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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65년...참전국 주한대사를 만나다 <5> 찰스 헤이 주한 영국 대사

“한국 편에 섰던 6·25전쟁… 60년 교류로 더 강해진 동맹”

그 후 65년...참전국 주한대사를 만나다  <5> 찰스 헤이 주한 영국 대사

 

 
 찰스 헤이 주한 영국 대사가 다양한 국제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두 나라의 공고한 동맹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찰스 헤이 주한 영국 대사가 다양한 국제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두 나라의 공고한 동맹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찰스 헤이(사진) 주한 영국 대사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기자가 주한 영국 대사관을 방문한 지난달 19일. 이날 대사관에는 수많은 기자가 모여 있었다. 6·25전쟁 관련 도서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 출판기념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헤이 대사는 행사를 위해 대사관 공간을 기꺼이 내준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6·25전쟁 당시 어떤 일들이 벌어졌고, 전쟁이 어떤 의미가 있었으며, 오늘날 한국과 영국의 관계가 얼마나 확고한지를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구한 영국…영국을 도운 한국
 

   “1950년 수많은 동맹국과 함께 대한민국의 편에 섰다는 게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헤이 대사가 말했다. 영국은 참전국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전투병력을 파견한 고마운 나라다. 그는 6·25전쟁에 대해 “국제 사회가 공산주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한국과 함께 섰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용감했던 영국 참전군인들과 희생 앞에 겸손하게 고개를 숙인다”며 추모의 뜻을 밝혔다. “매년 4월 영국 참전용사 상당수가 한국에 다시 방문합니다. 이들은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에 있는 영국군 설마리 전투 추모공원과 치열했던 임진강 전투 현장에서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죠. 저도 올해 4월 이 기념행사에 참석했답니다.”

 헤이 대사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방력과 국제문제 동참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한국은 자랑스럽고 결연하며 유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제적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을 전개하는 등 국제평화 유지 활동을 확대하고 있죠. 현존하는 명확한 위협, 북한이 있음에도 국제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울러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마찬가지로 우려를 표합니다.”

 이어 2014년 리비아 사태 당시 영국 국민을 구출한 대한민국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위험에 처한 영국 국민을 구한 것은 바로 대한민국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이었습니다. 국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켜 준 것에 주한 대사로서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경제협력 가속화…미래 협력 키워드 ‘핀테크’

헤이 대사는 한·영 양국이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강력한 우호관계를 맺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과 영국은 6·25전쟁 이후 60여 년에 걸쳐 발전시킨 정치·경제적 우호관계에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3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의 영국 순방으로 양국관계는 한층 탄력을 받았죠.”

 이어서 무역·투자 확대를 사례로 들었다. “2014년 기준 한국은 영국에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수출국입니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후 무역 규모가 무려 86% 늘었습니다. 반대로 한국에도 영국은 중요한 ‘투자 파트너’입니다. 현재 281개 한국 기업이 영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고 그중 14개 기업은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됐죠. 유럽연합(EU) 국가들 가운데 한국의 수출 규모가 가장 큰 나라는 독일, 그다음이 바로 영국입니다.”

 헤이 대사는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는 이미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협력할 여지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저는 미래 경제협력과 관련해 특히 ‘핀테크(FINTECH)’ 분야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영국 등이 선도하고 있는 ‘핀테크’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 기술을 말한다. “최근 서울 명동에서 개최된 제2차 한·영 금융 포럼에서 핀테크 등 핵심 협력분야를 논의했죠. 다음 해 런던에서 개최될 3차 포럼으로 우리의 연결고리는 한층 강화될 것입니다.”
 
   국제문제 함께 해결하며…한층 강해지는 혈맹

 오늘날 한국과 영국은 국제적 이슈에 대해 동반자로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시에라리온에서 발생한 ‘에볼라 사태’다. “현지 에볼라 대응을 주도하던 영국은 국제사회의 지원이 꼭 필요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영국과 포괄적인 협력 체계를 수립하고 유능한 의료진을 현장에 파견했죠. 두 나라의 긴밀한 협력과 긴급한 구호활동으로 에볼라 확산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라크 파병이나 아프가니스탄 재건 활동 등에도 우리는 함께했습니다.” 헤이 대사는 이러한 협력이야말로 두 나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한다고 보고 있었다. “국제 문제에 대한 협력은 신속한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서로 우호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난달 헤이 대사는 에볼라 퇴치에 노력한 한국 의료진을 초청해 영국 전통의 애프터눈 티타임 행사를 열었다. 그는 이들의 용기와 노력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 더 끈끈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볼라 대응에 동참한 한국 의료진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두 나라가 함께 더욱 폭넓은 국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영국은 1957년 징병제를 폐지한 모병제 국가지만 헤이 대사는 1961년 자원해 군에 입대했다. “군 복무는 인생의 좋은 경력”이라고 밝힌 그는 군인 출신 다운 고사(古辭)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손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라고 했습니다. 대한민국 장병 여러분 모두 자기 자신과 적을 알고, 항상 승리하는 군인이 되길 기원합니다.”
 

    [한·영 수교 133년…국제문제 해결 동반자로 성장]
 

   # 65년 전…‘글로스터 대대’의 격전으로 지킨 임진강 전선

 한국과 영국은 수교 역사가 130년이 넘은 오랜 친구다. 해방 이후 1949년 한·영 국교를 재수립한 영국은 대한민국을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로 승인했다.

 영국은 1950년 6·25전쟁 당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5만6000여 병력을 파병해 큰 전공을 남겼다. 특히 영국 ‘글로스터대대’는 1951년 후퇴를 거듭하던 유엔군에 반격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들은 엄청난 수의 중공군에 포위된 상황에서 큰 희생을 감내하며 끝까지 임진강전선을 지켜 중공군을 사흘 동안 저지하는 전과를 올렸다.

# 그 후 65년…국제문제 협력 폭 확대하는 동반자

6·25전쟁 이후에도 영국 정부는 각종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입장을 꾸준히 지지해 왔다. 특히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방한과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순방 등을 통해 우호관계는 더욱 공고해졌다. 오늘날 한국과 영국은 국제 문제 협력에 합심하는 동반자다. 두 나라는 이라크 파병, 아프가니스탄 재건, 개발도상국 지원, 핵 비확산 등 협력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은 유엔 상임이사국이며 EU 핵심국가이자 영연방 수장국으로 국제적 쟁점에 강한 영향력이 있다. 영국과 우호관계 유지와 협력 강화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