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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참전용사 희망드림코리아] ⑭ 6·25전쟁 영웅 에티오피아 멩게샤 씨

[해외참전용사] ˝적 총탄도 자유수호 의지는 꺾지 못했죠”

<14> 6·25전쟁 영웅 에티오피아 멩게샤 씨


 

 

요충지 탈환 미 대통령 부대표창

강뉴부대 1진 활약 혁혁한 전공

부상당하고도 끝까지 임무 완수

지금 거동도 못하게 됐지만 영광

 

 

 

 

식물인간 상태인 베켈레 멩게샤 씨가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다리.

 

 

 

  6월, 호국보훈(護國報勳)의 달이다. 의병의 날(1일), 현충일(6일), 6·25전쟁(25일), 제2연평해전(29일) 등이 있어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 중 호국보훈의 달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사전적으로 ‘호국’은 ‘나라를 지킨다’, ‘보훈’은 ‘공훈에 보답한다’는 뜻이다.

결국 ‘호국보훈의 달’은 국가의 존립과 유지를 위해 공헌하거나 희생된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예우해 국민의 애국심을 함양하는 달이라고 할 수 있다.

 광복 70년을 맞는 올해 호국보훈의 달에 꼭 챙겨야 할 영웅들이 있다.

바로 해외참전용사들이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보은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후진국에서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참전용사들까지는 손길이 닿지 않는 실정이다.

 세계 최빈국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빈민가 한국마을(예카)에 살고 있는 베켈레 멩게샤(87) 씨는

최근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 있다. 멩게샤 씨는 한국전쟁에서 입은심각한 부상으로

현재 목숨만 겨우 부지하고 있다.

 그는 강뉴부대 1진으로 1951년 5월 6일 부산항에 도착하면서 한국전쟁에 뛰어들었다.

2주간 미군 교관들의 집중적인 훈련을 받고 미7사단 32연대에 배속돼 전선으로 투입됐다.

강원도 화천 북쪽 노동리에 배치된 지 3일 만에 중공군과 첫 전투를 치렀다. 멩게샤 씨가 소속된

강뉴부대는 9월 16일 적근산 일대 삼현 부근의 적 진영인 700고지와 602고지를 공격해 점령하는 전과를 올렸다.

전략적 요충지인 602고지 탈환 공로로 미국 대통령의 부대표창을 받기도 했다.

 연전연승하던 강뉴부대였지만 전투 중 사망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멩게샤 씨 역시 격전을 치르다

적 총탄에 맞아 큰 부상을 당해 일본에서 치료를 받았다. 치료 후 에티오피아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그는 전장서 사투를 벌이는 동료들과 피난민들이 눈에 밟혀 다시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자유수호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 생면부지의 땅, 대한민국의 자유수호를 위해 전쟁에 참여한다는 것은 군인으로서

자부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멩게샤 씨가 받은 훈장들.

 


 그의 딸은 “어린 시절 아버지는 종종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특히 아버지가 부상당해 일본으로 후송돼 오랫동안 치료받은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군인으로서 용감하게 임무를 완수하고, 금의환향했다”며 “아버지가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임무를 완수하고 귀국한 그는 에티오피아 국민과 황제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부상으로 몸이 성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인접국인 에리트레아 수도 아스마라전쟁과

우간다내전에 참전해 수많은 성과를 거뒀다.

 결국 한국전쟁 참전 후유증은 그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 놓았다. 천직으로 생각했던 군복을 벗고 말았다.

설상가상, 쿠데타로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재산을 몰수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처자식의 생계를 위해 수선공으로 제2의 삶을 시작했고, 10년간의 고달픈 수선공 생활로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병을 얻었다. 끼니도 해결하기 어려운 그가 병원을 찾는 것은 사치다.

 병마로 쓰러진 그는 딸의 집에 얹혀살고 있다. 딸은 아버지 간호를 위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었다.

그로 인해 가정이 더 궁핍해졌다.

 딸의 지극한 효도에도 불구하고 그의 상황은 급격히 나빠졌다.

갑자기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고 물만 겨우 한 모금씩 마시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며칠 못 가 거동도, 말도 하지 못했다. 다리만 살짝 움직일 뿐 미동도 어렵다.

고통을 참기 위해 다리를 움직인 게 화근이 돼 발뒤꿈치에 고름이 차기 시작했다.

연고조차 살 돈이 없어 상처는 점점 깊어만 간다.

 가난과 질병으로 쓰러진 또 한 사람의 한국전쟁 영웅이 우리 곁을 떠날 준비를 한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는 해외참전용사들의 삶을 돌보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