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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동향/국내

[軍 원격진료 1만 회 달성 어청도 현장 르포] 6시간 거리 실시간 진단.. ‘환자 골든타임’ 잡는다

6시간 거리 실시간 진단…‘환자 골든타임’ 잡는다

 

 

200㎞ 이상 떨어진 의무사 의료종합상황센터 호출 진료

군의관 판단 반영…청진 개선·방사선 장비 도입은 숙제

 

본지 김철환 기자가 취재 일환으로 어청도 해군부대에서 원격진료를 받고 있다. 어청도=이경원 기자

 

국군의무사령부에서 차로 3시간 남짓을 달려 군산여객터미널에 도착한 뒤, 하루에 1편뿐인 정기여객선에 올라 다시 3시간 동안 거친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야 나오는 작은 섬 ‘어청도’. 이곳에 소재한 어청도 해군부대는 원격진료가 가능한 전국 40개 격오지부대 중 하나다. 군 원격진료 1만 회를 맞아 어청도 현지에서 원격진료 현장을 살펴보고 직접 체험해봤다.


어청도 해군부대에서 복무하는 백관우 상병은 지난 5월 27일 새벽 3시께 갑작스러운 복통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도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는 부대 의무실을 찾았다. 원격진료 결과 맹장염으로 널리 알려진 충수돌기염. 복막염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어 즉시 헬기로 후송된 백 상병은 군 병원에서 무사히 수술을 받고 회복해 부대로 복귀할 수 있었다.

취재를 위해 어청도를 방문한 날 백 상병은 치료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군의관 도움으로 후송 권고 자신감

원격진료를 위한 공간은 마치 격리된 연구실과 같은 모습이었다. 흰색에 초록색이 배색된 방 입구에는 ‘대한민국 국방부 원격진료실’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백 상병이 진료실로 들어서자 문 옆에 ‘진료 중’이라는 빨간불이 점등됐다.

부대 의무장 김도현 하사가 원격진료실 내부 장비를 조작해 국군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를 호출하자 군 원격의료팀 군의관 신진호 대위가 화면에 나타났다. 백 상병의 기본적인 건강 상태를 200㎞ 이상 떨어진 곳에 있는 신 대위도 확인할 수 있도록 심전도와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하는 환자감시장치(PMS)도 가동했다.

“배가 아프지는 않은지 누워서 촉진을 한번 해볼까요?”

수술 후 백 상병의 상태와 안부를 물은 신 대위가 김 하사와 호흡을 맞춰 촉진을 진행했다. 김 하사는 신 대위의 지시에 따라 백 상병의 갈빗대 오른쪽 아래부터 배꼽 부근을 꾹꾹 누르고, 등을 통통 두드리며 압박이나 울림으로 인한 통증 유무를 살폈다.

수술부위의 통증이나 후유증이 없는 것을 확인한 신 대위는 환절기임을 고려해 백 상병이 목감기 등에 걸리진 않았는지, 체온을 재고 의료용 스코프를 사용해 구강 내부를 살폈다.

“목에도 염증 하나 없이 깨끗하네요. 건강관리 잘 하도록 해요.”

백 상병의 진료를 마친 신 대위는 김 하사에게 부대의 감기 환자 발생 현황과 예방접종 실시 여부를 확인했다. 조만간 함대에서 예방접종팀이 온다는 답변을 들은 신 대위는 “올해는 환절기가 빨리 오는 편이라 예방접종에 좀 더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어청도에서 원격진료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께부터. 월평균 진료 횟수는 10회 정도로, 약 70%의 환자가 원격진료 후 투약처방만으로 건강을 회복했으며, 외진 소견은 30%가량이었다.

과거 고속정에서 의무장 생활을 했던 김 하사는 “원격진료가 있기 전에는 홀로 환자에 대한 진단을 내리고 지휘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이제 군의관 판단에 따라 명확한 확신을 가지고 후송 권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발전”이라 강조했다.

꾀병·큰 병 모두 잡는 족집게 진단

“요즘 몸도 무겁고 영 컨디션이 좋지 않습니다.”

원격진료 체험에 나선 기자가 현재의 증상을 이야기하자, 신 대위의 지시에 따라 김 하사가 PMS 장비를 연결했다.

“산소포화도는 97%로 지극히 정상, 호흡수도 성인 평균 20회에 근접한 18회, 심전도는 교과서와 완전히 일치하는 모범적인 파형입니다.”

혈압까지 체크하고 나자 신 대위와 김 하사가 동시에 “아주 건강하시네요”라는 말과 함께 기자의 엄살이 단순 꾀병임을 밝혀냈다.

신 대위는 완벽해 보이는 군 원격진료에도 개선의 여지는 있다고 언급했다.

“원격진료와 대면진료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정서적 교감의 부재 등의 문제도 있지만, 현재 가장 개선이 필요한 것은 ‘청진’입니다. 전파를 타고 오는 소리에는 아무래도 여러 잡음이 섞여 제대로 된 심음의 판단이 어렵습니다. 또 엑스레이 한 장만으로도 알 수 있는 것이 많은데, 방사선 진단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점에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원격진료에 대한 장병들의 만족도는 높다. 원격진료로 골든타임을 사수함으로써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군 복무를 이어가게 된 백 상병은 “우리 부대에 원격진료실이 있어서 다행”이라며 “우리 군의 의료시설이 더욱 믿을 수 있게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철환 기자 < droid001@dema.mil.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