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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동향/국내

‘참여형 교육 + 노련한 교관’ 시너지 ‘전군 정예화’ 꿈만은 아니다

진화하는 특전사, 그 선봉에 선 특교단

(下) 육군 자격화 과정 훈련 현장

 

육군특수전사령부 특수전교육단의 ‘육군 자격화 과정’에 참가한 교육생이 특공수색 교육 도중 전방을 경계하면서 교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이러면 어떻겠습니까?" 스스로 생각하고···동료와 토의하고···

 “후속정찰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휘통신소를 이쪽에 세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숲속, 소나무 사이에 지으면 어떻겠습니까?”
 지난달 29일 경기도 광주시 육군특수전사령부(이하 특전사) 특수전교육단(이하 특교단) 내 한 야산. 위장크림을 바르고 얼룩무늬 군복 곳곳에 수풀을 꽃은 한 무리의 군인들이 열띤 토의를 벌이고 있었다. 수풀에 가려 존재조차 잘 확인되지 않는 이들은 이곳에서 특수정찰 임무에 필요한 지휘통신소 설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을 식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뒤에 서 있는 한 군인 덕분이었다. 민낯에 비교적 ‘일반적인’ 복장을 갖춘 이 군인은 토의를 하는 특수정찰조 바로 뒤에 서서 가만히 그들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한참 논의가 끝나자 14명의 군인은 세 패로 갈려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간 ‘민낯의 군인’은 각 무리가 자리 잡은 곳을 돌며 평가와 조언을 시작했다. 그의 정체는 바로 ‘교관’이었다.

 

육군특수전사령부 특수전교육단의 ‘육군 자격화 과정’에 참가한 교육생들이 전술토의 뒤 교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 L&T 기법과 베테랑 교관의 조합으로 교육 효율성 UP!
 “호를 구축하면서 파낸 흙을 버릴 시간이 없을 수 있는데 그럴 땐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이건 교관이 야전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쓰던 방법인데….”
 감시 진지를 구축한 한 교육생의 물음에 교관 장철형 상사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언제 어떤 상황에 놓일지 모르는 특수작전에서 임기응변은 필수. 교육은 단순히 원론적인 내용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전장에서 응용할 수 있는 유익한 내용들로 가득했다. 이런 교육이 가능한 것은 실전에서 잔뼈가 굵은 특교단의 ‘베테랑 교관’들 덕분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교육방식이었다. 교육생들은 사전에 예습한 특수정찰 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팀장 역할을 하는 교육생을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지 토의하는 모습도 이채로웠다. 교관은 교육생들의 토의 내용과 실습 모습을 지켜보면서 더 좋은 방법을 찾도록 힌트만 주고 있었다. 일방적인 ‘교습’이 아닌 참여를 통한 ‘체득’인 셈이다. 장 상사는 “특교단이 최근 교육생 주도 참여형 교육(Learning&Teaching·L&T) 기법을 도입한 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라고 전했다.

 교육의 효율성과 교육생들의 참여도도 부쩍 높아졌다. 육군35사단 기동중대에서 온 박지훈 중사는 “사전에 직접 효율적인 임무수행 방법을 연구한 뒤 실습을 하니 더욱 깊게 알게 되고 이해도 빠르다”고 말했다. 육군수도군단 특공연대 서광석 중사도 “교육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임무를 연구하다 보니 더 교육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육군특수전사령부 특수전교육단의 ‘육군 자격화 과정’에 참가한 교육생이 몸을 숨긴 채 동료들과 교신하고 있다


 ● “세계로 뻗어 나가는 특교단”…저력과 진화로 ‘전군의 정예화’ 꿈꾼다
 이날 특수정찰 실습을 한 교육생들은 특교단이 운영하는 ‘육군 자격화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육군 각급 부대에서 찾아온 교육생들이었다. 육군 자격화 과정은 공수기본, 기초 SCUBA, 저격수, 산악전문, 특공수색 등 네 가지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특교단은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육군 자격화 과정을 통해 각 과정을 이수한 5000여 명의 정예 요원을 야전부대로 배출해냈다. 육군 외에도 해·공군, 해병대 특수요원들, 육군사관학교·3사관학교 등 교육기관, 국정원 요원 등의 수탁교육도 지원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외국군의 교육도 하고 있다. 특교단은 1965년부터 태국, 캐나다 등 11개국 군인 680여 명에게 우리 특전사의 우수한 임무수행 능력을 전수했다. 상록수부대, 자이툰부대 등 해외 파병부대를 위해 파병 교육지원대를 창설, 부대 임무수행을 위한 교육을 지원하기도 했다. 신봉수(준장) 특교단장은 “특교단은 ‘대한민국 특전사’라는 브랜드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군사 외교활동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문 전 기자는 특교단을 ‘특전사 요원을 양성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진행되는 육군 자격화 과정이라는 비교적 생소한 교육을 지켜본 뒤, “우리 군은 물론 해외로까지 뻗어 나가고 있다”는 신 단장의 설명을 듣고 특교단이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한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 또 열정적인 교육생과 노련한 교관의 시너지 효과로 L&T 기법이 극대화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군의 정예화’를 꿈꾼다는 신 단장의 자신감은 특교단의 저력과 진화에서 비롯됐음을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