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기체계/항공무기

[불운의 명작, 항공무기] 3부. 예산획득 실패로 역사에 묻힌 AH-56 샤이엔

현존하는 공격 헬리콥터 중에서 가장 강력한 화력을 지닌 중무장 공격 헬리콥터를 꼽으라면 누구나 주저 없이 미 육군의 AH-64 아파치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1984년부터 미 육군에 배치되기 시작한 아파치는 중무장, 중장갑 헬기의 대명사이면서도 뛰어난 기동성을 선보이는 고성능 헬리콥터다. 하지만 아파치가 배치되기 17년 전, 이미 그보다도 뛰어난 고성능의 공격헬기가 비행을 했다는 사실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미 알라바마에 위치한 육군항공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AH-56, 출처 : 육군항공박물관>


혁신적이면서도 독특한 설계로 뛰어난 성능을 입증했지만 결국 역사 속에 묻혀버린 이 공격헬기의 이름은 AH-56 샤이엔이다. 샤이엔의 탄생 배경은 베트남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베트남전에서 UH-1과 CH-47은 미 육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송전력이었지만 적의 공격에 취약해 손실률이 높았다. 그 때문에 이 수송헬기를 호위할 공격헬기가 필요하게 됐으며, 이러한 요구조건에 따라 AAFSS(차기공중화력지원시스템) 사업이 탄생하게 됐다. 


AAFSS 사업은 수송 헬리콥터의 호위뿐만 아니라 지상군의 근접항공지원(CAS) 소요까지 완벽하게 대처하겠다는 공격기 개념이었다. 즉, 미 육군이 신형의 공격기를 개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근접항공지원을 전담했던 미 공군과 역할이 중복되는 것으로서, AAFSS 사업은 처음부터 미 공군과의 마찰이 상존했다. 

1963년 3월에 확정된 AAFSS 요구성능은 공중정지비행이 가능한 헬리콥터이면서 최고속도 407km/h(220kt) 이상에 항속거리는 3886km(2100nm), 무장탑재량 5.4t(1만2000lb)이라는 엄청난 것이었다. 이 정도의 항속거리는 캘리포니아에서 하와이까지 항속이 가능한 거리일뿐더러 괌에서 재급유를 한다면 태평양 횡단비행이나 미 본토 횡단까지 가능한 항속능력이다. 

게다가 더욱 혁신적이었던 것은 1980년대에 들어서야 구현된 주야간 전천후 작전능력까지 요구했다는 것이다.AAFSS로 최종 채택된 AH-56 샤이엔의 공개는 1967년 12월에 이뤄졌다. AH-56의 데모비행을 본 기자들은 ‘샤이엔이 뱅크를 주고 급상승하는 모습은 마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의 그것과 같았다’라며 흥분하기도 했다. 

임무지역에서 2시간 반 동안 체공하며 2010발의 30mm탄, 780발의 40mm 유탄에 더해 6발의 TOW 미사일과 38발의 70mm 로켓을 동시에 쏟아내는 샤이엔의 성능은 놀라운 것이었다. 5.4t의 무장능력에 수평최대속도 407km/h, 강하비행 시 453km/h의 속도 역시 시대를 앞서간 성능이었다. 

시제기의 성공적인 개발에도 불구하고 샤이엔은 필요 이상의 고성능과 복잡성, 높은 가격이 문제가 되어 1972년 9월에 최종적으로 취소됐다. 동시대의 헬리콥터에 비해서 속도·화력·기동성 면에서 거의 2배 성능을 보여 미 육군이 필요로 했던 근접항공지원과 종심타격에 최적인 기체였지만 단지 수송헬리콥터를 호위하기에 너무 과분한 성능이었고, 특히 예산과의 싸움에서 실패로 양산에 이르지 못했던 것이다. 

샤이엔의 실패를 계기로 미 육군은 보다 간소화한 후속 프로그램을 추진해 AH-64 아파치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미 공군은 샤이엔보다 더욱 오래 체공하며 중무장할 수 있는 A-10 공격기를 개발하게 됐다. 샤이엔은 비록 양산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경이적인 성능으로 공격 헬리콥터 역사에 전환점이 된 기체로 기억되고 있다. 


<임상민 국방기술품질원 공중전력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