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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자료/국방일보

초급간부가 행복해야 전투력이 강해진다

초급간부가 행복해야 전투력이 강해진다

육군3군단, ‘행복플러스 프로그램’ 시행

 

20여개 기수 나눠 이틀간 진행

임종체험으로 자신 삶 고찰하고 전문가 초빙 경제·금연교육 등 초급간부 군복무 자존감 높여

 

 

 

"사랑하는 이들과 막상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마냥 슬픕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2시, 육군3군단 교회 안에서 여군 초급간부 13명이 임종체험을 하며 삶에 대한 마지막 고백을 담은 유언장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 장병들은 가늘게 떨리는 손끝으로 텅빈 백지를 차근차근 채워 나갔다.

유언장 작성을 마친 장병들은 이어 입관(入棺) 체험실로 향했다. 체험실에 발을 들여 놓자 코 끝을 찌르는 향 냄새가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컴컴한 방안에는 4개의 오동나무 관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제 떠날 시간입니다.” 군종 참모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려 퍼지자 장병들은 관 속에 몸을 눕혔다. 이윽고 관 뚜껑을 덮고 5분간의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장병들은 무거운 침묵을 깨고 눈시울을 붉히며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군단이 초급간부의 행복한 군 생활을 돕기 위해 마련한 ‘행복플러스 프로그램’은 이날 임종체험을 끝으로 마무리 됐다.

 

● 전문 교육 프로그램으로 초급간부 군 복무 가치 제고

 육군3군단은 지난 1월부터 초급간부의 군 복무 가치 제고를 위한 ‘행복플러스 프로그램’을 추진해 사고예방은 물론 장병들의 복무의지를 고취시키는 등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행복플러스 프로그램은 심리분석 및 교육을 통해 초급간부가 자기 이해와 건강한 관계 형성 능력을 배양시켜 자부심을 갖고 즐겁게 복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프로그램은 소위와 중위, 하사와 중사 등 복무 5년차 미만인 군단 직할대 전 초급간부 700여 명을 대상으로 시작했으며, 총 20여 개 기수로 나뉘어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교육을 주관한 신현복(중령) 군종참모는 “행복플러스 프로그램은 육군 표준안 프로그램을 활용해 개발한 초급간부 복지 교육 프로그램”이라며 “심리학 관련 석·박사 학위를 소유하고 전문 교관화 교육을 받은 각 종파별 군종장교들이 교관으로 구성돼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중령은 이어 “동영상 강의와 교안(PPT), 실습용 워크북 자료를 패키지로 제작하고, 교육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용해 장병들이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 교육·금연·성 군기 예방을 위한 전문가 초빙 강연도 병행해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기도 했다.

 특히 프로그램 중 대인관계욕구검사(FIRO-B : Fundamental Interpersonal Relations Orientation-Behavior)는 ‘조직 안에서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심리분석 프로그램으로, 대인관계 욕구와 행동을 객관화된 자료로 측정해 자신에게 맞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와 갈등 해소 방안을 파악하고 체화할 수 있어 장병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행복한 군생활 위한 마음 지침서 마련

 교육은 단순 주입식 강연에서 벗어나 대부분 자기 주도적 참여형으로 이뤄진다.

 참가자들은 ‘행복을 막는 인생 각본 찾기’ 코너에서 나의 자화상 그리기,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 설계하기 등의 시간을 갖고 성공적인 인간관계와 업무수행에서 자존감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또 ‘행복을 만드는 공식’ 코너에서는 개인발전계획(IDP : Individal Development Plan)을 작성해 실질적인 인생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의지를 확립해 앞으로의 삶에 대한 기대감을 부여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 참가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바로 임종체험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관 속에 들어가기’와 ‘죽음 특집기사 및 유언장 작성하기’ 등을 통해 죽음을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고, 지나온 세월을 고찰하며 생명에 대한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교관으로 참여하고 있는 조한빛(대위) 군종장교는 “행복플러스 프로그램을 통해 초급간부들이 자존감을 갖게 됐으며, 이를 통해 부하를 사랑하고 부대를 사랑하는 마음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교육에 참여한 박소라 하사는 “사회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도 받기 힘든 질 높은 행복 프로그램을 군에서 받을 수 있어 정말 좋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장선남 소위는 “마지막 수료식에서 계급상의 차이로 너무 멀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군단장님께서 일일이 따뜻하게 격려해 주시며 직접 수료증을 주셔서 가슴이 벅차올랐다”며 “이번 교육을 통해 나 자신을 성찰할 수 있었으며,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자세로 국가를 위해 더욱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군단 관계자는 “군단은 앞으로도 행복 플러스 프로그램을 예하 사단까지 확대 적용해 초급간부들이 자존감을 높이고 즐거운 군 복무를 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터뷰> 교육 주관한  신현복 중령 - “초급간부의 행복에 초점”

 

“창끝전투력의 최일선인 초급간부들이 행복해야 우리 군이 행복해집니다.”

 신현복(중령·사진) 군종참모는 초급간부를 위해 마련한 행복플러스 프로그램이 장병 본인뿐만 아니라 부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중령은 특히 “초급간부들은 장기복무와 복무연장, 전역 후 진로 등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는 데다가 업무도 숙달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군단은 초급간부들의 행복감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다 ‘초급간부 행복플러스 프로그램’을 육군 최초로 추진하게 됐다”고 전했다.

 신 중령은 또 “각 종교별 군종장교를 교관으로 구성해 교육하고 있으며 동영상 강의와 교안, 실습용 워크북 자료 등의 교보재를 제작·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초급 간부들은 교육을 받은 후 ‘우리 초급간부를 위한 프로그램이 군에 있다니 놀랍고 감동적이다,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군 생활이 정말 행복해졌다’ 등의 의견으로 크게 호응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 중령은 이어 “초급간부들이 행복해지는 것이 곧 군의 사기를 높이고 전투력을 강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며 “프로그램 수료 후 행복을 가득 품은 초급간부들이 오늘도 강원도 최전방을 완벽히 사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보람 기자 < rambo72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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