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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제·방어·방호체계 구축… 세 가지 국가전략 필요하다”

‘북한 ICBM급 미사일 도발’ 전문가 좌담

김열수 전문위원

북 미사일 프로그램 상당한 수준 도달

정부 즉각적 대응으로 국민 불안 없애

‘말보다는 실효적 조치’ 의지 보여줘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

 

 

문근식 국장

‘북 미사일 능력 확보’ 전제로 대비책을

대외적 사드 배치 명분도 여기서 찾아야

원자력 추진 잠수함 확보 추진 중요해

한미동맹 강화·독자적 작전능력 향상을 


김열수(오른쪽)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전문위원과 문근식(가운데)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이 본지 편집인실에서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 도발 이후 한반도 안보정세와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을 하고 있다. 이헌구 기자


 우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난달 28일 오후 11시41분 자강도 무평리 인근에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1발을 발사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수준이 레드라인 임계치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단호한 제재가 불가피한 상황이고 이로 인해 일부에서이긴 하지만 ‘한반도 8월 위기설’이 제기되는 등 안보정세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에 국방일보는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습니다. 좌담에는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전문위원과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이 참가했습니다.


사회=북한은 오후 11시41분이라는 이례적인 시간에, 자강도 무평리라는 이례적인 장소에서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북한 의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전문위원=북한의 원래 미사일 발사 계획은 7월 27일이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북한은 정전협정일인 27일을 승전기념일이라고 부르는데 승전기념일에 축포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마침 그때 구성이나 자강도의 날씨가 안 좋았습니다. 이날 김정은이 참전열사묘를 방문하면서 이제는 미사일 발사를 안 하고 넘아가나 보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성능이 향상된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기습적인 발사를 한 것이죠. 시간도 그렇고 장소도 그렇습니다. 시간의 의미에서 보면 기존 미사일 발사와는 다르게 우리 시간으로 밤, 미국 시간으로 낮 시간대에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언제든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동시에 미국 언론들의 확대 재생산을 통해 미사일 발사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 장소 차원에서도 구성이 아닌 자강도에서 발사한 것은 어디서든 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지요. 즉 북한은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특히 불과 20여 일 만에 능력 면에서 향상된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국제사회, 특히 미국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이번 ICBM급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미사일 강국의 반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재진입 기술 논란이 있지만 지금껏 북한은 계획대로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고, 이번 발사로 미사일 프로그램이 완성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단편적인 미사일 발사의 성공 여부보다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패턴이 중요하다는 이야깁니다. ICBM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이스라엘 정도만 보유하고 있는 무기체계인데 북한이 세계에서 6번째로 이를 완성한 것으로 평가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임의의 시간에, 임의의 장소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하라는 김정은의 명령을 이행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硏전문위원


 사회=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우리 정부는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비롯해 사드 발사대 4기 임시 추가배치,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신형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영상 공개 등 즉각적인 대응조치들을 실행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문 국장=과거 정권과 차별화 시도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이제는 말보다는 실효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죠. 특히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의 의미는 단순히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한 것만 보면 안 됩니다. 북한이 모든 단계의 미사일을 확보했다는 차원에서 봐야 합니다.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다양한 미사일 능력을 보유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봐야 합니다. 대외적인 사드 배치의 명분도 여기서 찾아야 합니다.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은 킬체인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될 것입니다. 신형 탄도미사일 공개와 한미 미사일 발사 훈련 등은 국민들이 말로만 대응하는 것에 식상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우리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김 전문위원=문 국장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이런 우리 정부의 전격적인 대응은 문재인 정부 안보정책에 대한 일부 국민의 불안을 일거에 날려버리는 계기가 됐다는 것입니다. 심야에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몇 가지 실질적인 조치들을 바로 실천에 옮기는 과정을 보면서 정부에 대한 국민들 믿음이 더 커졌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의미일 것입니다.



사회=북한이 ICBM급 미사일 도발에 이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도 예상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문 국장=북한은 이미 지난해 SLBM 개발에 성공했다고 평가됩니다. SLBM은 미국과 우리 모두를 위협할 수 있는 무기체계입니다. 1발만 싣고 나가 신포 앞바다에 착저하고 있어도 전략적 효과를 볼 수 있죠. 거기에 더해 북한은 최소 3발 이상을 실을 수 있는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물론 핵 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실험은 당연히 예상됩니다. 함형에 따라 연동해서 개발 시험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북한은 계속 SLBM과 관련한 실험을 할 것이고 이것이 완료됨과 동시에 우리와 미국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도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술은 기본적으로 적 잠수함을 추적 감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진 디젤 잠수함으로는 SLBM을 실은 북한의 잠수함을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스노클도 해야 하고, 소음도 클 뿐만 아니라, 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최소 속력이 2~3배는 빨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확보하는 데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은 미군 잠수함과 연합작전을 통해 북한의 잠수함이 원해로 나오는 것을 막으면서 독자적인 원자력 추진 잠수함 확보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김 전문위원=북한이 SLBM 사출시험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8월 24일 신포급 잠수함에서의 SLBM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이미 성공한 무기체계라면 다시 사출시험부터 할 필요는 없겠죠. 그렇다면 새로운 잠수함에 SLBM을 탑재하려고 하는 것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3000톤급 잠수함 건조에 맞춰서 사출시험을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핵무기를 실어나를 수 있는 수단 중 가장 무서운 게 SLBM입니다. 지대지 미사일이나 폭격기에 의한 핵 공격은 사전에 표적 탐지가 가능하지만 SLBM은 그게 안 됩니다. 이 때문에 SLBM이 제2격, 세컨드 스트라이크의 핵심전력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모든 핵무기 보유국의 마지막 꿈이 SLBM을 만드는 것입니다.



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대외협력국장




 사회=두 분 의견을 종합해보면 북한의 ICBM·SLBM 등이 완성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해 평가해 주십시오.

 김 전문위원=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가장 짧은 KN-02부터 한반도 전역을 사거리로 하는 스커드 계열, 주일미군기지 등 일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노동미사일과 북극성-2형, 괌까지 날아갈 수 있는 무수단, 알래스카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12형, 미국 본토 대부분을 사거리로 하는 화성-14형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북한의 미사일 종류나 기술 수준은 자동차로 치면 현대·기아차 정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신뢰도와 정밀도가 문제인데 이것도 점점 높여가고 있습니다.

 문 국장=일부 전문가들 평가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의 다양성이나 개발속도는 과거 러시아나 중국보다 다양하고 빠르다고 합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빈번하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북한은 이미 1970년대부터 자신들의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냐 못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북한이 미사일 능력을 이미 확보했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대비책을 세워야 합니다. 이를 부정하면 대비책을 세울 수 없습니다.



 사회=무척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의 개발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 전문위원=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북한은 이 부분에서는 좌고우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정해둔 시간표대로 대량살상무기(WMD)를 완전히 개발해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대비는 할 수 있겠지만 멈출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려는 노력은 해야겠지요. 그러려면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중요합니다. 핵심은 미국인데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 옵션이 너무 뻔합니다. 미국의 옵션이라는 게 첫째는 제재, 둘째는 군사공격, 셋째는 레짐 체인지, 넷째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 정도일 것입니다. 그 중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못할 것이고, 제재 역시 중국과 러시아 때문에 더 강력하게 하기 힘든 상황이죠. 그렇다면 남은 것은 군사공격과 레짐 체인지 두 가지인데 이들 역시 쉽지만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문 국장=김 전문위원께서 마지막 단계까지 모두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북한이 아무리 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해도 사용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이 ‘공포의 균형’이죠. 핵무기는 핵무기로 막아야 한다는 것인데요. 그러려면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건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동해 배치를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마지막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문 국장=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우리가 능력을 확보하기 전까지 한미연합 전력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면서 정찰위성·지대지 탄도미사일·원자력 추진 잠수함 등을 확보해 독자적인 작전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더불어 국민의 핵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핵 공격 방호훈련도 해야 합니다.

 김 전문위원=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인식은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이 아니고, 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고, 북한은 한국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인식을 전환해야 합니다. 기본적인 대비는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부적으로 대비하는 것과 외부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구분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고 한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가정으로 국가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이런 가정을 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북한이 핵무기를 못 쓰도록 억제하는 것이고, 둘째는 만일 공격한다면 요격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요격하지 못했을 때의 대비입니다. 억제전략·방어전략·방호전략 등 세 가지 국가전략이 필요합니다. 


사회·정리=  이석종 기자 < seokjo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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