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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휴전선' 북방한계선(NLL)


국가 수호 ‘방파제’이자 경제활동 ‘생명선’
유엔군사령관, 1953년 8월 30일 서해 5도와 북 지역 중간선 설정

 

 6·25전쟁을 일으킨 북한은 정전협정 이후에도 3000여 회(2014년 말 기준)에 달하는 대남 침투·도발을 자행했다.
그중 해·강안을 통한 침투·도발이 반수를 넘는다. 최근에는 도발 형태가 다양해지고, 수위도 높아지는 추세다.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처해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인 북방한계선(NLL)을 지켜냈다. NLL은 국가안보 수호를 위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바다 위 ‘휴전선’이다. 지난 19일 해군2함대 해상 전진기지와 고속정편대의 NLL 기동경비작전에 동행했다.

 

고속정편대 승조원들이 연평도 인근의 해상 전진기지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긴급출항이 하달되자 신속히 출동, NLL 기동경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 한마음 한뜻 NLL 수호 결의

 “우리의 바다를 넘보는 자, 그 누구도 용서치 않는다.”

 평택 군항에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30도를 넘는 폭염을 예고한 지난 19일 새벽. 해군2함대 안보공원이 고속정(PKM) 승조원들의 굳은 다짐으로 쩌렁쩌렁 울렸다. 제2연평해전 전적비 앞에서 ‘출전 결의식’을 마친 이들은 출항 준비에 속도를 냈다.

 “출항 5분 전!”

 코발트색 근무복을 입은 승조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자 고속정이 미끄러지듯 군항을 빠져나갔다. 고속정 스크루가 물기둥을 뿜어내며 거친 파도를 가른 지 3시간여. 저 멀리 연평도 인근 해상에 자리 잡은 해상 전진기지가 눈에 들어왔다.

 전진기지 대원들은 마치 가족을 대하듯 고속정 승조원들을 반갑게 맞아줬다. 전진기지 식당은 군침을 돌게 하는 맛있는 냄새로 가득했다. 이날 점심 메뉴는 꽃게탕과 소고기 장조림, 비빔만두였다. 여기에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줄 수박화채가 후식으로 제공됐다. 메뉴를 확인한 고속정 승조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고, 식판에는 전우애가 가득 쌓였다.

 “고속정편대! 긴급출항!”

 기쁨도 잠시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짧고 굵은 외침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놨다. 고속정 승조원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쏜살같이 튀어나가 고속정으로 향했다.

 “출항!”

 고속정편대는 전투배치를 완료한 후 NLL 인근으로 전속 기동했다. 평온해 보이는 망망대해. 그러나 이곳은 서해 NLL과 1.5㎞ 떨어진 최접적 지역이며, 제1·2연평해전이 발발했던 전투 현장이다.

 고속정편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승조원들의 눈에는 싸우면 박살 내겠다는 전투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다행히 상황은 악화되지 않았다. 고속정편대는 키를 돌려 전진기지로 복귀했다.

 

 # NLL 설정 배경과 북한의 인정

 유엔군과 공산군은 정전협정 당시 연안 수역을 둘러싼 견해 차이로 지상의 군사분계선(MDL)과 같은 해상경계선 구분 합의에 실패했다.

 북한 해군력은 전쟁을 치르며 완전히 궤멸된 상태였고, 유엔군과 우리 해군이 북한의 전 해역을 장악하고 있었다. 마크 클라크(Mark W. Clark·대장) 유엔군사령관은 아군이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한반도 해역에서 우발적 무력충돌을 예방하고, 정전협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동·서해에 NLL을 설정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후 한 달이 지난 1953년 8월 30일이었다.

 서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던 영해 기준 3해리를 고려해 서해 5도와 북한 지역의 중간선을 NLL로 정했다. 동해는 지상의 MDL 연장선을 기준으로 삼았다.

 별다른 노력 없이 NLL 이북의 해역을 차지한 북한은 20여 년 동안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해군력이 절대 열세였기 때문에 NLL을 ‘방호벽’으로 활용한 것.

 그러던 북한이 NLL을 문제삼기 시작한 것은 해군력의 우위를 점하면서부터다. 대표적인 사례가 1973년 10월 23일부터 12월까지 60여 척의 함정을 동원, 43회나 NLL을 침범한 ‘서해사태’다.

 북한은 서해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73년 12월 1일 개최된 제346차 군사정전위원회에서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계선 북서쪽의 해역은 북한의 연해다. 서해 5개 도서에 출입하는 선박은 북한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그동안 꼭꼭 숨겨왔던 ‘발톱’을 드러냈다.
 

NLL 경비작전에 투입된 해군2함대 고속정승조원들이 주변 해역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 우리는 왜 NLL을 지켜야 하나

 NLL은 서해 5도와 주민을 보호하는 울타리다. NLL이 무력화되면 조업과 선박 항해에 제한을 받아 서해 5도가 고립·봉쇄될 수 있다. 서해 5도는 북한의 옆구리를 찌르는 비수 같은 군사 요충지다. 서해 5도에 배치된 군사력을 통해 NLL 이북 해역을 통제하고, 서해로 진격하려는 적을 저지함으로써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세를 전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NLL은 국가안보 수호의 ‘방파제’다. 서해에서 서울까지 거리는 불과 35㎞다. 서울과 수도권은 우리나라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며, 남한 인구의 50%가 거주하고 있다. 서해의 해양통제권을 상실하면 인천과 서울, 수도권이 포위·고립되는 상황에 빠진다. 이는 곧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NLL은 대한민국 경제활동의 ‘생명선’이다. NLL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서해는 수산물과 해저자원이 풍부한 보고(寶庫)이자 세계로 진출하는 통로다. 북한의 주장대로 해상경계선이 재설정될 경우 우리는 약 8000㎢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상실한다. 비행기와 선박의 우회 항행은 연간 127억 원의 손실을 유발하며, 북한 위협 증가에 따른 간접적 피해까지 더하면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