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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설 특집] 임진각 르포 - 80대 어느 실향민의 눈물

갈 수 없어서… 펼쳐진 풍경은 더 가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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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 되면 고향 더 생각

두고 온 가족 생각에 망배단 찾아

고향 그리며 술잔 올리고 눈시울

 

                                     ▲ 설연휴를 앞둔 4일 오전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을 찾은 한 실향민이

                                     망배단에서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을 향해 약식으로 제례를 올린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전쟁이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교에 갔다가 집에도 못 가고 바로 저 다리를 넘어왔지.

그리고는 그게 끝이었어….”



민족의 대명절 설 연휴를 앞둔 4일 오전 임진각 평화누리 주차장 입구에서

불편한 걸음걸이의 80대 한 노인이 망배단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짙은 색 등산모자를 눌러쓰고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은 이 노인의 두 손에는

종이컵과 팩 소주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6·25 때 고향을 떠나온 실향민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해마다 이 시기가 되면

떠나온 고향과 두고 온 가족 생각에 임진각 망배단을 찾는 실향민이 많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힘겨운 걸음걸이로 망배단 앞에 선 이 노인은 모자를 벗고 향을 피웠다.

향 연기가 피어오르자 팩 소주를 뜯어 종이컵에 따른 후 제단에 올리고 절을 했다.

두 번의 절을 마친 이 노인은 망배단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어르신” 하고 말을 걸자 이 노인은 자신을 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실향민이라고 소개하며 말을 이었다.



“중학교에 다니다가 피란을 왔는데 그 후로 고향에 돌아갈 수 없게 됐지.

고향의 부모님과 형제들은 모두 죽었어. 지주였거든. 그놈들이 다 죽인 거지.

나는 학교에 갔다가 전쟁이 났다는 소식에 바로 저 다리를 건너왔지.”



그리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눈가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잠시 후 마음을 추스른 이 노인은 “해마다 설과 추석에는 망배단에 와서 이렇게 술잔을 올리고 간다”며

“최근 들어 이곳의 시설이나 환경이 많이 좋아져서 새로운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임진각 망배단 너머로 멈춰선 채 녹슬어 가는 열차의 모습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곳을 염원하며 올해 설에도 임진각을 찾을 고령 실향민들의 쇠약해져 가는 모습을 닮았다.



임진각 평화누리 주요시설


임진각

1972년 실향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3층 건물로, 기념품점 편의점 한식당 커피전문점 전망대 하늘마루키오스크 등 편의시설이 있다. 하늘과 맞닿은 옥상전망대에서는 민간인통제구역 마을인 해마루촌 등을 볼 수 있으며, 하늘마루키오스크에서는 커피 주스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하고 있다. 3층에는 커피전문점이, 2층에는 한식당이, 1층에는 편의점과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 식당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지하 1층에는 임진각 기념품점이 있어 세라믹 핸드페인팅 작가의 하나뿐인 도자기와 ‘임진각’ 브랜드 이미지를 응용한 고급 패브릭 제품,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우편함 등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파주지역 특산품과 북한 술, 토산품도 구입할 수 있다.



망배단



1985년에 제작된 실향민들을 위한 제단이다. 북쪽에 고향이 있는 실향민들이 설과 추석은 물론 언제든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이 보고 싶을 때 고향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이곳에서 북에 두고 온 부모·조상에게 배례하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경의선 증기기관차 전시장



망배단 앞쪽으로는 등록문화제 제78호인 경의선 증기기관차가 전시돼 있다. 6·25전쟁 중 폭격을 맞아 멈춰선 후 반세기 넘게 비무장지대에 방치돼 분단의 역사를 홀로 지켜온 경의선 장단역의 증기기관차다. 이 증기기관차는 남북 분단의 상징물이며 평화와 통일의 염원이자 대륙횡단의 꿈과 희망을 전할 교육장으로서 방문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벙커전시관 ‘BEAT 131’



벙커전시관 ‘BEAT 131’은 6·25전쟁 당시부터 사용되고 있는 군의 지하벙커다. 내부는 군 상황실과 영상체험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상황실과 군용물품의 관람이 가능하며 비무장지대(DMZ)와 북한마을의 실시간 영상과 함께 신기하고 재미 있는 미디어아트를 체험할 수 있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며 입장요금은 1000원이다.


평화의 종



‘평화의 종’은 2000년 뉴 밀레니엄을 맞아 인류평화와 민족통일에 대한 염원으로 건립됐다. 21세기를 상징하는 뜻에서 21톤의 무게와 21계단, 높이 3.4m, 지름 2.2m 규모로 웅장하고 아름다운 사모지붕의 목조구조로 구성돼 있으며, 매년 연말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는 제야의 종 타종식이 거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