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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항공무기

무기의 일생 <9>공군 L-4 연락기

무기의 일생 <9>공군 L-4 연락기

우리 육군·공군 최초 경항공기

 

L-4 연락기(liaison aircraft)는 우리 공군과 육군이 최초로 도입·운용한 경항공기다.

그만큼 사연도 많고 일화도 많은 전설의 항공기다.


정식으로 공군이 창설되기 전인 1948년 9월8일 우리 군은 미 육군 7사단 항공대로부터

L-4 부품 10대분을 인수, 같은 달 13일 서울 여의도 비행장에서 자체 능력으로 완성품 항공기를 조립했다.


도입 당시 L-4 연락기 기체에는 미 육군항공대 마크인 하얀 별이 그려져 있었다.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도입한 항공기인 만큼 미군 마크를 달고 비행할 수 없다고 생각한

김구 선생의 아들 김신(金信·제6대 공군참모총장)소위는 하얀 별 위에 태극 마크를 덧그렸다.

이렇게 갑자기 만들어진 마크는 현재까지 한국 공군의 마크로 사용되고 있다.

 


이틀 후인 9월15일 최초로 서울 상공에서 전시 비행을 실시했다. 광복군 출신의

최용덕(崔用德·제2대 공군참모총장) 당시 국방부차관은

“내 나라, 내 강토 안에서 태극 마크를 달고 비행하는 비행기를 보니 죽어도 한이 없다”고 감격했다고 한다.

광복군에 있을 때는 비행기가 없었고 중국 공군에 근무할 때는 태극기 대신 청천백일기를 달고

비행한 그였기에 태극 마크를 단 비행기가 그토록 감격스러웠던 것이다.


미군은 한국 측의 강력한 요구로 L-4를 인도하기는 했으나 한국 조종사의 능력은 불신했다.

하지만 김정렬(金貞烈·초대 공군참모총장)대위가 아무런 사전 교육 없이 바로 L-4를 이륙시켜

서울 상공을 선회한 후 착륙하자 미군의 태도도 달라졌다. “별도의 조종훈련을 받을 필요가 없겠다”며

한국 조종사의 실력을 인정한 것.


김신 소위와 ‘빨간 마후라’의 주인공 김영환 소위는 L-4를 타고 서울 한강교 교각 아래를 통과비행하는

묘기를 선보여 서울 시민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일명 O-59라고 불리기도 한 L-4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항공대와 해군이 운용한 대표적 연락기 중의 하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연락·관측·정찰용으로 사용되는 경항공기를 은어로

‘메뚜기’(grasshopper)라고 불렀다. 이때문에 L-4도 ‘그래스호퍼’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미국 파이퍼(Piper)사가 제조한 L-4는 44년 생산이 종료될 때까지 약 1400대가 생산됐다.

이 항공기는 연락기인 만큼 일체의 무장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조종사·정비사 등 2명이 탑승하며

길이 6.4m·폭 10.67m로 기체 크기가 작은 편이다. 순항 속도 74km/h·최고 속도 140km/h 정도로

비행 속도도 자동차 수준에 불과하다.


48년 10월 여순사건이 일어나자 L-4 연락기가 출동, 진압 작전을 지원하기도 했으나 큰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다.

 L-4는 기체에 무전기가 장착돼 있지 않고 무장도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항속 거리가 짧아 서울에서 전남 여수까지 바로 날아가지 못하고

전주비행장을 거쳐 작전 지역으로 출동해야 했다. 49년 정식으로 공군이 발족한 이후에는 지리산 지역으로 출동,

 지리산 공비 토벌작전을 지원하기도 했다.


50년 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L-4 연락기도

L-5·T-6 등 다른 항공기와 함께 출격했다. 물론 L-4는 별도의 무장이 없었으므로

후방석의 정비사들이 국산 15㎏ 폭탄 두 발을 휴대하고 있다가 손으로 적 전차에 투하하는 등 고군분 했다.

이후 정식 전투기인 F-51 무스탕(Mustang)을 미국에서 도입하면서

50년 7월8일부터 L-4 연락기는 공군 정찰비행대에 편성, 지상군의 작전을 지원하는 임무에 투입됐다.


50년 10월1일 육군본부 작전교육국 예하 육군항공부대가 재창설되면서 육군도 L-4 4대를 보유하게 돼

6·25전쟁 기간 중에는 공군과 육군 모두 운용하기도 했다. 육군에서는 51년 O-1 관측기를 인수하면서

L-4를 더 이상 운용하지 않았고 공군에서도 54년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퇴역했다.


이런 많은 사연을 갖고 있는 L-4 연락기는 공군의 군사문화재를 의미하는

공군 군사재(軍事財) 제1호로 지정, 현재 공군사관학교에 한 대가 전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