협세력과 난민의 급격한 유입을 막기 위해 올해 말을 목표로 높이 4m, 길이 4㎞의 방호벽을 쌓고 있다. 공사장에는 굴착기 2대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력이 투입됐다. 이들은 섭씨 40도가 넘는 불볕더위, 시야를 가리는 뿌연 흙먼지, 온몸을 적시는 구슬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방호벽을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박형욱(소령) 한빛부대 토목2팀장은 “보르기지 방호벽은 유엔 파병부대가 안전한 가운데 남수단의 재건을 지원하는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국가대표 군(軍)이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우리 부대원들은 어떠한 악조건도 극복하고 부여된 임무를 반드시 완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보르 시내에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종글레이주 유형기반부장관(우리나라의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빛부대 6·7진 부대장과 주요 직위자에게 백나일강 차수벽(遮水壁: 물막이) 설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

백나일강은 보르 지역주민의 생활 터전이자 식수 공급원이다. 그러나 매년 우기(雨期)마다 보르 전체 주민의 25%에 달하는 5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도로의 30%가 침수·유실되는 등 심각한 피해가 반복됐다.

 

한빛부대 공병대원들이 지난 4일 보르공항 인근 토취장에서 보르기지 방호벽 보강공사와 도로 보수공사에 사용할 흙을 퍼 올려 덤프트럭에 담고 있다. 사진=이경원 기자

 

쓰레기 처리장 신설로 위생환경 개선

한빛부대는 지역주민 생활여건 향상을 위해 높이 4m, 폭 6m, 길이 17㎞의 차수벽을 건설했다. 이를 통해 20만여 명의 보르 주민은 범람 때마다 가옥이 잠기고, 안전지대로 이주해야 했던 불편에서 해방됐다. 이뿐만 아니다. 차수벽은 주택건설과 도로공사를 활성화하는 데에도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한빛부대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협력해 마을에 내리는 비를 백나일강 쪽으로 배수할 수 있는 펌프 시설을 차수벽 일대에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제임스 장관은 “이 지역은 1년에 4개월이나 침수된다. 강물은 질병을 동반한다. 차수벽 덕분에 침수에서 벗어났고, 질병도 사라졌다. 한빛부대의 도움은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남수단 4대 도시로 손꼽히는 보르에는 제대로 된 쓰레기 처리장이 없어 위생상태가 매우 불량했다. 한빛부대는 이번에도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빛부대는 보르시와 협의해 쓰레기 처리장 용지를 선정한 뒤 400×300m 규모의 종합 쓰레기 처리장 신설에 돌입했다. 공사는 3단계로 진행됐다. 지난달 2단계 공사를 완료했으며, 마지막 3단계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르시는 새로운 쓰레기 처리장이 생활 쓰레기에 의한 오염 침출수, 악취, 해충 등을 막아 주민 위생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국민 숙원사업 ‘코리아 로드 작전’

한빛부대 재건지원작전 중 가장 대표적인 성과는 ‘코리아 로드(Korea Road) 작전’이다. 보르시와 수도 주바(Juba)를 잇는 총연장 194㎞의 도로 중 보르~망겔라 125㎞ 구간을 보수하는 임무였다.

경제활동 중심지인 주바와 보르시를 연결하는 육상 교통로는 남수단 정부와 국민의 숙원사업이었다. 한빛부대는 누적 인원 4300명과 중장비 2300여 대를 투입해 작전을 전개했다.

2014년 9월 시작한 공사는 지난해 12월 마무리됐다. 이로 인해 2~3일 걸리던 이동 시간이 5시간으로 대폭 단축됐다. 또 운송비 절감과 공산품 가격 하락 등 물류비용 감소에 따른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하고, 남수단의 소통과 통합을 보장하는 ‘희망의 대동맥’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4월에는 보르~피보르 도로보수에 착공해 총 195㎞ 중 1단계 구간인 24㎞를 완료했다. 이 공사는 독립 이후 남수단 정부나 UN 파병부대에서 시도조차 못한 난공사여서 우리 군의 우수성을 세계에 전파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한빛부대는 종글레이주 물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르공항 활주로 1.6㎞를 보수하고, 화재예방을 위한 방화지대를 신설했다. 이와 함께 헬기의 원활한 운항을 위해 정비고를 신축 중이다.

한빛부대는 앞으로도 내전의 불씨가 가시지 않은 남수단에서 총성 대신 ‘희망의 환한 빛’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남수단에서=  윤병노 기자 < trylover@dema.mil.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