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을 극복하라] ① 공군16전비 허시하우스 엔진 정비현장

 

30도를 훌쩍 넘는 찜통더위에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온몸을 적시고 불쾌지수가 치솟지만, 국토방위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에게는 극복해야 할 작은 장애물일 뿐이다. 국방일보는 무더위를 이기며 임무완수에 매진하고 있는 육·해·공군 장병들의 생생한 임무현장을 찾아가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1일, 공군 비행단 활주로 일대는 뜨거운 불판 그 자체였다. 공군16전투비행단 정비·격납고의 수은주도 33도 위로 치솟았다. 열기가 이글거리는 활주로를 지나 TA-50 항공기 엔진 점검을 준비하는 허시하우스(Hush-House)로 향했다. 찜통 같은 시설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정비사들은 쏟아지는 이마의 땀을 훔쳐내느라 쉴 틈이 없었다.

 

 

허시하우스는 항공기 엔진을 점검하기 위해 특수 설계된 방음정비고다. 외관은 일반 정비고와 유사하나, 건물 내부에 약 30m 길이의 터널과 시설 뒤편에 대형 배기관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항공기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제트엔진을 최대 출력으로 가동하면 평균 120dB(데시벨)의 굉음이 발생한다. 허시하우스는 이를 최대 절반 수준으로 줄여준다. 배기관에서 1차로 소음을 분산하고, 하늘로 솟은 배기탑이 수직으로 소음을 배출하는 원리다.

시설 외부와 달리 내부 작업자는 굉음에 그대로 노출된다. 그래서 모든 정비사는 청각을 보호하는 ‘귀마개’와 ‘보호구’ 두 개의 장비를 이중으로 착용한다. 그래야 소음을 견뎌가며 정비작업에 임할 수 있다.

 


항공기 시운전 자격증을 보유한 신천식 상사가 TA-50 조종석에 올랐다. 통제실에서 양훈일(준위) 시운전반장이 그를 향해 엄지를 세웠다. ‘3, 2, 1!’ 카운트와 함께 신 상사가 엔진을 시동했다. 새빨간 불꽃이 엔진 뒤쪽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곧이어 엔진이 최대 출력에 도달하자 항공기 후기연소기가 점화, 불꽃이 점점 커지더니 영롱한 푸른빛으로 변했다.

 

정비사가 1500도에 달하는 불꽃에 근접한 가운데 TA-50 엔진과 주변 기기를 점검하고 있다.


이때부터 항공기가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줄에 묶인 경주마가 질주를 갈망하며 온몸을 흔들어대는 듯한 모습이었다. 항공기를 고정해주는 장비 ‘홀드 백’이 없었다면, TA-50은 허시하우스의 육중한 철문을 뚫고 하늘로 치솟았을 것이다. 엔진이 공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워낙 강력해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강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찜통 같던 시설 내부가 약간 서늘해졌지만, 정비사들이 서 있는 제트엔진 주변은 사정이 달랐다. 엔진 불꽃은 약 1500도에 달해 한참 떨어져 있어도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콰콰콰쾅!” 호기심에 청각 보호장치를 잠시 제거했다가 이 세상의 단어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무시무시한 굉음을 듣고 말았다. 황급히 보호장비를 다시 착용했다. 엄청난 소음·열기·바람, 정비사들은 이 모든 가혹한 환경을 뚫고 불꽃이 쏟아지는 항공기 엔진 쪽으로 다가섰다. 정비작업에 몰두하며 통제실과 수신호를 주고받는 그들에게선 조금의 흔들림도 느낄 수 없었다.

최대 출력에 도달한 TA-50 항공기가 소음을 분산하는 허시하우스의 대형 배기관 쪽으로 푸른 불꽃을 뿜어내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이후로 약 20분 동안 점검이 이어졌다. 정비사들은 엔진 주변의 상태를 꼼꼼히 점검하고, 컴퓨터를 연결해 최대 출력 상태에서 모든 수치가 한계치 이내의 정상적인 가동을 보이는지 철저히 확인했다. 모든 점검을 마친 엔진이 서서히 시동을 멈췄다. 바람도, 소음도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땀에 흠뻑 젖은 채 조종석에서 내려온 신 상사는 “비행안전을 책임지는 정비사들이 무더위 정도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하계 전방위 대비태세 유지를 위해 모든 요원이 맡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 방심이나 빈틈은 없다”고 말했다.

공군은 하계 비행안전과 직결되는 항공기 엔진·착륙장치 등을 특별관리품목으로 지정·관리하는 등 올여름에도 안전한 작전수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무더위와 혈투를 벌이는 정비사들이 있다. 정비사들의 여름은 다른 사람의 그것보다 더 뜨겁다. 항공기 정비·격납고는 천장과 벽이 있어 외부와 비교해 보통 2~3도가량 더 높다. 게다가 온종일 몸을 움직여 활동하는 작업공간인 만큼 체감온도는 그보다 더욱 높게 느껴진다. 대형 선풍기를 수십 대 동원해도 금방 땀으로 샤워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정비사들이 여름이 지나면 2~3㎏ 정도 체중이 준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이 흘린 땀의 무게는 곧 안전을 향한 집념의 무게다.

소음이 완벽히 잦아든 허시하우스의 거대한 철문이 열렸다. 엔진 점검 결과를 확인하며 회의하는 정비사들 뒤쪽으로 다른 격납고에서 막 점검을 마친 FA-50 전투기가 나타났다. 안전비행을 기원하는 정비사들의 격려 속에 전투기가 뜨거운 태양을 향해 힘차게 이륙했다.

 

국방일보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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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울림 국방홍보원 Trackback 0 :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