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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기타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투하로 바라본 핵폭탄의 진화.

핵폭탄, 그 시작과 진화

 

8월은 보통 휴가철이라고 인식되지만, 8월에는 광복절과 함께 그 동안 우리민족에게 형언할 수 없는 가혹한 행위를 일삼던 일본 제국의 항복이 있었던 달이기도 하다. 식민지배와 전쟁기간동안 사상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범죄행위를 저질러온 일제는 1945년 8월 6일과 9일, 두발의 원자폭탄을 맞고 끝내 항복을 하게 된다. 그렇게 악랄했던 일제도 원자폭탄의 위력 앞에선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때 쓰인 폭탄이야말로 인류 최초로 사용된 핵무기이며, 앞으로 두 번 다시 쓰여 져서는 안 될 무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지구상에는 지구를 몇 차례나 파괴시킬 수 있는 핵무기가 존재하며, 그 위력 또한 2차 대전 당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오늘은 핵무기의 시작과 그 진화 과정을 짚어보자.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폭발하자 크고 아름다운 버섯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사실 원자폭탄의 개발은 영국이 캐나다와 공동으로 먼저 시작했다. 아울러 독일도 비슷한 시기에 원자폭탄 개발에 돌입했는데, 아무래도 기술력과 자본력이 막강했던 미국이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먼저 개발에 성공한다. 원자탄은 핵분열 효과를 이용한 폭탄으로써 최초 농축 우라늄탄을 사용하였고, 나가사키에 떨어진 두 번째 원자탄은 더욱 효과적인 플루토늄 폭탄이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리틀 보이’는 17Kt의 폭발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위력 단위는 일정 중량의 TNT 폭약이 폭발하면서 방출하는 에너지 양으로 환산한다. 즉 1Kt라고 하면 TNT 1천 톤을, 1Mt급이라고 하면 TNT 100만 톤을 한 번에 폭발시킨 정도의 위력을 뜻한다. 나가사키에 떨어진 ‘팻 맨’은 21kt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원자탄이 투하되자 히로시마 시 전역이 파괴되었고, 주민 7만 명이 사망하였다. 이 최초의 원폭 파괴력은 일제에게 크나큰 혼란을 주었다. 히로시마에서 들어오는 보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보고였기 때문에 대본영에서는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없었고, 미국은 이를 불복의 의사라 판단하고 두 번째 원자폭탄을 나가사키에 투하한다. 나가사키 역시 수만의 주민이 즉사했고, 그 해 년 말까지 9만 명이 방사능 등의 2차 피해에 의해 추가로 사망하였다. 원자탄의 위력을 수치화 하여 좀 더 자세히 분석해보면, 일반적으로 15kt급의 원자폭탄은 폭발지점을 기준으로 반경은 약 1.6km를 잿더미로 만든다. 더욱이 열복사 반경은 약 3.5km다. 500m~1km 안에서는 차폐물이 있거나 건물내부에 있는 경우 생존율이 30% 가량이다. 3.5km 안쪽의 열복사노출지역은 순간 열복사 2천도 가량을 받게 되어 피부에 직접 노출 시 그야말로 인체가 타서 없어지고, 간접노출의 경우에도 3도 화상을 입게 된다. 여기까지 폭발 후 3초안에 일어난다. 폭발 후, 연소반응 때문에 대량의 산소가 폭심지로 흡입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기의 순간속도가 약 440m/s로 음속보다 빠르다. 즉 공기의 충격파로 인해 일반목조주택은 흔적도 없이 날아가며, 이 피해 반경도 2km가 넘는다. 즉, 반경 2km의 내의 생명체는 99%가 즉사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 피해는 점점 넓어져 반경 4.5km 이내에서는 70%가 사망한다. 해당 권역 안에 있는 건축물의 90%가 붕괴하는 직접 피해도 예상 할 수 있다. 더욱 무서운 것은 폭발 후 2차 피해이다.
방사능 오염과 낙진 등으로 인해 피해는 광범위하게 퍼지며, 서울을 기준으로 가정하면  일산에서부터 수원까지 방사능피폭에 의해 단기적으로는 60만 명이 사망할 수 있고, 간접적인 피폭으로 약 500만 명의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다. 정리하자면, 가장 극 초기형태의 원자탄 위력만으로도 대도시 하나쯤은 완전히 폐허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핵무기의 발전은 이제 막 시작이었다.

 

나가사키에 떨어진 팻 맨의 모습. 보다 효율적인 플루토늄을 썼기 때문에 히로시마 때 보다 큰 21Kt의 폭발력을 보여주었다.

 

수소폭탄에서 중성자탄까지
이 후 핵무기는 거듭되는 실험과 디자인의 개선으로 점차 효과적인 핵분열과 소형화가 가능해졌다. 1950년대 당시, 미국은 탄두의 소형화 부분에서 소련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소 10년간 유일한 핵보유국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미국은 1949년, 소련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자 큰 충격을 받았고, 특히 대형의 탄두를 사용하는 로켓개발에 총력을 기울인 소련은 대륙간탄도탄과 우주개발경쟁에서 미국을 앞서게 된다. 이로 인해 1950년대 미국은 신형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이윽고 미국은 액체중수소에서 고온, 고압이 가해질 때 순식간에 수소동위원소가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 헬륨 핵으로 융합되는 원리를 이용하여 수소폭탄을 만들게 된다. 1954년, 미국은 과학자들의 예상보다 2배 이상 강력한 효과를 내는 첫 수소폭탄실험에 성공했고, 같은 해 소련 역시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하였다. 뒤를 이어 영국이 1957년에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한다. 더욱이 1969년대부터 잠수함이나 초음속 폭격기, 장거리 탄도미사일등 핵무기 투발수단이 다양화되면서 세계는 핵전쟁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 특히 소련이 1961년에 내놓은 수소폭탄 ‘차르 봄바’는 말 그대로 ‘폭탄의 황제’였으며, 폭발력이 무려 50Kt에 달하는 이제까지 그 어떤 핵무기보다 가장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핵폭탄이었다.

 

핵무기계의 챔피언 차르 봄바’. 단 한발로 한반도 절반을 날려버릴 수 있다. 그야말로 핵무기의 끝판 왕.

 

이른바 핵클럽에 프랑스, 중국 등이 속속 가입하자, 핵보유국들은 대기권내외의 핵실험을 제한하기로 합의하였고, 이 때부터 핵실험은 지하에서 실시되게 된다. 미국과 소련은 너무나 큰 파괴력의 수소폭탄 대신 파괴력을 줄이고 방사능피폭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핵무기를 개발하는데 이것이 바로 중성자탄이다. 베릴륨과 리튬을 둘러싸서 헬륨 원자핵의 에너지를 고에너지 중성자선으로 변환하는 중성자탄은 소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전술핵무기로 분류되며, 일반적인 중성자탄의 경우 폭발 위력과 잔류방사선은 히로시마급과 비슷하거나 더 큰 정도이지만, 폭발 순간에 발생하는 방사선, 특히 중성자선의 위력이 엄청나서 유효범위 안의 사람들과 동물들을 그대로 즉사시킨다. 중성자선은 투과력이 강한 편이고 대부분의 구조물이나 기계에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억제시킨 폭발반경 이외의 유효범위에 있는 전술 및 전략적으로 가치가 있는 건물이나 병기를 비교적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는 이론상의 얘기일 뿐 엄청난 방사능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대략 1960년경부터 미국과 소련이 개발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중성자탄의 생산 결정을 공개적으로 발언하면서 사실상 실용화 완료를 선언하였다.

 

중성자 방사능의 투과율을 보여주는 그림. 알루미늄은 물론 중금속인 납도 투과할 수 있어 폭발력에 비해 치명적인 방사능피해를 준다.

 

핵무기의 위력 비교
히로시마에 떨어진 최초의 원자폭탄과 현재의 핵무기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위력 차이가 크다. 간단히 표로 살펴보자. 다음은 폭탄의 위력별 파괴범위 반경의 대략을 나타낸 표이다.

 

 

피해형태를 자세히 설명하면, 소멸이란 말 그대로 폭발과 동시에 모든 것이 증발해 없어진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그라운드 제로가 된 상태. 이걸 반경으로 생각하지 말고 직경으로 생각하면 20Mt의 경우 거의 중소도시 하나가 폭발과 함께 지구상에서 없어짐을 의미한다. 소형건물 완파는 5층 이하의 건물이나 주택 등이 완전히 무너지고, 대형건물도 겉만 멀쩡할 뿐, 내부로는 충격파나 열의 폭풍이 구석구석 미치기 때문에 살아남기는 불가능하다. 건물 손상은 그야말로 벽에 금이 가거나 하는 등의 피해를 말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화상의 피해범위이다. 4도 화상이란 그야말로 인간이 재가 되는 경우인데, 1Mt정도의 핵무기만 하더라도 피해범위가 반경 10km로 광범위하여 말 그대로 지옥이 펼쳐진다. 3도 화상도 매우 끔찍한데, 전체 체표면의 5%만 3도 화상을 입어도 중증 화상환자로 판명된다. 2도 화상의 범위를 20Mt에 대입하면 대도시 전체가 화상을 입었다고 보면 된다.
다음 그림 도표는 북한의 서울 핵 테러 또는 플루토늄 공격에 대한 피해측정을 수행하는 컴퓨터 모델인 HPAC 3.2로 그 피해 결과를 도식화한 것이다. HPAC 3.2 컴퓨터 코드는 미국 국방부 산하의 DTRA(Defense Threat Reducti on Agency)가 장기간의 노력 끝에 개발했고, 현재까지 미국 대부분의 대량파괴무기 비상대비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다.

 

combat imp : 노출된 인원은 1시간 이내에 즉사. LD50 : 이 지역에 있었던 인원의 50%는 즉사.

death poss : 인체에 미친 방사능량으로 결국 수일(30) 내에 죽게 되는 사람 숫자.

rad sick : 인체에 미친 방사능으로 방사선 질병을 앓게 되는 사람 숫자, 100200) 이들 중 대부분은 10년 이내에 사망.

occup exp : 이 지역에 노출되어 피폭을 입은 인원은 상당기간 사망하지는 않아도 원자병의 휴유증 경험.

gen pop exp : 여기에는 핵폭발로 피해를 입는 모든 인구가 포함.

Prompt : 방사능낙진(nucle ar fallout) 이외의 피해로 발생하는 사상자. 열풍효과나 충격파 등.

Fallout : 방사능낙진[delay ed nuclear radiation]으로 생기는 사상자 수

Fatalities : 사망자 수

Injuries : 부상자 수(핵폭발에 의한 부상자들은 90%1년 이내에 죽게 된다)                                 [자료출처 : 통일연구원]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다탄두 핵무기는 다수의 소형 핵폭탄을 탄도미사일에 장착해 돌입최종단계에서 각각의 독립적인 목표로 흩어져 타격할 수 있다. 각각의 핵폭탄은 200Kt~400Kt 사이의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른바 핵 산탄총인 셈이다. 이런 핵무기들은 소형화한 핵무기를 응용함으로써 대형핵폭탄을 쓰지 않고도 광범위한 지역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무기로 간주된다.

 

다탄두 핵탄폭탄의 개념도. 이러면 더욱 요격하기가 힘들어진다.

 

현재 20Mt의 수소폭탄은 히로시마 원폭에 비해 무려 1,600배의 위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상상이 안가는 수치이다. 핵보유국들은 핵무기 군축협정을 통해 많은 수의 핵무기들을 폐기했으나 여전히 미국은 7,500기, 러시아는 8,000기, 중국은 250기, 영국은 225기, 프랑스는 300기, 인도는 110기, 파키스탄 120기, 이스라엘 20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더욱 골치 아픈 것은 북한이 10기 내외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그들의 실험규모로 추정컨대 5Kt내외의 전술핵 수준이라고 보고 있지만, 위의 표에서 보다시피 1Kt의 핵폭탄도 그 위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매우 우려스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이른바 통제 불능의 불량국가에게 궁극의 무기인 핵무기가 손에 쥐어질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 사회는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며 이는 곧 파멸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필자도정신이 아득하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모인 6자회담 대표들. 또 다시 회담이 열릴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글, 사진 : 이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