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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자료/국방일보

임관 전야의 떨림…군인본분 다짐

임관 전야의 떨림…군인본분 다짐

해군사관학교 68기 안정우 소위 임관 소감·각오

 

해군사관학교 68기 신임 소위들이 5일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묘역에서 정예 해군·해병대 장교를 다짐하는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안정우(오른쪽 둘째) 소위가 해사68기 동기들과 생도 시절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오늘(6일) 합동임관식을 통해 호국간성 5860여 명이 소위로 임관했다. 전후방 각지에서 국가안보 수호 임무를 수행할 이들은 임관 전야(前夜)를 긴장감과 기대감, 설렘으로 잠 못 이뤘을 터. 꿈에 그리던 임관을 위해 4년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한 교정을 떠나는 해군사관학교 68기 안정우 소위의 1박 2일 여정을 함께했다.

 # 정예 해군장교를 위한 이별

 “기필코 자랑스러운 후배, 정예 해군장교가 되겠습니다. 필승!”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 지난 5일 오전 8시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 시간은 쏜 화살같다는 말을 실감한다. 가입교해 뜀걸음을 했을 때 비로소 사관학교에 왔다는 것을 실감한 게 엊그제 같은데. 4년 동안 안식처였던 세병관, 삼삼오오 산책을 다닌 해사인 동산, 바다사나이로 거듭나게 해준 옥포만….

 아쉬움 때문일까? 정든 집을 뒤로하는 발걸음은 천근만근이고, 눈길은 교정 곳곳을 스캔하듯 바삐 움직였다. 동고동락했던 교수와 훈육장교, 후배들의 배웅으로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그러나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멋진 해군장교 역할을 완벽히 해내는 게 이들에 대한 보은(報恩)이리라. 지금은 잠시 이별할 뿐이며 실무에서, 군 생활 동안, 아니 죽는 그날까지 함께할 거라는 위로와 함께 버스에 올랐다.

 국립대전현충원으로 향하는 시간은 지난 4년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다. 생도 시절은 장교로 성장하기 위한 내 자신과 싸움의 연속이었다. 나를 넘어야만, 마주하는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영예로운 졸업과 임관이라는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가입교 훈련을 떠올린 안 소위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가입교 기간은 진정한 사관생도로 거듭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다. 이 과정은 사관생도에게 필요한 ‘명예’ ‘충성’ ‘희생’이라는 가치를 체득하고, 민간인 때(?)를 말끔히 씻는 시간이었다.

 차디찬 옥포만에 몸을 담궈 내면에 있던 개인주의를 퇴출시켰고, 위태로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배님들의 애국·희생정신을 배우며 조국에 대한 충성의 의미를 되새겼다.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정예 해군장교라는 목표의식까지 잠재울 수는 없었다.

 70기 생도 가입교 때는 조교생도 임무를 맡아 감회가 새로웠다. 단 한 명의 낙오자가 생기지 않도록 내가 경험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훈련 과정에서 말보다는 솔선수범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로 인해 극기주를 통과한 후배들이 군인다운 외적 자세를 뿜어낼 땐 누구보다 흐뭇했다.

 # 조국 영해수호 힘찬 첫 걸음

 오후 2시. 순국선열들이 영면한 성지(聖地) 국립대전현충원에 도착했다.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영웅들에게 헌화·분향하며 정도를 걷는 군인, 조국 해양수호라는 무거운 책무를 기꺼이 짊어지겠노라는 의지를 머리에 각인했다.

 천안함 46용사와 한주호 준위 묘역에서는 도발해 온 적을 처절히 응징할 것을 다짐했고, 제2연평해전 전사자 묘역에서는 그들의 투철한 군인정신을 이어받겠노라 결의했다. 또 연평도 포격도발 전사자에게는 ‘한뿌리 공동운명체’로서 어떤 시련도 함께 헤쳐 나가며 해군·해병대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 기착지 공군사관학교. 합동임관식 때 입을 정복을 꺼냈다. 칼날처럼 세운 주름이 구겨지지는 않았는지 확인 또 확인했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정신이 말똥하다. 내일 잘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이리저리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마침내 임관식이 열리는 6일 새벽 아침해가 밝아 왔다. 오전 6시 행사장인 계룡대로 향하는 발걸음은 어제와 달리 산뜻하다. 임관식 예행연습도 힘들지 않다. 어서 빨리 식전 행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임관 신고와 함께 꿈에 그리던 소위 계급장을 정복에 달았다. 가슴이 함정 엔진처럼 뛰고, 4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나는 이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꺼이 한 목숨 바칠 수 있는 명예로운 해군장교다.

 “저는 스스로 군인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군인본분은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어진 임무를 빈틈없이 수행하는 군인, 부하에게 존경받는 군인, 적에게는 두려움을 주는 군인, 국민이 신뢰하는 군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사진=

윤병노 기자 < trylover@dema.mil.kr >

사진 < 정의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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