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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체계/해상무기

[이세환 기자의 밀리터리 친해지기] 항공모함 이야기 (1)

이세환 기자가 전해드리는 밀리터리 친해지기, 지금까지 특수부대 총기 발달사를 사건 사고에 따라 획기적으로 진화했던 총기에 10편에 거쳐 연재해 드렸습니다. 이번엔 해상무기로서 항공모함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항공모함 이야기(1)

 

 

2012년, 전 세계 해군 중에 중국 해군은 단연 수퍼스타였다. 10년여의 개장공사 끝에 우크라이나로부터 들여온 항공모함을 화려하게 진수시켰기 때문이다. 이로써 중국 해군은 숙원이었던 항공모함을 보유하게 되었다. 한국, 일본의 매스컴들은 중국 해군의 급부상을 연일 떠들어댔고, 미국 역시 경계의 눈초리를 보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베트남은 1979년 중국과의 전쟁 이후 처음으로 32년 만에 처음으로 징병령을 발동했다. 중국, 베트남 양국은 이 후 인근 해역에서 번갈아 가며 강력한 해상 훈련을 실시, 서로에게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또한, 인도네시아 역시 중국의 항공모함 진수로 인해 잠수함을 추가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중국의 항공모함 보유는 동북아 안보의 균형추를 심하게 흔들고 있다.

  

 

최근 진수한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의 모습.

전형적인 구 소련 방식의 항공모함이다. 과연 동북아 전력균형에 대 지진을 일으킬 것인가?

  

 

일본은 중국에 대응해 아예 한 술 더 떠 22DDH 이즈모 함을 서둘러 진수시켰다. 겉으로는 헬기모함이라고 했지만 명백히 F-35B의 운용을 염두 해두고 설계를 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항공모함이 과연 어떤 무기인가? 중국과 일본의 항공모함 보유가 동북아의 전력지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인가? 혹시 우리는 항공모함에 대해 지나친 환상과 공포심을 갖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우리도 궁극적으로 항공모함을 보유해야 하는 것 일까? 앞으로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필자의 방식대로 짚어보겠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22DDH 이즈모. 아래는 16DDH 휴우가 이다.

같은 헬기모함이지만 사진에 보는 대로 휴우가에 비해 2배 이상 커진 모습이다.

 

 

항공모함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분류

 

 

조금 장황할지는 모르지만 간단하게나마 기초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항공모함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서이니 이미 항공모함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으신 독자들께서는 양해하시기 바란다.
항공모함이란 말 그대로 항공기를 운용하는 함선이다. 그럼 대잠헬기를 운용하는 구축함이나 순양함도 항모일까? 그렇진 않다. 구축함이나 순양함에서 운용되어지는 대잠헬기는 각 함의 임무를 돕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통상적으로 항공모함이란 대규모 고정익항공기를 운용하는 함선을 지칭한다. 이를 위해서 항공모함은 배의 전체 길이를 아우르는 전통(全通)형의 평갑판을 가지고 있으며, 갑판 아래에 항공기 격납을 위한 넓은 격납고가 존재한다.
항공모함의 실전에서 화려한 데뷔는 여러분들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2차 세계대전 당시 진주만에서이다. 워싱턴조약에 의해 전함의 보유에 제한을 받던 일본은 당시 진주만 공격함대를 항모 위주로 한 기동부대로 편성, 기습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눈부신 전과를 올린 바 있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미 해군 역시 이 후 항모 위주의 기동함대를 편성, 일본에 당했던 치욕을 몇 배로 갚아 준 바 있다.

 

 

진주만 공격의 주역 항모 아카키. 항모중심의 기동함대를 먼저

운용한 것은 일본이었지만 그 열매는 미국이 가져갔다.

 

미국은 미래의 해상전 핵심이 항공모함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전쟁 이후 정예화된 항모 기동함대를 편성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이 시점부터 기술적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다. 2차 대전 때 까지만 하더라도 전투기들은 대부분 프로펠러 추진식 항공기였다. 따라서 충분한 엔진예열시간만 있으면 좁은 항공모함 갑판에서 항공기를 이륙시키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제트전투기의 시대가 도래 하자 항공모함은 새로운 기술적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즉 제트추진식 전투기를 이륙시키기엔 항모 갑판의 길이가 너무 짧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항모의 갑판을 충분히 길게 만든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현대의 항공모함은 바로 여기서 크게 두 갈래로 분류되어진다. 바로 증기사출(Catapult)식 항공모함과 스키점프(Ski Jump)식 항공모함이다.

 

 

증기사출(Catapult)식 항공모함의 특징과 장·단점

 

 

증기사출, 즉 캐터펄트(Catapult)의 원리는 간단하게 말해 ‘새총’이다. 새총으로 돌을 날리듯 비행기를 쏴 날린다는 것이다. 물론 비행기를 고무줄로 쏴 날릴 수는 없으니 다른 동력의 힘이 필요하다. 바로 증기압의 힘이다. 사실 초기 캐터펄트는 유압식이었지만, 제트전투기가 함재기의 주역이 되자 유압식 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증기터빈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증기의 힘만이 쓰이는 것은 아니다. 옆의 사진에서와 같이 ‘제트 블래스트 디플랙터’, 즉 ‘제트 반사판’이 필요하다.

 

 

캐터펄트에 의해 항공기가 사출되기 직전의 모습. 제트 반사판이 세워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항모 자체도 최대 속력으로 맞바람을 맞으며 이동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함재기는 최대출력으로 엔진을 작동시킨 상태에서 제트반사판+항모속도+맞바람+증기사출기의 힘이 합해져야 안전하게 항모에서 이륙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의 항공모함들은 모두 이 증기사출 방식을 사용한다.
증기사출방식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함재기의 연료와 무장탑재량의 희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했듯 함재기를 이륙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장치가 동원되기 때문에 함재기는 연료나 무장을 거의 만재한 상태에서 이륙할 수 있다. 이는 함재기의 작전능력에 매우 결정적인 요소이다. 또한 조기경보기 같은 보다 대형의 항공기도 운용이 가능해 항공모함의 방공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아울러 증기사출기 덕분에 이륙거리가 짧아져 대형의 항모 경우 갑판 전면을 이용한 이함과 후면을 이용한 착함 작업을 거의 동시에 수행 할 수 있다.

 

항공모함에서 이륙하는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의 유무는 항공모함의 방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증기사출기는 대형의 설비를 필요로 한다. 거의 커다란 공장 하나가 갑판 밑에 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값비싼 대형의 항모가 필요로 한다. 대부분의 미국 항모가 원자력 항모인 이유는 증기사출기를 장착한 항모의 크기가 거의 10만 톤급에 이르는 대형 함이기 때문에 작전수행을 할 충분한 동력을 얻기 위함이다. 하지만 항모의 대형화는 경제적 이유를 차치한다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배가 큰 만큼 많은 함재기를 적재할 수 있기 때문에 항모의 작전 능력이 그 만큼 향상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참고로 이런 방식의 항모를 미국은 11척, 프랑스는 1척 보유하고 있다.

 

 

미 원자력 항공모함 죠지 워싱턴. 이쯤 되는 항모이면 탑재되는 함재기의 숫자도

헬기를 포함 대략 80여대쯤 된다. 어지간한 전투 항공단은 상대가 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