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쟁·코소보사태에 투입돼 맹활약

 

 

 

 

트라우마(trauma)란 과거의 사고나 충격적인 경험이 현재까지 계속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뜻하는 정신 의학용어로 외상성 신경증 혹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도 한다.

뜬금없이 트라우마를 거론한 것은 프랑스의 독특한 기갑 장비, 그중에서도 주력 전차 수준의 화력과 기동력을 갖춘 장륜식 장갑차 AMX-10RC(사진)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사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만 해도 프랑스는 ‘강력한 기갑전력을 갖춘 유럽 최강의 육군 보유국’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전쟁이 시작되자 유럽 최강이라던 프랑스 육군의 자부심은 기동력을 중시하던 독일군 전차군단의 맹공 앞에 변변한 전투조차 치르지 못하고 짓밟히는 수모를 겪게 된다. 결과적으로 연합군의 일원으로 전쟁에는 승리했지만 프랑스군은 독일 전차군단에 대한 깊은 상처를 갖게 됐고 이것은 결과적으로 프랑스만의 독특한 기갑차량 설계 사상을 확립하게 된 계기가 됐다.

전쟁이 끝나고 난 뒤 독자적인 기갑차량 개발을 시작한 프랑스는 방어력을 희생하더라도 화력과 기동력을 갖춘 기갑차량을 다수 개발해 실전 배치하게 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AMX-10RC와 ERC-90이다.

AMX-10RC는 기존 파나르(Panhard) 8x8 EBR 90mm 무반동포 탑재 차량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정찰·전투용 장갑차로 경쾌한 기동력과 화력을 바탕으로 대전차 전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1970년 9월부터 개발이 시작돼 1971년 6월 첫 번째 시제 차량이 완성됐고 1978년부터는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 87년까지 400여 대가 생산됐다.

최초 프랑스 육군은 525대의 AMX-10RC를 요구했으나 예산문제로 1980년부터 325대가 배치됐으며 모로코와 카타르에 각각 108대와 12대가 수출됐다. AMX-10RC는 길이 6.24m, 폭 2.78m, 높이 2.56m에 무게는 15톤으로 기갑차량으로는 매우 작은 편에 속하지만 화력만큼은 여느 주력전차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2200m 거리에 있는 전차를 격파할 수 있는 화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AMX-10RC는 프랑스의 독특한 기갑차량 설계 사상이 그대로 녹아 들어가 있는, 오직 프랑스만이 생각하고 개발해 낼 수 있는 장갑차로 평가받는다. 왜 그럴까? 일단 비슷한 화력을 갖춘 전차에 비해 AMX-10RC는 가볍고 빠르며 획득 및 유지비용이 저렴하다. 전면전 상황에서 AMX-10RC는 적 주력전차의 상대가 되지 못하지만 식민지 관리, 지역분쟁과 유엔 평화유지군(PKO) 활동과 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전차와 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실제 1983년부터 1984년까지 아프리카 중남부 차드에서 진행된 만타작전(Operation Manta)을 시작으로 AMX-10RC는 1991년 걸프전쟁과 1998년 코소보사태에 투입돼 맹활약했다. 실전을 통해 그 가치를 직접 검증해 보인 것이다. 한편 프랑스 육군은 신형 차륜식 정찰용 장갑차 EBRC가 배치되기 전까지 AMX-10RC의 성능 개량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운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계동혁 전사연구가>

Posted by 어울림 국방홍보원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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