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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자료/함께하는 이야기

K-9 자주포 사격‧기동 체험기

보고 듣고 느낀 명불허전의 위용
명품 무기 뒤엔 전사의 땀방울이

 우리는 흔히 아주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을 가리켜 ‘명품’(名品)이라고 한다. 하지만 명품도 주인을 잘못 만나면 빛을 발하지 못하는 법. 이는 명품 자주포로 불리는 K-9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 성능을 갖췄지만 무기체계를 운용하는 장병들의 기량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빛깔만 좋은’ 그런 곡사포일 뿐이다. 보석을 보석답게 승화시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육군수도포병여단 장병들의 훈련장을 찾아 사격과 기동을 체험했다.

#한 번 쏘는 게 백 번 보는 것보다 낫다

 
“사격명령 하달!”

 
관측소(observation post)가 획득한 표적의 성질과 좌표를 지휘통제실에서 계산해 포대에 하달하자 K-9 자주포 내부에 부착된 디지털 전시기에 사격방법·제원이 자동 입력됐다. ‘링 레이저 자이로’ 관성항법장치가 포의 위치와 포신의 각도 등을 스스로 정밀 측정해 사격통제장치에 제공하고 K-9은 자동으로 목표를 조준, 8m의 포신을 치켜 들었다.

 
이용희(하사) 포반장의 명령에 사수 이주희 상병이 포를 방열하고 포수 신기호 일병이 신속한 동작으로 포탄을 이송기에 사뿐히 올려놨다.

 
“철컥!” 장전기가 3톤의 압력으로 포구에 포탄을 밀어넣고 부사수 강종찬 상병이 장약을 삽입한 뒤 폐쇄기를 닫았다.

 
“사격준비 끝!”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최종 사격명령이 내려지기를 기다렸다.

 
“준비! 둘, 삼, 쏴!” 버튼을 누른 왼팔을 통해 짜릿한 느낌이 전해졌다. 사격 반동이나 소음이 예상한 것과 달리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유기압식 현수장치가 사격 반동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제연기가 포강 내에 남아 있는 연소가스를 포구쪽으로 배출시켰기 때문이다. 단지 옅은 포연과 화약 냄새가 오감을 자극하며 발사됐다는 걸 증명해 줬다.

 
곧이어 “명중”이라는 수화음이 들렸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 아닌 백견불여일사(百見不如一射)였다.


<내가 쏜 포탄?...사진기자의 열정이 엿보이는 수도포병여단 장병들의 포탄사격.>


                    #대한민국 유일의 K-9 체험 ‘민간인’


 기동체험을 위해 알파포대 둘포로 이동, 통신 헬멧을 착용한 뒤 해치를 열고 부사수석에 올랐다. 탁 트인 전경에 정신이 맑아졌지만 작은 디딤판에 몸을 맡겨야 한다는 사실에 작은 후회가 밀려왔다.

 
이날은 전국적으로 20~60㎜의 비가 내렸다. 진지는 발목까지 빠지는 갯벌로 변했고 크고 작은 웅덩이가 곳곳에 지뢰밭처럼 산재해 있었다.

 
“K-9은 등판·경사 능력이 뛰어납니다. 높은 경사로나 비탈길에서도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달려보면 아시겠지만 정말 안전합니다.”

 
손잡이만 잡고 있으면 괜찮다는 포반장 김세호 중사(진)의 위로의 말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쿠르릉!” K-9이 야지를 가로지르며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1000마력의 디절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력을 온몸으로 느끼며 심호흡했다. 속도 0에서 시속 32㎞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12초에 불과하다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상반신을 드러낸 상태에서의 체감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순간 눈앞에 깊고 커다란 물웅덩이가 나타났다. 몸이 튕겨나가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러나 K-9은 기자의 우려와 달리 장애물을 가볍게 통과했다. 승용차였다면 심하게 요동칠, 아니 빠져서 나오지 못할 정도의 물웅덩이를 평지처럼 달렸다. 별도의 도하장비 없이 1.5m 수심의 강을 도섭하고, 2.8m 넓이의 참호와 최고 75㎝의 수직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다는 K-9의 성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대한민국에서 K-9 자주포를 확실히 체험한 민간인은 기자님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겁니다”는 말이 왠지 모를 자부심을 안겨줬다.


              <사격에 기동까지 체험한 민간인은 기자가 처음이라네요..>


                     

                   #‘명품’ 완성을 위한 전사들의 땀방울

 
육군수도포병여단 포성대대 장병들은 지난 3일부터 21일까지 부대 작전지역

과 훈련장에서 전투준비태세 완비를 위한 전술훈련에 굵은 땀방을 쏟고 있다.

 
3주 동안 펼쳐진 전술훈련의 하이라이트는 18, 19일 경기 연천군 포병진지에서
열린 실사격 훈련이 장식했다.

 
장병들은 폭우가 내리는 중에도 전투상황을 연출한 실시간 표적처리·전술적 사

격지휘·표적 타격 등 전시 임무와 연계한 사격절차를 완벽히 소화하며 대화력

전 수행능력을 향상시켰다.

 
특히 전 대대원이 참가한 이번 실사격 훈련에는 급속발사 평가도 병행됐다. 급

속발사는 포탄 장전·장약 삽입·격발에 이르는 전 과정을 15초 이내에 3발을 발

사하는 방법.

 
장병들은 실제 급속사격이 처음이었지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각자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며 평균 15초 이내에 3발의 포탄을 쏘아 올렸다.

 
이렇듯 장병들이 탁월한 전술전기를 뽐내게 된 데에는 신병 주특기 집체교육이

큰 몫을 차지했다. 올해 1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집체교육은 전문성을 갖춘 간

부가 전포, 조종·정비, 사격지휘, 통신, 측지 등 5개 과목을 집중 지도해 단기간

에 전투프로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예진(중령·학군30기) 포성대대장은 “K-9이라는 명품을 다루기 위해서는 자

신감뿐만 아니라 확실한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실습위주의 철저한 교육

을 통해 자신의 임무수행 능력은 물론 부대 전투력도 상승하는 일석이조의 효

과를 보고 있다”고 자랑했다.





          <동시탄착사격(TOT)을 하고 있는 수도포병여단 K-9 자주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