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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항공무기

[이세환 기자의 밀친] 스텔스 전투기 탄생비화 (5)

 

스텔스기의 위기 - 진화하는 스텔스 추적기술

 

 

하지만 스텔스기의 위기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다. 역사적으로 봐도 방공망을 들키지 않고 돌파하는 기술 보다 침투하는 항공기를 색출해내는 기술이 항상 한발 앞서 더 빨리 개발 되어왔다. 현재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안티 스텔스 기술과 장비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실전 배치된 장비들도 적지 않다. 그 중 다섯 가지 핵심 기술을 살펴보자.

 

 ① VHF/UHF 레이더
레이더 파장은 크게 장파장, 단파장 두 가지로 나뉜다. 복잡한 GHz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장파장 레이더는 보통 L밴드 레이더와, VHF/UHF 레이더 두 가지가 있는데, 사실 L밴드 레이더는 장파장 레이더라기보다는 단파와 장파의 중간쯤에 있는 레이더 이다. 당연히 VHF/UHF 레이더 쪽이 탐지거리가 더 길다. 단파장 레이더는 X밴드 레이더인데, 보통 목표물을 추적하여 미사일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앞서 언급한 L밴드 역시 추적이 가능하다. 잠깐! 아직도 좀 어렵지 않은가? 더 쉽게 설명하면 장파장 레이더는 멀리 있는 항공기를 ‘탐지’는 할 수 있어도 ‘추적’은 할 수 없다. 그에 반해 단파장 레이더는 탐지거리는 짧지만 ‘추적’이 가능하므로 미사일을 유도해 항공기를 격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스텔스기 들은 주로 단파장 추적 레이더들에 대한 스텔스 성능에 최적화된 설계를 추구하고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잘못 된 환상 중에 하나가 스텔스기는 모든 레이더를 무력화 시키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VHF/UHF레이더는 저주파 장파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스텔스 설계로는 전파를 난반사시키기가 매우 어려워 스텔스기 탐지에 매우 유리한 장비이다. 하지만 이 파장대역은 자연 상태의 노이즈가 아주 심하기 때문에 고가의 컴퓨터 신호처리기로 필터링을 해야만 한다. 러시아와 중국은 VHF/UHF 대역의 AESA 레이더를 개발하였고, 그 성능 또한 예상외로 우수해 F-35의 경우 150Km에서, F-22의 경우 약 60Km 거리에서 탐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더욱이 이들 장비는 최근 북한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재 북한은 레이더의 신호처리를 디지털화 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동형 VHF 레이더. 최근 북한도 비슷한 물건을 대량 배치하기 시작했다.

 

 ② L밴드 레이더
L밴드 레이더 역시 스텔스기 탐지에 유리하다. 어떻게 보면 VHF/UHF 레이더 보다 스텔스기에게 더 쥐약 같은 존재일 수 도 있다. 왜냐하면 VHF/UHF 레이더와는 달리 L밴드 레이더는 이미 많은 종류의 우수한 시스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L밴드 대역 역시 스텔스 설계가 잘 먹히지 않는다(그렇기 때문에 지난 기사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전자전기가 ‘소독’을 실시해야 한다). 만약 지상과 해상, 그리고 공중의 다층망 L밴드 레이더를 구축하여 전자전기의 방해를 최소화 하고, 이 시스템을 정교한 네트워크로 연결시킨다면 스텔스기의 침투를 탐지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통상적으로 L밴드 레이더는 약 30Km 내외에서 스텔스기를 탑지 할 수 있다. 참고로 현재 한국공군 방공망의 주력 감시레이더인 FPS-117 이나 조기경보기인 E-737의 레이더, 탄도탄 감시용 ‘그린파인’ 레이더, 독도함 등에 장착된 스마트-L 레이더는 모두 L밴드 레이더 이다.

 

 

FPS-117 L밴드 레이더.

우리군도 많은 수를 보유하고 있다.

 

 ③ 적외선 탐지장비
현재 어지간한 신형 전투기에는 대부분 적외선 탐지기(IRST)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다. 실제로 적외선 탐지기는 표적의 획득 및 공격에서 레이더보다 유리한 측면이 많다. 최첨단 IRST의 경우 전투기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열을 약 100Km 밖에서 탐지가 가능하다. 스텔스기 또한 어쩔 수 없이 배기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IRST의 탐지를 벗어나기 힘들다. 만약 지상 기지의 IRST와 방공을 담당하는 전투기의 IRST가 적절히 연계된다면, 스텔스기의 탐지가 불가능 한 것만도 아니다. 실제로 2012년 알래스카 모의공중전에서 F-22와 유로파이터 간에 모의공중전이 있었다. 예상과는 달리 F-22의 참패였다. 이 훈련에서 유로파이터는 최첨단 IRST를 이용, 50Km 밖에서 F-22를 탐지하고 접근전을 시도했다. 기동성과 가속성능, 상승능력 등에서 F-22보다 우수했던 유로파이터는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물론 F-22는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한 원거리 전투에서 매우 뛰어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F-22가 모든 공중전 상황에서 최적의 기체는 아니라는 점이다.

 

 빨간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이 유로파이터에 장착 된 IRST이다.

IRST는 F-22 무적 환상을 단숨에 박살내었다.

 

 

 ④ RF Passive 탐지기
RF Passive 탐지기는 현재 스텔스기의 입지를 있는 대로 위축시켜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텔스기가 비록 레이더망을 피한다손 치더라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스텔스기 자체에서 발신되는 전파이다. 전투기란 반드시 지상기지와도 통신을 해야 하고, 편대기끼리도 통신을 주고받아야 한다. 비록 미군이 첨단 기술을 동원해 이 신호들을 암호화처리 한다고 해도 신호 자체의 발생을 막을 수는 없다. RF Passive 탐지기는 이런 미약한 전파신호를 고감도 수신기로 탐지하는 방법이다. 특히 체코의 ERA사 에서 개발한 ‘베라’ 라는 탐지기는 그 성능이 매우 우수해서 약 200Km 거리에서 스텔스기를 탐지할 수 있다고 메이커측은 홍보하고 있다. 미국은 이 탐지기가 매우 심각한 위협임을 인식하고 2008년, 아예 ERA사를 인수해버린바 있다. 체코 외에도 러시아와 중국이 비슷한 탐지기를 보유하고 있고, 북한 역시 2010년에 비공식 경로를 통해 ‘베라’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체코제 RF Passive 시스템인 베라.

미국이 서둘러 베라의 메이커를 인수 할 정도로 스텔스기에게는 치명적이다.

 

 ⑤ Bi/Multi-Static 레이더
최근에 개발된 기술로서 스텔스기 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레이더 이다. Bi-Static 레이더는 송신부와 수신부가 분리된 레이더 이다. 보통 레이더는 전파를 내보내는 송신부와 전파를 수집하는 수신부가 함께 붙어있다. 하지만 Bi-Static 레이더는 이를 분리 시켜 놨다. 스텔스기는 레이더의 전파를 레이더파가 발신된 방향이 아닌 엉뚱한 방향으로 반사시킴으로써 레이더의 탐지를 회피하는데, Bi-Static 레이더는 송신기와는 다른 방향에서 전파를 수신하기 때문에 스텔스기를 탐지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스텔스기는 아주 선명하게 잡힌다. 더 나아가 여러 개의 송신기와 수신기를 다양한 장소에 배치한 Multi-Static 레이더 역시 개발 중이다.

 

 

Multi-static 레이더의 개념도. 스텔스 전투기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만 간다.

이상으로 크게 다섯 가지의 스텔스 탐지기를 살펴보았다. 만약 이 기술들이 유기적으로 통합 한다면 스텔스기는 기존의 전투기와 아무런 차이가 없을 정도이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비용마저 스텔스기 개발보다 훨씬 싸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스텔스 전투기의 미래는 어둡기만 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