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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해상무기

항해 작전중 잠수함은 어떻게 아군과 적군을 구별할까?

"내편 아닌 네편 같아" 준비 없이 갔다간

  '오락가락' 같은 편끼리 공격 '갈팡질팡'

 

 

<1> 수중 장님 잠수함, 항해·작전 어떻게?

 

 

바닷속 모든 상황 사전에 파악해

상호간섭방지·수중구역관리 등 불상사 막을 철저한 규칙 지켜야

 

3차원 해저 지형도 - 잠수함이 출항 전 최종 확인하는 3차원 해저 지형도로서 북쪽에서 바라본 독도 모습이다. 필자 제공

 

●잠수함은 물속에서 까딱 잘못하면 우군 잠수함을 공격한다

지난해 8월 북한과의 전면전 위기 속에서 김정은이 잠수함 50여 척을 출항시킴으로써 온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 당시 위기 상황에서 많은 분들이 잠수함 50척을 거의 동시에 바다에 출항시키면 어떻게 통신하고 어떻게 지휘할 수 있는가를 물어왔다. 물속에 있는 잠수함 50척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는 것은 출항 전 잠수함지휘부에서 지시하고 약속한 대로 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잠수함이 물속에서 항해하려면 사전에 해도(항해에 사용할 목적으로 광범위한 정보를 기재해 만든 지도)와 해저지형도(bottom contour chart 또는 submarine topographical map: 해저 지형의 기복을 등심선(等深線)에 의해서 나타낸 지도), 항로고시(출판된 해도를 보충하기 위해 항구·해안선·항해위험물·항해보조시설과 해도에 수록되지 않았지만 항해에 도움이 되는 각종 자료가 수록돼 있는 서적) 등을 보면서 모든 수상·수중의 장애물을 분석하고 항해할 바닷길을 출항 전에 미리 정해야 한다. 물론 작전임무도 사전에 부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물속에서 재앙을 만나거나 우군끼리 공격하는 불행을 당하기 쉽다.

한마디로 잠수함을 물속에 보낸 사령관들은 어린아이를 학교에 보낸 부모처럼 잠수함이 작전을 마치고 부두에 안전하게 돌아올 때까지 잠수함의 안전을 항상 걱정해야 한다. 세상과 통신이 단절된 물속의 잠수함이 안전하게 기지에 돌아오기 위해서는 작전 내내 수중 교통안전 규칙을 지켜야 한다. 차제에 이러한 수중 교통안전 규칙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를 보안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미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2005년 1월 괌 근해에서 해도에 표시되지 않은 암초에 부딪쳐 함수 부분이 손상된 모습. 사고 당시 1명이 사망하고 23명이 중상을 입었다. 수중 교통안전 규칙을 잘 지켜도 해도나 해저 지형도에 표시되지 않은 암초에 부딪칠 수 있는 것이 잠수함 승조원들의 운명이다.

 

●잠수함의 수중 교통안전 규칙을 이해하려면 항해 유형을 알아야

잠수함은 작전 목적에 따라 수상 항해, 잠망경 항해, 잠항 항해의 세 가지 형태로 항해한다. ①수상 항해는 일반 수상함과 동일한 항해 형태로 수심이 얕아서 잠항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이동하거나 출·입항을 위해서 모항 근처에서 이동하는 항해 형태다. ②잠망경 항해는 일정한 심도에서 잠망경 마스트를 수면 위 1m 정도로 올리고 이동하는 것이다. 주로 디젤 잠수함의 연료인 배터리를 충전할 경우, 모 기지와 통신이 필요한 경우, 잠망경을 통해 항해 장애물이나 공격할 표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하는 항해 형태다.③잠항 항해는 잠수함의 가장 대표적인 항해 형태로 수심에 따라 물속에서 3차원 기동함으로써 잠수함의 가장 큰 장점인 은밀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잠항하는 잠수함은 위치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우군과도 지속적인 통신과 위치 확인을 거의 하지 않는다. 자신의 위치도 접촉물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이용해 계산하고 군함·상선·어선 등 접촉물의 종류도 머리로 예측하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잠항하는 잠수함의 항해 계획은 바닷속 특성에 맞게 출항 전부터 철저히 연구해 수립해야 한다. 물속에서 안전하게 항해하려면 가고자 하는 바닷속의 모든 상황을 파악해 사전에 길을 정해놓고 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장님들끼리 부딪치거나 전시에는 우군 간 공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철저한 규칙을 정해 지키고 있는데 이것이 상호간섭방지(PMI)와 수중구역관리(WSM)라는 수중 교통안전 규칙이다.

<문근식 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