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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육상무기

장병들 머리 맞대 '외장형 통신모듈' 자체 제작

국군지휘통신사령부, 차량용 위성단말 시스템 제어장치 개발

 

“안테나 펴겠습니다!”

노트북 자판을 몇 번 두드리자 커다란 트럭 위에 매달린 안테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안테나 접겠습니다!”라는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안테나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난 5일 국군지휘통신사령부 연병장에서 특별한 시연이 펼쳐졌다. 통신사는 이날 소프트웨어 개발 TF의 두 번째 작품인 신형 차량용 위성단말 시스템 제어장치 운용을 직접 선보였다. 안테나가 달린 트럭의 정식 명칭은 ‘차량용 위성단말’. 차량용 위성단말은 우리 군의 3가지 핵심 통신망 가운데 군 위성 통신체계를 구성하는 장비다.

 

 

국군지휘통신사령부가 위성단말 제어용 통신모듈을 개발했다. 사진은 TF 요원들이 '신형 시스템 제어장치'를 운용하고 있는 모습

 

 

 

우리 군은 한반도 지형의 특성, 통달 거리 등으로 제약을 받던 군 통신체계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2007년 무궁화 5호를 활용, 군 위성통신체계를 도입했다. 
위성 통신체계는 마이크로웨이브(MW) 통신망과 국방광대역통합망(MBcN)의 한계를 넘어 언제 어떤 곳에서도 각군을 이어줄 수 있는 미래 전장용 통신체계다. 차량용 위성단말은 고정용·휴대용·함정용 등과 함께 위성 통신체계를 구성하는 요소다. 
차량용 위성단말은 길만 있다면 어떤 곳이든 이동, 통신망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에 유사시 가장 중요한 통신 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10여 년 운용하다 보니 문제 발생


차량용 위성단말은 지난 2008년 보급된 노트북 형태의 시스템 제어장치로 운용되고 있다. 시스템 제어장치는 안테나를 통해 위성 통신의 주파수와 대역폭 값을 입력하고 입·출력 회선을 설정하는 차량용 위성단말의 ‘두뇌’ 역할을 하고 있다.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다 보니 문제점이 발생했다. 

가장 큰 문제는 노후화와 호환 불가. 노트북 형태의 일체형 장비이다 보니 액정이 깨지거나 배터리가 금세 방전되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또 이미 ‘옛것’이 된 윈도(Windows) XP를 운영체제로 쓰다 보니 보안에 취약한 것은 물론 최신 시스템으로 업데이트도 할 수 없었다.

 

“유사시 신속히 전개해 통신망을 이어야 하는 차량용 위성단말의 생명은 바로 ‘시간’입니다. 그런데 예전 버전의 시스템 제어장치는 부팅하는 데도 5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었죠.” 한정현(중위) 53정보통신대대 위성소대장의 말이다.

 

단 1개월 만에  최신 OS 탑재 노트북과 호환 성공


TF가 내놓은 해답은 USB 케이블을 이용한 외장하드 형태의 통신모듈이었다. 장병들은 기존 시스템 제어장치에 내장된 제어용 통신모듈이 장비로 보내는 신호를 모두 분석해 호환성 문제를 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회로를 설계하고 PCB기판에 부품을 장착, 새로운 장비를 만들어냈다.

 

 

새로운 장비를 탄생시킨 전인준 병장은 “구로 디지털 단지 등을 돌며 부품을 모았다”며 “사회에서의 전공을 다시 살릴 수 있었던 색다른 경험”이라고 말했다. 레지스트리를 분석하는 등 소프트웨어 작업을 맡았던 박지호 상병은 “이번 작업은 또 다른 자기계발의 기회”라는 소감을 전했다.


TF가 장비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개월. 이어 3개월 동안 테스트 기간을 거쳐 ‘외장형 통신모듈’을 탄생시켰다.


외장형 통신모듈은 어떤 노트북과도 호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즉 최신 운영체제가 탑재된 노트북에 연결할 수 있으며 정비도 훨씬 쉬워졌다. 또 전개 시간을 대폭 단축시키고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보안성도 높였다.


16억 예산 절감 효과 & “또 다른 자기계발 기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 장비가 외주 제작이 아닌 통신사 장병들이 자체 제작했다는 점이다. 남경균 TF장은 “내장형 통신모듈이 포함된 시스템 제어장치를 새로 개발했을 때보다 전체 운용 대비 16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외장형 통신모듈의 진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TF는 장비를 더욱 소형·경량화할 계획이다. 통신사는 이렇게 완성된 최종본을 양산해 전국 각지의 차량형 위성단말에 지급할 예정이다.

 

글=국방일보 맹수열 기자 / 사진=국방일보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