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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해상무기

군함은 왜 선체 위는 회색, 선체 아래는 붉은색일까?


위 회색… 아래 붉은색… 군함 지키는 색상이었네!

군함에 대한 깨알 상식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빅토리아 여왕 재위 시 영국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당시 전 세계 곳곳에 식민지가 있어 영국령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항상 태양이 떠 있다는 것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이렇게 강대함을 자랑하던 영국의 국력 바탕에는 넓디넓은 바다를 무대로 활동한 해군력의 뒷받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무대의 주인공들은 바로 군함입니다. 그런데 저도 군함을 타보긴 했지만 사실 알고 싶은 게 많습니다. 전투능력 외에 구조와 특성, 문화 등에 대해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은 해군에서 펴낸 ‘간(단하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해(군 가이드)’북을 통해 살짝 군함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LST-687 성인봉함. 군함 선체 위쪽은 적에게 노출 최소화 위해 수평선 색과 유사한 회색 사용. 해무와 조합되면 육안 식별 힘들어. 선체 아래쪽은 조개류, 해초류가 부착되면 군함 무게가 상승해 기동성이 떨어져 붉은빛 '방오도료'를 칠해 방지 효과를 낸다.

 

군함에는 두 개의 엔진이 있다

함정이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것은 함정 내에 특별한 엔진, 즉 고속 추진을 할 수 있는 가스터빈 엔진(제트엔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함정이 항상 고속 항해만을 할 수는 없습니다. 가스터빈 엔진은 연료소비가 많다는 단점이 있어서 대부분의 함정은 연료를 절약하고 일정한 속력을 유지하기 위해 디젤 엔진을 따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디젤 엔진을 사용해 경제속력을 유지하다가 긴급한 상황 발생 시 가스터빈 엔진으로 전환합니다. 최근에 건조되는 함정들은 전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추진체계를 탑재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군함의 속도는 어떨까요? 함정은 자동차와는 다르게 킬로미터(km/h)가 아닌 노트(kts)를 속력 단위로 사용하는데 1노트는 약 1.825km/h로 환산이 가능합니다. 해군 전투함 중 가장 빠른 함정인 유도탄고속함이 최대 40노트입니다. 약 74km/h입니다. 해군의 주력 전투함인 초계함, 호위함 및 구축함들은 약 30노트(55km/h) 정도의 최대 속력을 낼 수 있습니다.

 

잠수함은 주로 물속에서 잠항하기 때문에 어두운 바닷속에서 형체를 숨기기 위해 모든 빛을 흡수하는 검은색을 칠한다. 해군 제공

 

파란색 계열 아닌 저시인성 색상 ‘회색’ 사용

군에서는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거나 아군의 위치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위장색을 사용합니다. 함정도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주변 환경과 조화되어 형상이 잘 나타나지 않게 하는 저시인성 색상을 외관에 칠해 위장합니다. 바다를 무대로 하다 보니 위장색깔은 파란색 계열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작전해역의 색이나 주변 특징에 따라 선체 색상에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 대부분의 군함은 회색 계열을 외관 색으로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회색 계열은 수평선 색과 유사해 수평선 근처에서 해무와 조합되면 잘 파악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회색은 대표적인 무채색으로서 사람의 시각에서 가장 식별이 안 되기에 군함의 외관 색으로 적합합니다.

하지만 군함에도 눈에 확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랫부분 즉, 빨간색이 칠해진 선저입니다. 이는 방오도료(防汚塗料 antifouling paint) 덕분입니다. 방오도료는 조개류를 비롯한 여러 바다 생물이 군함에 달라붙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페인트입니다. 군함이 수십 년간 항해를 하다 보면 어마어마한 조개류, 해초류 등이 선저에 들러붙게 되고 이는 군함의 무게를 상승시켜 기동성을 저하하는 원인이 됩니다. 방오도료에는 아산화동이라는 물질이 첨가되어 있는데 이 물질은 원래 빨간색을 띱니다. 이로 인해 군함이 물에 잠기는 부분이 빨간색이 된 것입니다.

앞에서 군함은 회색 계열을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검정색을 칠하는 군함도 있습니다. 잠수함입니다. 주로 물속에서 잠항하는 잠수함의 특성상 어두운 바닷속에서 형체를 숨기기 위함입니다. 검은색은 모든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태양광에 의한 반사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선저에 부착된 부식되기 전의 아연판.                       선저에 부착된 부식된 후의 아연판. 해군 제공

선저에 부착된 아연판, 함정 부식 막아

일반적으로 철 구조물은 물과 공기에 노출되면 금방 녹이 생깁니다. 항상 바다 위에 떠 있는 해군 함정의 선체 대부분은 철로 구성돼 있는 데다 내부에도 수많은 철제 장비들이 적재돼 있습니다. 이러한 함정은 강한 염분을 지닌 해수에 항상 노출돼 있어 녹이 쉽게 발생합니다. 녹을 초기에 제거하지 않으면 함정의 뼈대인 선체나 함 외부의 부속품들을 쉽게 부식시켜 함정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이 때문에 함정 승조원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함정 내부를 구역별로 나눠서 청소합니다. 청소는 매일 아침 총 기상 후와 오전 오후 일과 시작 15분 전, 일과 종료 30분 전과 점호 전에 실시하며 이때 녹을 방지하기 위해 청락(선체의 녹을 없애는 작업)과 도색 작업도 함께 합니다.

그렇다면 함정 승조원들이 청소할 수 없는 함정의 선저 부분의 녹은 어떻게 제거할까요? 함정 밑에는 녹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특별한 판들이 군데군데 부착돼 있습니다. 바로 아연판입니다. 아연은 철보다 이온화 경향이 커서 부식이 더 잘 일어나는 소재입니다. 그래서 함정 선저 부분에 아연판을 부착하면 선저의 철 부분 대신 아연판에 먼저 부식이 일어납니다. 주기적으로 부식된 아연판을 교체해주기만 하면 함정 선저의 부식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바다에서 함정이 멋지게 항해할 동안 아연판은 살신성인의 자세로 자신을 부식시켜 함정의 부식을 막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