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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항공무기

[이세환 기자의 밀친] 스텔스 전투기 탄생비화 (4)

F-117 이후의 스텔스기들

 

이제 최초의 스텔스 공격기였던 F-117 이후의 스텔스 개발 역사를 한번 짚어보자. F-117 이후 두 번째 스텔스 항공기는 놀랍게도 스텔스 폭격기인 B-2다. 갑자기 스텔스 폭격기라니? 물론 F-117도 말이 전투기이지 폭탄 두발을 싣는 공격기였지만, 갑자기 사이즈를 키워 스텔스 폭격기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항공기에서 레이더 반사 면적이 가장 큰 부분은 꼬리날개와 공기흡입구이다. 그래서 F-117에서는 꼬리날개에 미묘한 각도를 주었고, 지상 레이더기지의 레이더파에 대응하기 위해 공기 흡입구를 날개 위쪽으로 옮겨 놨다. 하지만 공기흡입구를 날개 위로 옮겨놨더니 비행성능이 좋지 못 했다. 그렇다고 당시에는 아직 스텔스 기술의 노하우가 부족해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미 공군은 이왕 이렇게 된 거 항공기의 사이즈를 키워 폭장량을 늘리고 발달된 설계기술을 응용해 전익기 형태의 제대로 된 스텔스 폭격기를 만들기로 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B-2 스텔스 폭격기이다. B-2의 형태를 잘 보면 수직 꼬리날개가 없고 공기흡입구 역시 날개 위에 있으며, 기체 꼬리 부분을 톱니바퀴 형태로 제작 해 레이더파의 난반사를 꾀했다. 또한 컴퓨터 설계기술의 발전으로 전작인 F-117에 비해 한결 부드러운 곡선으로 설계가 가능해졌다.
B-2는 한마디로 혁신적인 항공기였다. 미 본토에서 날아올라 공중급유를 통해 이라크까지 날아가 작전을 수행하고 다시 미 본토로 돌아올 수 있는, 대륙 간 ‘출퇴근’이 가능한 폭격기 였다. 더군다나 그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한 나라의 방공망 레이더에는 골프공만한 크기로 잡혀 스텔스성 또한 매우 우수했다.
 

빨간색 화살표 부분이 공기 흡입구이다.

기존의 전투기와는 달리 지상의 레이더파를 피하기 위해 날개 위에 감춰져 있다.

 

B-2 폭격기 역시 날개 위(빨간색 화살표)에 공기 흡입구가 있다.

 

진짜가 나타났다!

미 공군은 이제 공대공 전투가 가능한 제대로 된 스텔스 전투기를 원했다. 1980년경부터 미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한 경쟁이 록히드(Lockheed Corporation)와 노스럽(Northrop Corporation)을 중심으로 한 2개 팀 사이에서 벌어졌다. 두 팀은 각각 YF-22A와 YF-23A라고 불리는 타입의 시제기를 제작하여 시험비행을 계속하였다. 1991년 4월 미국 공군은 차세대 전투기 모형으로서 YF-22A를 선정하였다. YF-22A는 1997년 최초의 시험비행을 마치고 1997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바로 F-22의 탄생 이었다. 스텔스 항공기 설계에 대한 독보적인 노하우가 쌓인 록히드의 스컹크웍스팀이 차세대 미 공군 주력전투기 선정에서 승리 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어느 모로 보나 F-22는 진정한 스텔스 전투기였다. 비행성능을 위해 꼬리 수직날개는 F-117의 노하우를 이용해 비스듬히 설계했다. 문제는 공기흡입구였다. 하지만 여기에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다. 보통 공기 흡입구는 그 내부가 직선형이다. 레이더파는 보통 공기흡입구 안까지 침투해 공기 흡입구 내부의 블레이드에 반응을 한다. 하지만 이를 피하기 위해서 F-117이나 B-2 같이 공기흡입구를 기체 위쪽에 만들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비행성능이 떨어지게 된다. 스컹크웍스팀은 내부 공기흡입구 통로를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만들어 이를 해결했다. 이 설계기법은 스텔스기 형상 설계에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더불어 F-22는 강력한 AESA 레이더를 장착하고, 추력편향노즐을 채택해 스텔스 성능, 전자전 능력, 비행능력 모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무적의 전투기’로 불리게 된다.

 F-22의 설계도이다. 빨간색 선은 공기흡입구 내부 통로를 나타낸다.

보시다 시피 공기흡입구 안쪽이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휘어져있다. [자료제공 : 록히드 마틴]

 

 

 

하지만 F-22의 맹점이 하나 있다. F-22는 제공전투기로써 미 공군만이 사용 했는데, 미 해군과 해병대에도 스텔스 전투기를 배치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F-22의 지나치게 비싼 가격과 범용성의 한계로 인해, 미군은 F-4 팬텀 이후 두 번째로 삼군 통합 스텔스 전투기 JSF(Joint Strike Fighter)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된다. 그리고 이번에도 록히드가 보잉에 승리해 F-35 Lightning Ⅱ가 JSF로 선정 되었다. F-35는 공군형인 A형, 해병대형인 B형(수직 이착륙 가능), 그리고 해군용인 C형(함재기 타입)이 있으며, 특히 미군뿐만 아니라 영국, 이태리, 네덜란드, 캐나다, 터키, 호주, 덴마크, 노르웨이 등의 차세대 전투기로 확정되어 개발단계에서부터 이들 나라들에 개발비를 지원 받게 되었다. 하지만 개발기간이 계속 늘어지면서 항공기의 인도시기연기가 수차례 반복되었고, 공동 개발비를 부담한 나라들은 현재 구매 계획을 대폭 축소하는 등 F-35로써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 발생한 것도 사실이다.

 

F-35 삼형제. 미 공군과 해군, 해병대의 요구에 맞는 각각의 기체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오직 미국만이 가지고 있다. 실제로 공군이 세 개인 셈이다.

 

 

 

F-35의 동체 아랫부분에 표시 된 스폰서 국가들의 국기.

이들 국가들의 현재 반응은 싸늘한 것이 현실이다.

 

 

어찌됐든 F-35는 F-22의 노하우를 그대로 전수 받았으며, 여러 가지 면에서는 오히려 F-22보다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다. 특히 센서부분에서는 현존하는 그 어떤 항공기도 따라올 수 없는 최첨단을 자랑한다. 여기에 진보된 데이터 링크 시스템, 최첨단 헬멧 시현장치, 강력한 엔진, 공대 지 공격 능력 보유 등 현대 전투기의 요건인 멀티 롤 기능에 스텔스 기능까지 합쳐진, 명실상부한 차세대 전투기의 모든 요건을 충족시킨 항공기라 말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