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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해상무기

[이세환 기자의 밀리터리 친해지기] 항공모함 이야기 (2)

[이세환 기자의 밀리터리 친해지기] 항공모함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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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모함 이야기(2)

 

스키점프(Ski Jump)식 항공모함의 특징과 장·단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증기사출 방식의 항모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미국과 같이 대형의 항모를 보유하지 못한 여타 항모보유국들은 대안으로 스키점프 방식의 항모를 운용하고 있다. 스키점프 방식의 원리는 간단하다. 스키의 점프대와 같이 비행갑판 끝에 경사를 줘 항공기가 위로 날아가게 한 것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나름 효과가 있어서 영국을 비롯한 경(輕)항모(대부분 3만 톤급 내외) 보유 국가들은 예외 없이 이 방식을 따르고 있다.

 

 

포클랜드 전쟁 당시 대활약한 영국의 아크로열 경 항모.

갑판 왼쪽에 항공기 이륙을 위한 12° 각도의 스키점프대가 있다.

 

경항모 하면 콤비처럼 붙어 다니는 함재기가 바로 해리어 함재기이다. 해리어 함재기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기체이지만 수직으로 이륙 할 경우 연료 및 무장 탑재량이 절반 이하로 줄기 때문에 작전 능력이 크게 제한된다. 따라서 실제 운용에서는 단거리 활주를 하게 되는데, 문제는 경 항모의 대부분이 충분한 활주거리를 보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영국은 1970년대 스키 점프라는 아이디어를 경항모에 실용화 시켰다. 이는 해리어에 대해서만큼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선택이었다.

 

스키점프대에서 이륙하는 해리어. F-35B 이전까지 해리어는 서방측 경 항모의 둘도 없는 친구였다.

수직 이착륙 보다야 나은 편이지만, 스키점프대를 이용한다 해도 연료와 무장의 희생은 피할 수 없다.

 

스키점프 방식의 장점이라면 무엇보다도 비교적 저렴한 비용과 간편한 운용을 들 수 있겠지만, 단점은 장점에 비해 훨씬 화려(?)하다. 비록 수직 이착륙 보다는 덜 하지만 아무래도 짧은 활주거리를 항공기 자체의 추력으로 이륙해야하기 때문에 연료와 무장 탑재량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항공기를 이륙시키기 위해서 항모는 전 속력으로 항진해야 한다. 자칫 하다간 그대로 물고기 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함대 방공에 중요한 조기경보기 같은 대형 기체를 띄울 수 없다. 아쉬운 대로 헬기에 레이더를 탑재한 조기경보 헬기를 운용할 수 있지만 조기경보기와의 성능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경 항모에 주로 쓰이는 씨-킹 조기경보 헬기.

미국이 보유 한 E2-C와는 비교가 불가능 할 정도로 조기경보 성능이 떨어진다.

 

러시아는 항모 운용에 있어서 수직이착륙기도 아닌 Su-33을 이함시키는데 스키점프를 채택했다. 캐터펄트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쓴 방법이었지만, 실제로 Su-33은 기본이 된 Su-27과 달리 기수 부분에 카나드를 추가하는 등 이륙 시 양력 증가를 위해 매우 애를 썼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서 지상에서 운용될 때에 비해 연료나 무장의 희생은 피할 수 없었다.

 

 

스키점프대를 이용하여 발진하는 Su-33.

이쪽도 작전능력에 제한을 받기는 매 한가지이다.

 

중국이 2012년 진수한 랴오닝이 바로 이 러시아 방식의 항모이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 항모의 실질적인 전력 투사 능력은 얼마나 될까?

 

랴오닝의 비하인드 스토리

 

중국이 1998년 유령회사 설립 등을  통해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들여온 랴오닝(러시아 명 바르야그)은 사실 10년이 넘게 우크라이나에 방치되어 있었던 배다. 건조 막바지(약 75% 정도)에 냉전의 붕괴로 더 이상 여력이 없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항공모함 처리의 전권을 주었고(사실상 떠넘긴), 러시아 이상으로 사정이 좋지 않았던 우크라이나는 배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하지 않은 채 비바람 속에서 10년이 넘게 항공모함을 부두 한 구석에 내버려두었던 것이다.
2002년, 막상 다렌항에 입항한 항공모함을 살펴본 중국해군 기술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 했다. 문자 그대로 함은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10년간 방치되어 있었던 것도 모자라 주변국의 눈치를 보느라 4년간 전 세계를 떠돌다 겨우 입항했으니 배가 멀쩡하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었다.

 

 

개장공사가 한창이었던 랴오닝의 모습.

원래 있던 거대한 아일랜드를 철거하고 소형의 아일랜드를 다시 만드는 대규모 개조를 단행했다.

 

 동력계통은 말 할 것도 없고, 함 내의 운용 장비들도 뭐 하나 멀쩡한 것이 없었다. 필자가 추측하건데 결국 이러한 사정들은 중국이 랴오닝을 본격적인 주력항모로 사용하기 보다는 항모운용의 노하우를 축적하기 위한 훈련함으로 사용 할 것을 결정하기로 한 배경 중 일부였을 것이다.
아무튼 이때부터 중국은 철저히 배를 분해하고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현지의 설계자인 네브스키 설계국과 건조사인 니코라예프 조선소의 항모 기술자들까지 초빙되어 작업에 참여했으며, 2005년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개장공사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동력계통의 문제는 도저히 중국 자체의 힘으로 해결 할 수 없었다. 결국 우크라이나로부터 터빈을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제 터빈은 서방측의 기준으로 봤을 때 수준 미달의 터빈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랴오닝의 자매함인 러시아의 쿠즈네초프 항공모함도 동일한 우크라이나제 터빈을 장착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고장 등의 문제로 몸살을 앓아서 30년 수명의 대부분을 운항 보다는 정비로 소모한 바 있다. 이는 함령이 이미 23년이 넘은 랴오닝의 신뢰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또한 항공기 착함 유도장치와 강제 착함장치를 러시아로부터 직접 수입했으나, 2007년 러시아와의 정치적 대립(함재기 무단 복제)으로 인해 관련 기술과 장비의 도입이 차단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