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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생각하는 전투기술 이야기-유령의 분노작전

신뢰와 소통…어떠한 전투기술보다 중요하다
‘유령의 분노 작전’ 

 

 

2004년 팔루자 시내에서 시가지 전투 중인 미 해병 분대. 도심지 근접 전투는 특히 동료 간의 믿음과 소통이 없이는 제대로 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다. 필자제공

 

유령의 분노 작전(Operation Phantom Fury). 지난 2004년 발생한 이라크 팔루자 전투의 작전명 중 하나다. 2004년 3월 미국의 민간군사기업 블랙워터사의 민간 경호원 4명이 이라크의 팔루자 지역에서 피살된 뒤 그해 4월 미 해병대가 본격 투입되면서 우리가 익히 들었던 팔루자 전투가 시작됐고 그해 11월에 유령의 분노 작전이 실행됐다.

 

이 유령의 분노 작전 기간 중 미군·영국군 등 1만5000여 명이 투입됐고 수천 명의 저항 세력은 시가지 전투와 자살폭탄 등으로 맞섰다. 이라크의 가난하고 평범했던 도시 팔루자는 5만여 개의 건물 중 1만여 개가 파괴되고 200개의 사원 중 60여 개가 파괴됐다.

 

인적 피해는 물적 피해보다 더 극심했다. 그 기간 중 150여 명의 미군과 2000여 명의 저항세력이 사망했으며 민간인 사망자는 아직도 집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을 정도여서 그 당시 팔루자 전투가 얼마나 참혹했는가를 말해 주고 있다.

 

▶치열했던 팔루자 전투

팔루자 전투는 미군이 베트남전 이후 경험한 가장 규모가 큰 도시지역 전투였으며 2003년 시작된 이라크 전쟁에서 가장 큰 전투였다. 당연히 미군, 특히 미 해병대의 인적 손실은 무척 많았는데 특히 최일선에서 전투를 벌였던 보병 전투원들의 희생이 컸다.

 

팔루자 전투에서 전투사상자는 소부대 지휘관이 작전을 수행하는 데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미 해병의 보병 분대들에 매우 큰 부담이었는데 전투가 가장 극렬할 때는 상당히 많은 분대가 편제에 미달하는 인원으로 싸움에 임해야 했고 심지어 어떤 분대는 상황에 따라서는 6명만으로 공격을 시작하는 예도 있었다.

 

각 분대는 주어진 임무를 최소한의 사상자만 내고 완수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으며 이러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전투원들에게는 도시지역 전술과 보병전투기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런 전술과 보병전투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투원들끼리의 동료애와 서로 간의 믿음이었다.


▶동료애와 전투비평

시간이 흐를수록 팔루자의 시가지전투는 더욱 치열해졌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홀로 전장에 남겨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과 서로 간의 전우애는 그 지옥과도 같은 전장에서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큰 버팀목이었다.

 

여기에는 분대 지휘관과 전투원들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전투에 임하는 분대 지휘관은 모든 전투원에게 전투 상황 중 옆의 동료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들을 돕기 위한 행동을 하도록 했다. 그 핵심적인 내용은 ‘전우를 보호하라’였다.

 

전우를 보호하는 임무는 단순한 개념의 보호가 아니라 효율적인 전투를 통해 자기 자신은 물론 분대 전체가 임무를 완수하고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또한 모든 전투원은 작전 후 서로 사후평가를 하고, 무엇이 좋았고 나빴는지 이야기했으며 분대 지휘관 역시 분대원들로부터 비평을 받아야 했다.

 

이런 비평은 분대 지휘관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었고 분대 지휘관이 왜 분대를 그런 방향으로 가게 했는지 전투원들에게 가르칠 기회를 제공했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전술과 전투기술에 관한 지식을 상호 간에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런 일련의 활동들은 분대 지휘관의 명령과 지식에 대해 믿음을 갖도록 했고, 분대원들이 상호 신뢰하에 극렬한 전투 현장에서 부대의 생존과 작전임무 완수를 위해 두려움 없는 전투를 할 수 있게 했다.

 

팔루자 전투는 미군의 막강한 무기체계와 함께 전투의 중심에 있는 전투원들 간에 소통과 신뢰가 있었기에 수행할 수 있었던 전투였다.


▶진정한 전투력

실전에서 검증받았듯이 서로가 평가하고 문제를 지적해 상호보완하며 함께갈 수 있는 역량은 어떠한 전투기술, 어떠한 전투전술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역량이 없는 조직은 군대뿐만 아니라 어떠한 집단도 발전할 수도, 존립할 수도 없다. 내가 전투력을 상실했을 때 효율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이 상존하고, 내 곁의 전우를 내가 지켜주고 전우 또한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누가 먼저 위험을 감내할 것이며, 누가 주저 없이 ‘돌격 앞으로’의 명령에 임무를 수행할 것인가? ‘신뢰와 소통’은 어떠한 전투기술, 어떠한 전술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겠다.

 

<이태훈 전술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