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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특집 가화만군성①] 3분의1일 노후,57.4%가 15평 이하인 우리군 관사

불안하고 불편, 3분의1이 노후... 57,4%가 15평 이하

가정의 달 특집 - 가화만군성 ①낡고 비좁은 관사...군 가정은 적색신호

지역별 수급 불균형 현상 ↑, 과거 지어진 건물 상당수가 ‘무허가

’30년 이상 노후 주택 1만3700여 실…일반 주택보다 노후화 속도 빨라

주거정책팀, 문제의식·원인 분석 통해 근본적인 해법 마련에 최선

 

인간의 행복은 집에서 나온다. 군인에게 있어서 집은 곧 사기, 전투력으로 이어진다. 고된 임무를 마치고 돌아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안락함은 그 어떤 것에도 비할 수 없는 행복이며 내일을 준비하는 힘이 된다. 우리 군은 그동안 복지 향상을 통한 사기와 전투력 증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주거문제에 대해서는 비교적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많은 군인들이 민간에 비해 낡고 오래된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는 본인은 물론 가족의 불편으로까지 이어지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말한 것처럼 집은 군인 개인은 물론 군인 가족의 행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가정의 달인 5월, 국방일보는 ‘가화만군성(家和萬軍成)’ 집이 화목하면 모든 군의 임무가 잘 이루어진다는 모토로 우리 군의 주거 실태와 롤 모델, 국방부의 주거정책 개선 노력 등을 4회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기사는 국방부가 최근 작성한 ‘군 주거정책 종합발전계획안’을 참고했다.

결혼 전 ‘우리가 살 집’이라며 아내를 부대 관사로 데려갔었습니다. 우리 부대 관사는 25년된 18평형 아파트죠. 관사 입구에서부터 아내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10분쯤 관사를 둘러보고 다시 집으로 데려다주는 차 안에서 여전히 침묵하는 아내를 보며 마음속으로 울었죠.

 

전방에서 근무하는 육군 P대위의 이야기는 우리 군의 주거실태를 한눈에 보여주는 사례다. P대위는 관사에 자리가 나지않아 결혼 후에도 한참을 따로 살기도 했다.

그는 “두 사람이 사는 지금이야 괜찮지만 앞으로 아이가 생겼을 때 이 좁은 집에서 제대로 양육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군인 대부분 군 주거시설에 거주

군인들 대부분은 관사와 간부숙소 등 군 주거시설에 거주한다. 접근성과 가격의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군 주거시설이 노후화로 신음하고 있다.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실 주거정책팀이 강원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권역별 맞춤형 주거지원 방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전체 군 주거시설 16만4600여 실 가운데 30년 이상 노후된 곳은 8.4%에 해당하는 1만3700여 실이다.

10년 뒤 노후시설로 분류되는 20~30년이 경과한 주거시설 역시 22.4%에 달한다. 3분의 1가량이 노후화된 셈이다. 주거정책팀은 “군 주거시설은 입주자가 수시로 변경되고 이들이 시설물을 함부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 일반 주택보다 노후화 속도가 더 빠르다”며 “유지보수 예산 투입이 비정상적으로 적고 관리 인력·조직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빠른 노후화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협소한 면적도 문제다. 연구에 따르면 군 주거시설의 절반 이상인 57.4%가 15평 이하 협소시설이다. 특히 제주도는 협소시설의 비중이 전체의 79.2%를 차지했다. 수도권과 강원권의 협소시설 비율도 60%에 달한다. P대위처럼 육아에 대한 고민이 깊은 군인들의 수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주거정책팀 역시 “15평 관사의 경우 자녀가 있는 군인 가족이 정상적인 가전제품과 가구를 보유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에 소규모 관사가 산재하고 있다는 점, 과거 건립된 무허가 건축물이 많다는 점, 지역별 수급이 균형적이지 않다는 점 등 물량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과거 이동성을 이유로 건립된 부대 앞 소규모 관사들은 이제 도심 속 낙후지역으로 방치돼 군인 가족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고 있다.

또 과거 지어진 주거시설의 상당수가 무허가 건물이기 때문에 신축사업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다. 부대 개편과 인원 조정에 따라 일부 지역은 공실이 생기고 또 다른 지역은 관사가 부족해지는 지역별 수급 불균형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잦은 보직이동, 희생은 가족에게로

보직이동이 잦은 군인의 특성도 군 주거문제의 한 원인이다. 특히 보직이동은 군인 가족들의 희생을 낳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군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녀 교육문제다. 학교 여건이 좋지 않은 전방 지역에 군인 가족이 모여있는 것도 문제지만 부모의 보직이동으로 잦은 전학을 가야 하는 자녀들의 심리적 문제도 만만치 않다.

주거정책팀은 “부대 앞에 지어진 관사에서 거주하는 자녀들은 부모와 함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군인 가족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잦은 이동으로 인한 배우자의 취업 기회 상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보직 이동 순기를 따라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다보면 정상적인 직장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군인 배우자들이 직업을 포기하는 이유다.

주거정책팀은 “인원수대로 부대별 소요기준에 따라 관사를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군인과 가족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며 “군인에게 주거를 지원하는 것인지 군인 가족에게 주거를 지원하는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근무지 내 자가 주택을 보유하는 군인에게 관사를 제공하지 않는 국방부 훈령이 군인의 내 집 마련을 막고 있다는 분석도 함께했다. 주거정책팀은 이런 여러 주거문제의 원인을 크게 ▲공급자 중심의 일률적 주거지원 ▲직접 건립 위주의 주거지원 ▲시설물 관리 운영의 총체적 부실 ▲종합·체계적 정책의 부재로 나눴다.

그리고 이런 문제의식과 원인 분석을 바탕으로 군인과 가족들이 만족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근본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군 주거정책 종합발전계획안을 내놓았다.

 

기사 국방일보 맹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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